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은 가시적인 게 최고긴 합니다.

예시를 드신 부분에서, 싸우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성장한다기보다는 싸운 후 승리한 뒤에 성장한다라고 말해야 더 알맞은 '보상'의 개념일 것 같아요. 저는 전투 그 자체보다 전투 이후에 무엇이 바뀌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바뀌는 것이 바로 보상입니다. 그건 돈일 수도, 괴수로부터 얻은 값비싼 재료일 수도, 아니면 나를 싫어하던 히로인의 감정적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또 정신적 성장이 상업 소설에서 많이 보이지 않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극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죠. 주인공의 목적이 곧 이야기가 됩니다. 헌데 이런 주인공에게 내면적인 변화가 일어나 버리면 이야기가 갑자기 샛길로 빠져 버립니다. 목적이 달라질 수도 있고, 달라지지 않더라도 주인공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겠죠. 김치찌개 잘 판던 집이 갑자기 디저트 가게로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장편의 주인공들은 내면적 성장을 잘 이루지 않습니다. 그런 주인공들은 보통 단편에서 많이 나오죠. 영화 같은 매체에서요.

사실 엄밀히 말하면 사건 이후에 생기는 "변화"임. 작법 배웠으면 사건 이후에 무엇인가 변화하여야 한다는 건 알고 있을 것임. 인물의 지위나 관계 같은 거 말이야. 근데 웹소설은 이 변화가 주인공에게 초점을 두고, 반드시 플러스적인 요소로 변화함. 다른 인물의 변화도 가능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주인공에게 있어 플러스가 되는 요소일 때만 가능함. 그렇다보니 이걸 보상이라는 단어로 부르는 거. 실질적으로는 원래 작법에 있는 '사건 이후의 변화'와 일맥상통함. 단지 좋아지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