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꼬 2부 1화-  https://arca.live/b/umamusume/65516029

우마무스꼬 2부 2화- https://arca.live/b/umamusume/6571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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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한 남성 우마무스메. 아니, 우마무스꼬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터. 타마모 크로스는 정신없이 밀려드는 정보량을 간략하게 정리하며 시야에서 사라진 소년의 뒷모습을 그렸다.  그녀는 마치 그 흔적을 쫓는 것처럼 멍하니 그 자리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좋은 향기가 그 길을 따라 이어지는 것만 같았다. 


 “점마 다른 우마무스메들한테 꽃같은 거 주나?”

 “무스코요? 저 아이 소심해서 그런 건 못할 텐데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내 진짜 팬이었구만. 타마모는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알았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타, 타마모 크로스 님…! 아, 안녕하세요…!”


 같이 달리자는 오구리 녀석을 떼어놓고 후배들과 병합 트레이닝을 끝낸 타마모는 관중석에서 달려오는 뽀시라기를 보고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니, 트레센에 있다고 와 말 안하노..”

 “네? 아, 그게…. 마, 말할 기회가 없어서… 죄, 죄송합니다.”

 “믄디 자슥, 고추 달린 새끼가 머 그리 사과를 하노? 치아라, 내는 그런거 신경 안 쓴다. 그래가, 레이스 구경온기가?”

 “네, 넷…!”


 소년의 품 안에 담겨 있는 사인 용지와 검은 마카가 보였다.


 “또 사인 받으러 온 기가? 내 말 맞제?”

 “아으… 네, 네에….”

 “지난 번에 받은 건 우야고 또 받으러 왔노?”

 “그, 그건… 바, 방에 뒀고… 그, 그게… 저도 모르게 챙겨온 거라….” 

 “별 싱거운 자슥 다 보긌다. 아나, 사인이믄 맻 장이든 해줄 테니 빙시처럼 서있지 말그라..”

 “넷…!”


 무스코의 꼬리가 좌우로 흔들리다, 슬그머니 자신의 허벅지를 감싸기 시작했다. 가끔 애정이 깊은 우마무스메들이 보이는 무의식적으로 그러고는 했는데, 그리 낯설지도 않은 경험에 그녀는 몸을 움찔 떨었다.


 “읏…!”

 “타마모 님…?”

 “님은 뭔 님이고, 누나나 누님으로 부르라 안카나.”


 타마모는 평소보다 집중해서 사인을 해서 소년에게 건네주고 그 자그마한 등을 팡팡 두드렸다.


 “우리 뽀시래기들보다 어린 야가 우리 얼라들보다 더 어른같다 아이가. 이사장이 참말로 좋아하겠구마잉. ”

 “가, 감사합니다…! 그, 저… 사, 사진도 괘, 괜찮을까욧…!”


 혀 깨물었나 보네. 타마모는 괴로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눈물을 글썽이는 꼬맹이의 모습에 흔쾌히 웃으며 소년의 스마트폰을 건네 받아 높게 들어올렸다.


 “자, 웃으라. 이 누나야가 잘 찍구로.”

 “네; 넷…! 기, 김치…!”

 “요즘 아들은 그렇게 말하나? 나때는 치즈였는디. 자자, 찍는다. 웃으…”


 타마모는 찰싹 달라붙은 소년의 몸에서 풍기는 기분 좋은 향기에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 살면서 맡아 본 적없는 아주 달콤한 향, 폐부로 스며들며 그 안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감각에 순간이지만 아찔해진다.


 “타마모 누나…?”

 “아, 아, 내 딴 생각! 딴 생각했다. 자자, 찍자, 찍자. 웃으라!””


 타마모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며 애써 웃어보였다. 소년의 몸에서는 여전히 기분 좋은, 무엇인가 잔뜩 이끌리는 달콤한 냄새가 풀풀 풍겼다.


 “아, 낼 연습하는데, 함 구경하러 올 끼가??”

 “네? 아, 그게….”


 거절인가. 타마모는 중요한 레이스도 아닌데 이 꼬맹이가 오지 못한다는 사실에 묘한 섭섭함을 느끼며 애써 웃어보였다.


 “안타 개안타. 바쁘면 몬 올 수도 있...”

 “제, 제가 가서 봐도 될까요…? 다른분들 방해가 될 수도….”

 “방해같은 소리하고 자빠짔네. 그런말 하는 시끼가 있음 내한테 델꼬온나. 이놈~! 하고 발로 주차삘끼다!”

 “감사합니다! 꼭 보러갈게요!”


 꼭 안겨드는 무스코의 등을 두드려주며 타마모 크로스는 조심스레 팔을 뻗어 소년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너무 좋은 향기가 소년의 몸에서 새어나왔다. 이상하게 목이 말랐다. 스포츠 음료를 그렇게 마셨는데도 목이 말랐다.


 

***



 절호조.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경기장을 위에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모든 우마무스메들의 위치를 본능적으로, 아니, 그 이상의 무엇으로 알 수 있었다. 은퇴 전 경기들에서 느끼던 초 집중의 상태. 타마모 크로스는 모든 것이 멈춰선 것 같은 세상에서 발을 뻗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오구리가 아니어도 자신은 이기고 싶었다. 연습 레이스라도 언제나 이기고 싶었다. 계속해서, 앞으로도, 이기고 싶었다. 투쟁심. 그래, 이건 투쟁심이었다. 자신이 목말라 있던 것은 이 간절함과 절박함이었다.


 포기하기에는 자신의 심장은 아직도 뛰고 있었고, 승리에 목말라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그 0.01초를 겨뤄줄 상대를 원하고 있었다. 라스트 스퍼트. 그 전보다 더 긴 거리를 뻗어나가며 타마모 크로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결승점을 보았다.


 전성기.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레이스였다. 마지막 스퍼트부터 시작해서 결승점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타마모는  관중석에 펄쩍펄쩍 뛰며 손을 흔드는 소년을 보며 가슴을 두드렸다.


 ‘봐라, 이 누나가 을마나 잘 뛰는지, 내가 하얀 번개다 안카나!’


 크게 외치고 싶었다. 기분 좋은 고양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러너즈 하이가 온 것일까. 타마모는 뒤늦게 따라 들어오르는 우마무스메들을 지나쳐 관중석 앞으로 다가왔다.


 “봤나?”

 “네! 네! 네! 마지막 펄롱에서 엄청났어요!”


 물개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제대로 본 것 같지만 위치 선정, 페이스 조절, 가속도 등등을 따지면 3펄롱부터 이야기하는게 옳았지만 타마모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적당히 웃어넘겼다.


 “누나야가 맛있는 거 사줄라카는데, 시간 있나?”

 “어머니 심부름 중이라서요, 빨리 돌아가봐야해서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빠르게 멀어지는 소년의 모습에 타마모는 멍하니 소년의 등을 보았다. 지난 번보다 훨씬 빠른 속도. 생각보다, 아니. 생각이상으로 빠르게 잘 달리는 모습에 저 뽀시라기가 ‘우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말랑해보이는 허벅지, 단련되지 않은 종아리였음에도 인간들과 비교할 수도 없는 속도였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허벅지에 이상하게 눈이 떼어지지 않았다.


 ‘에이 씨...내는 먼 생각 하고 있노. 그래도 저 쪼꼬만 얼라가, 저 나이대 우마무스메보다 훨 잘 뛰는 거 같은데...쪼매 신기하데이...사내자슥이라 그런가...? 오늘 저녁은 오구리나 불러서 같이 무야겠데이...’


 타마모는 아쉬운듯 한숨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