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안타까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일단 알아둬야 할 게 이 기기는 밸브, 마이크로소프트, HP 무려 세 군데나 되는 큰 회사들이 합작해서 만든 기기임.

마소가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밸브는 사실상 VR 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렌즈와 패널을 만드는(공급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추가로 인덱스에 쓰인 스피커도 제공해주고 심지어 인덱스와 비슷한 재질의 안면폼/뒤통수폼 패브릭까지 제공을 했음 (HP 말에 따르면 인덱스와 동일한 패브릭은 아니라고 하긴 함)

따라서 설명만 보면 진짜 존나 잘 되어야 할 기기인데, 막상 뜯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망가져 있음

일단 기기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야 할 연결부터가 고장나있음. 연결이 안 되면 쓰질 못하는데 AMD 보드에선 연결이 안 됨. 나중에 v2가 나오면서 수정되긴 했다는데.. 이것땜에 일단 써보기도 전부터 열받고

마소는 걍 이 판에서 빠지는게 최고로 도움이 됐을 정도로, WMR 플랫폼 자체가 진짜 걍 못 써먹을 물건임. 유저들이 만든 모드 중에는 리버브를 비롯한 WMR 기기들이 아예 WMR 포탈이 실행되는 꼬라지 자체를 안 보고 바로 스팀으로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모드도 있을 정도임 (다만 이걸 쓰려면 스팀VR 룸세팅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혼종구성을 해야 함)

WMR의 절망스러울 정도로 짜증나는 점들은 진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조차 안 됨. 룸설정하는 순간부터 짜증 그 자체인데 말로서 설명하면 그 스트레스의 10분의 1도 전달이 안 됨

그리고 밸브가 만들었다는 렌즈는, 내가 지금까지 써본 VR기기들 통틀어서 (바이브1, 퀘1,2, 맆스, 파맥8K+,8KX, 인덱스) 가장 절망적이고 말이 안 나오는 심각한 스윗스팟을 보여줌. 진짜 렌즈의 10~20% 부분만 선명하고 나머지는 초점이 나간 듯 흐릿하게 보임. 진짜 절망 그 자체임

밸브가 만든 스피커는 그 자체로는 좋지만 사실 뜯어보면 하자가 하나 있음. 인덱스에는 3.5mm 이어폰 잭이 들어있는데, 리버브G2는 3.5mm를 빼버렸음. 즉 무조건 그 스피커를 써야 함. 웬만한 사람들은 그냥 쓰겠지만 선택지가 없는건 좋은 일이 전혀 아님

그리고 인덱스의 안면폼과 스트랩을 따라 만든 것 같은 스트랩을 보면, 일단 인덱스와 달리 다이얼이 아니라 찍찍이 방식인데 이건 하자 축에도 못 낌. 왜냐면 인덱스와 달리 리버브는 진짜 공격적일 정도로 존나 좁게 만들어놨음. 인덱스도 안면폼과 뒤통수가 단두형 절벽뒤통수 똥송 두상인 내가 쓰기엔 약간 좁아서 불편함이 있었는데, 리버브G2는 진짜 인덱스가 애교스러울 정도로 엄청나게 좁음.

게다가 인덱스와 달리, 리버브G2 안면폼과 뒤통수는 옆으로 존나 길게 나와있음. 따라서 앞머리/뒷머리만 조이는게 아니라, 옆머리까지 조임. 안면폼의 좁은 각도와 긴 길이까지 더해지면, 관자놀이 바로 앞까지 안면폼이 와서 조여대는 심각하게 짜증나는 상황이 됨. 게다가 와이드 안면폼도 제공을 안 하니 서드파티를 써야 함.

그리고 인덱스와 달리 아이 릴리프 기능이 없고 기본 안면폼의 길이를 너무 길게 만들어놔서, 눈과 렌즈 사이 거리가 태평양이 되어버렸음. 이 문제 또한 v2에서 수정하긴 했는데.. 참고로 v2는 우리나라에선 판매를 안 함.

거기에 화룡점정인 컨트롤러. 아니 대체 나머지 모든 면을 (비록 반쪽짜리지만) 개선을 했으면 뭐하냐고. 컨트롤러 자체가 진짜 써먹지 못할 수준이라 VR 게임을 못 하겠는데.

마소가 진짜 뭘 하기는 했는지 모를 정도로 트래킹 범위에 대한 개선이, 좌우는 몰라도 세로 부분에 대한 개선이 너무 없어서 특히 뚝배기 아랫부분과 머리 위 부분에서 트래킹이 진짜 엄청나게 안 되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그냥 컨트롤러 자체도 문제가 심각함.

터치센서가 없거나 배터리를 AA 2개씩 먹는 주제에 순식간에 닳거나 하는 건 그냥 "사소하고 앙증맞은 찐빠"에 불과함. 진동모터를 진짜 말도 안 나오는 개 싸구려를 박아놔서 진동기능 자체를 못 쓰겠으니까.

VR게임 한번이라도 해본 놈들은 다 아는거지만, 진동기능이 없으면 피드백이 없어서 그냥 허공에서 손을 휘젓는 것밖에 안 됨. 근데 진동모터가 진짜 쓰레기를 넘어선 무언가라서 진동기능을 쓰는게 오히려 훨씬 심하게 짜증나서 도저히 쓸 수가 없음.

이럴거면 그냥 혼종으로 사용 가능하게 라이트하우스 트래킹을 지원하든지, 동글 없이도 인덱컨 페어링 가능하게 만들었으면 훨씬, 몇 배는 더 나았을 거 같음. "마이크로소프트" 자체를 아예 이 판에서 빼 버렸어야 했다는 말임.

진짜 이 기기 하나에 들어간 회사들의 이름값을 전혀 못 해주는 기기임.

오랜만에 또 생각나서 썰을 풀어봤는데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아쉽고 어이없는 기기인거 같음

화질 하나는 진짜 퀘2 싸다구를 후려갈기다 못해 미국까지 날려버리는 화질임. 물론 스윗스팟 내 한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의 화질은 진짜 존나 좋음.

스피커도 인덱스 스피커다 보니 존나 좋고 인덱스와 달리 베스2.0의 고주파 소음도 안 나서 컴퓨터 팬소음만 빼면 상당히 좋았음. 마이크는 난 쓸 일 없지만 마이크도 좋고. 기기도 존나 가벼워서 좁은 안면폼과 뒤통수 문제만 빼면 존나 좋은 축에 속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