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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카로운 고통에 몸부림쳤다.

 

“마짱, 그만해줘. 더 이상은 돌이킬 수 없어.”

 

마짱을 말려보려 했지만 조금도 듣는 기색도 없었다.

 

“트레이너씨, 가만히 있어주세요. 마짱의 이름이 제대로 적히지 않는다고요.”

 

어린 아이가 자신의 물건에 이름을 새기는 것처럼 마짱이 내 몸에 자신의 이름을 무수히 많이 새겼다.

 

“이제 마짱을 잊어버릴 일은 없겠네요.”

 

이젠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내 몸에 흐르는 붉은 피와 검은색으로 적힌으로 ‘애스턴 마짱’들은 나를 그녀의 것이라고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트레이너씨, 이제 손목은 풀어드릴게요.”

마짱이 내 손목을 풀어주며 말했다.

 

“마짱, 어디서 구한 지는 모르겠지만 왜 이런 짓까지 한 거야.”

 

“트레이너씨의 몸에 마짱을 새겨서 영원히 기억되고 싶었어요. 어디서든 트레이너씨의 몸에 있는 마짱의 이름을 본다면 언제든지 마짱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마짱의 답변을 듣고 마짱을 끌어안았다. 

 

“마짱,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잊지 않는다고 했잖아.”

 

내 몸을 해친 마짱을 미워하고 멀리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어째서인지 오히려 마짱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젠 앞으로 와이셔츠는 못 입겠네…”

 

 

 

 

 

 

마짱이 내게 강제로 문신을 새긴 사건 이후로 마짱과 나는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상의를 씻을 때를 제외하곤 잠깐도 벗지 못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이정도는 마짱에게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벌써 12월이네.”

 

“그러게요. 트레이너씨, 그 동안 마짱과 함께 달려와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향주머니를 꺼내 마짱에게 들이밀었다.

 

“취미 삼아서 직접 만들어본 거야.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받아주면 고마울 것 같아.”

 

“마짱과 같은 빨간색이네요. 트레이너씨의 냄새로 생각하며 소중히 간직할게요.”

마짱을 웃으며 향주머니를 받았다.

 

마짱은 갑자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짱, 무슨 일 있어?”

 

“저는 트레이너씨에게 드릴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져오지 못해서요.”

 

“괜찮아. 나한텐 마짱의 존재자체가 선물이니까.”

 

“생각해보니 트레이너씨한테 드릴 선물이 하나 있네요.

 

마짱이 핸드폰으로 어떤 사진을 보여줬다. 그 사진은 마짱이 자신의 배에 내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는 사진이었다.

 

“마짱, 이게 뭐야?”

 

“보시는 그대로에요.”

 

나는 확인하기 위해 마짱의 교복을 들춰 마짱의 배를 확인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진짜로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트레이너씨, 그만 해주세요. 저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요?”

마짱이 손으로 몸을 가리면서 말했다.

 

“배에 정말로 이런 걸 새기면 어떡해. 남들이 보면 분명 오해할 텐데.”

 

“트레이너씨가 하라고 시키셨잖아요….”

마짱이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마짱의 갑작스런 울음에 나는 당황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이정도 찍었으면 되겠죠.”

갑자기 마짱의 얼굴이 평소처럼 돌아갔다.

 

“그게 무슨 말…”

 

마짱은 트레이너실 구석으로 가서 어떤 카메라를 꺼냈다.

 

“이제 이걸로 트레이너씨는 마짱이 시키는 건 뭐든지 하셔야겠네요.”

마짱이 손에든 카메라를 흔들며 말했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마짱은 트레이너씨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에요. 단지 저번처럼 마짱을 잊으실 까봐 두려울 뿐이에요.”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내 우려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짱과 URA 파이널스에서 대승리를 거머쥐고 나는 자연스레 마짱과 멀어지게 되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리 마짱과 나의 관계가 평범한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 그 이상이었다지만, 우리도 결국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헤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몇 년 정도 흘러 나는 결혼업체를 통해 어떤 여인을 알게 되었고 서로 잘 맞는 상대였던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신랑분, 한 시간 뒤에 식 시작됩니다. 준비해주세요.”

 

 

‘똑똑.’

노크 소리다. 스태프인가?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스태프가 아니었다.

 

“트레이너씨, 오랜만이에요.”

 

갈색 단발머리에 차분해 보이는 얼굴의 우마무스메. 분명 기억이 날 듯 하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혹시 누구신지?”

 

내 질문에 느긋한 목소리를 가진 우마무스메는 슬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마짱을 잊으셨군요.”

 

마짱?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기억이 잘 안나서.”

 

“그럼 기억나게 해드려야겠네요.”

 

마짱이라는 우마무스메는 나에게 다가와 내 와이셔츠를 벗겼다. 팔로 그녀를 막아보려 했지만 인간인 나의 힘으로는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없었다.

 

“이 이름을 보셔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으시나요?”

 

그녀의 손가락은 내 몸에 새겨진 무수히 많은 흉터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제서야 떠올랐다.

내 몸에 있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내 담당인 우마무스메, 애스턴 마짱.

 

“마짱?”

 

내가 마짱을 기억해내자 그제서야 마짱은 흡족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트레이너씨에게 문신을 새긴 보람이 있네요.”

 

마짱이 하의를 내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남들이 보면 분명 오해할 거야. 빨리 다시 입어.”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나에게 다가왔다.

 

“예전에도 그런 말을 하셨었죠. 그리고 오해해준다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제발 이러지 말아줘. 나 곧 있으면 식 들어가.”

 

“트레이너씨가 마짱을 떠나고 마짱은 오랫동안 생각해봤어요. 어떻게 해야지 당신이 마짱을 영원히 잊지 않을지.”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지?”

 

“트레이너씨가 뭘 생각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짱은 트레이너씨의 아이를 낳을 거에요. 그럼 영원히 잊으실 수 없겠죠?”

 

“넌 미쳤어.”

 

나는 바로 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바로 마짱에게 저지 당했다.

 

“트레이너씨, 결혼은 다른 분이랑 하셔도 상관 없어요. 마짱은 단순히 당신의 기억 속에 ‘또’ 잊혀지는 게 두려울 뿐이에요.”

 

마짱이 내 바지를 벗겼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무슨 마음에서 일까? 나는 포기한 것일까?

 

“그냥 잠시만 가만히 있어주세요. 마짱이 금방 끝낼 테니까요.”

 

 

 

 

 

“신랑은 신부와의 영원한 사랑을 맹새합니까?”

 

“…예.”

 

 

나는 잠시 폭풍과도 같은 일이 지나고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렸다.

마짱은 나에게 넘어선 안될 선을 넘고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애스턴 마짱입니다. 트레이너씨,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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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마짱처럼 기억에서 잊혀질 때 쯤 돌아왔다. 원래 한 편정도 더 길 예정이었는데 그냥 에바같아서 줄였다.
다음에는 아르당이나 카렌 둘 중에 하나로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