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고집 꺾고
코디 싹 바꾸고
자극적인 옷도 여럿 사고
쉐이더 세팅 값도 갈아치우고
사진 찍는 법, 포즈 잡는 법 찾아봤다.

월급도 받았겠다,
아바타 의상은 물론이고
컴퓨터와 주변기기도 모두 비싼 걸로 바꿨다.



그렇지만 사람들이랑 얘기는 못 나눴다.
누군가한테는 가벼울 몇 마디가
나는 인삿말 다음에 나오지 않아서
줄곧 구석에서 아바타 테스트 하는 게 일과였다.

몇 없는 친구도 시간이 안 맞고
혼자 다니는 건 의욕이 안 났다.

모든 걸 다 가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꿈을 꾸던 그때가 즐거웠던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은데
들어줄 옛 친구들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



24년에는 무엇을 할까.
잔뜩 산 아바타로 친구들의 병마용을 만들까.
남들 따라 가슴 출렁이는 쇼츠를 찍을까.
드로잉을 배워 아바타 낙서라도 할까.
수입 된다는 팬박스를 열어 볼까.

남아 있는 옛 친구가 그랬다.
나는 길 잃은 고양이라고.
그런데 뚝심 하나는 있다고.

듣고 보면 괴로운 일이다.
막연한 감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