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괴문서] 그저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전편 : [괴문서] 그저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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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감촉이 몸을 감싸 안는다.

마치, 그 감촉은 따스한 햇볕에 잘 말린 이불의 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코에 아른거리는 향기는 그런 생각이 확신으로 변하게 만든다.


"...으음..."


그것은 너무나 행복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몸을 뒤척이면서, 그 감촉을 더욱 누리고 싶어질 정도로.


꿈을 꾸는 걸까. 몸을 뒤척이고 있으니 잠에서 깨어날 듯하여,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하기에, 뒤척이는 것을 멈추고 그저 가만히 편안함을 누린다.


"...흐으으..."


행복감에 찬 숨소리가 살짝 흘러나와, 다시 귓가로 되돌아온다. 이런 편안함을 누려본 것이 얼마만일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화목하게, 같이 살던 때가 마지막이었던가.

그 이후로는, 이런 편안함은 누리지 못했었지.


"...으으..?"


무언가, 따듯한 손길이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그 손길은 무척이나... 따듯해서, 예전에 잠들기 전 어머니가 쓰다듬어주며 잠재워주셨던 추억이 떠오른다.


납득했다. 이건 꿈이 맞구나.

지친 나머지, 어머니와의 추억을 꿈으로 불러와 그 꿈을 누리고 있는 걸까.


쓰다듬는 손길은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고 이윽고 귓가를 어루만진다.

그 손길이 오갈 때마다, 아른거리는 향기는 더욱 짙어져간다.


눈을 뜬다면,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건 꿈에서 깨어나는 일이 되어버리겠지.


"...엄마..."


그럼에도, 그리움은 남는다. 그리움은 어릴 때의 추억을, 어머니를 불렀던 것처럼 입을 열어 칭얼거리듯이 부른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끄러움은 하나의 부스러기이지만, 바라는 마음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으니까.

어른이 되었다고 한들... 아니 어른이 되었기에 그리움은 더욱 커지는 일이니까.


"...후후."


그런 나를 달래듯이, 나를 쓰다듬던 손길은 아래로 내려온다. 손가락으로 얼굴을, 볼을 살짝 간지럽히듯이 타고 내려간다.

그 손길에서, 그 손가락에서 무언가의 향기가 뿜어지듯 나온다. 그 향기는 내 추억과는 다르다. 마치 추억을 덮어버릴 듯이 강렬하고...


달큼한 향기.


이 달큼한 향기는 마치 자신이 추억속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더라도, 그대로 자신에게 내 모든 것을 내맡기어도 좋다고 말하는 듯하다.

향기는 그저 아른거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덮어버리고 있다.

향기의 그런 기세가 편안하면서도... 또한 불안하다. 이 향기는 익숙하지 않으나, 내가 한순간 맡아보았던 향기로움이다.


추억은 아니더라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나는 이 향기를 맡아보았었다.

어쩌면... 가장 최근에 맡아보았던 향기로움이다.


이윽고 편안함 속에서 몽롱해졌던 정신을 다시 다잡는다.

이 달큼한 향기는 어디서 맡아보았던 향이었던가.

기억을 더듬어가며 정신을 되찾는다.


"...."


알았다.

이 향기는 누구의 향인지 깨달았다.


향기의 출처를 깨닫자마자, 나는 곧바로 눈을 떴다.




"...조금 더 잠들어도 좋았을텐데... 엄마라고 불러준 거, 무척 귀여웠거든. 후후..."


"....으-!"


내가 눈을 뜨자마자, 나는 나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던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달콤한 향기는 그녀의 손끝에서, 그리고 전신에서 나오며 나를 덮어가고 있었다.


"화내는 표정하지말고, 조금 더 잠들어있는 건 어떠니? 정말로 편안해보였는데."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휙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볕이 방의 일목요연하게 비춰주었다.


분명히, 저택이라고 부를만한 방의 풍경.

커다란 창문의 밖에는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잠들고 싶은 것 같지는 않구나."


그녀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서오렴. 온 것은 어제였지만, 이제야 잠에서 깨어났으니, 오늘 온 것과 다를바 없으니."


그리고, 마치 환영한다는 듯이 팔을 벌렸다.


"우리들의 저택에."


우리가 있는 침대 위.

알 수 없는 표정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팔을 붙잡은 채로 해맑게 웃는 그녀의 사진액자가 걸려있었다.



"...정말로 환영해. 그이와 같은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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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어떻게 이어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