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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장 https://arca.live/b/webfiction/101227351?p=1


본 내용은 아주 핵심적인, 다르게 말하면 부분적인 요약임.


<캐릭터 공작소> 안에는 훨씬 더 깊고 풍부한 내용과 아이디어를 마구 자극해 버리는 찰떡 같은 예시들이 한가득이므로, 관심이 생긴다면 구입하여 읽어보길 바람.






8장 사랑받는 캐릭터와 미움받는 캐릭터 - 상편

 

나를 비롯한 망생이들이 종종 주인공을 불쾌한 캐릭터로 만들곤 한다. 그건 반영웅(안티히어로)을 만들려고 의도해서가 아니라, 주인공이 불쾌한 캐릭터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작가에게 있어 캐릭터에 대해 독자의 동감이나 반감을 자아내는 방법을 명확히 인지하고 훈련해야 한다.

 

 

 

1) 첫인상

 

캐릭터도 현실의 사람처럼 첫인상을 남긴다.

 

1.1)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동체에 속한 사람, 자신이 지닌 장점을 닮은 사람에게 이끌리며 편안함을 느낀다.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어리기보다는 연령이 비슷한 사람, 경제적 여건이 비슷한 사람, 옷 스타일, 종교, 정치적 성향, 학연, 지연, 같은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등.

 

반대로 나와는 사뭇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긴장하게 된다.

외국어로 말하는 사람, 이상한 옷차림, 폐쇄적 집단의 일원 등.

또한 내가 느끼는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면 나쁜 인상을 받는다. 너무 시끄럽게 말하거나 부적절한 말투, 나쁜 위생 상태 등, ‘나라면 절대로 안 할법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불신하고 싫어하게 된다.

 

그러나 정반대의 사람에게 끌린다는 격언에도 일리가 있다. 좋은 첫인상에서 나오는 호감은 즉각적이지만, 그만큼 얄팍하다.

 

덧붙임)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에서도 첫인상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인상이 호감이었던 김다람은 훗날 주인공을 배신하고, 첫인상이 구렸던 우민희는 오히려 주인공의 조력자가 된다. 또 인간 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쳤던 디펜더는 알고 보니 유능하고 활동적이며 사회적인 인물이었다.

 

1.2) 출판사의 반대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소설 독자는 여성이 많으니 당신 작품에도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까? 이건 진리는 아니지만, 여성이 주로 읽을 소설의 주인공을 남자로 설정하면 즉각적인 동질감을 불러오지 못한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여성을 타겟으로 한 소설을 쓴다면 여성으로 설정하는 편이 훨씬 쉽다.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덧붙임) 웹연챈 버전으로 쓰자면 여주물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독자들은 TS 주인공에는 쉽게 공감하지만 여성 주인공에는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대체품이 범람하는 웹소설 시장에서 남성 독자들을 타겟으로 여주물을 쓸 이유가 있을까? 비단 여주물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마이너 소재도 마찬가지다. 글먹이 목표라면 메이저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출발선에 서는 것과도 같다. 물론 취미면 그냥 써도 되지만.

 

1.3) 공감 대 호기심

 

우리는 우리와 닮은 캐릭터에게 대체로 호감을 느끼지만 지루함도 느낀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익숙함이 아니라 낯섦이다. 때문에 너무 전형적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쉽게 지루해진다.

 

 

 

2) 사랑받는 캐릭터

 

캐릭터에게 공감하도록 할 수 있는 도구는 다음과 같다.

 

2.1) 육체적인 매력

 

시각적 정보가 전무한 소설에 육체적 매력과 같은 도구는 큰 효용을 기대할 수 없다.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의 외모에 감탄하는 연출로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는 있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심지어 캐릭터의 외모를 꼭 묘사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독자들은 캐릭터의 행적을 바탕으로 알아서 이미지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외모 묘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외모를 묘사하는 것이 독자의 공감을 얻는 다른 기법에 비해 효과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오히려 뻔한 묘사에 독자들이 질색할지도 모른다.

 

덧붙임) <전지적 1인칭 시점>을 읽으며 감탄했던 부분이 있는데, 개의 왕 아지의 외모를 묘사하는 대목이었다. 작가는 첫 등장에 아지의 외모를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아지의 캐릭터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독자들이 아지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될 때쯤, 첫 등장 이후 10화도 더 넘은 시점에 외모를 묘사한다. 나는 자연스레 아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뻔하다면 뻔할 외모 묘사를 주의 깊게 읽었다. 소설에서 활자로 인물의 외모를 전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은 없을 것이다.

 

2.2) 이타주의: 피해자, 구원자, 희생

 

피해자

주인공이 피해자가 된다면 독자들의 측은지심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약해 보인다는 대가가 따른다. 동정과 더불어 경멸도 받는다는 것. 이 결점을 보완하려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거나, 주인공이 맞서 싸우려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구원자

구원자는 말할 것도 없이 호감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구원에 실패한다면 바보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

 

희생

주인공이 희생을 결정한다면 독자들은 그 결단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공감하리란 법은 없다. 예를 들어, 그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면 독자들은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2.3) 계획과 목적, 갈망과 꿈

 

초보 작가들의 작품에서 흔한 실수는 주인공이 늘 사건에 반응만 한다는 것이다. 주도권이 없이 끌려다닌다는 거다.

캐릭터가 가진 꿈이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그리고 그 꿈을 이루려고 들여온 노력이 클수록 독자의 공감도 더 커진다.

 

2.4) 용기와 정정당당함

 

캐릭터가 스스로 옳다거나 필요하다고 믿는 것을 위해 위험을 짊어진다면 독자는 캐릭터를 좋아할 것이다. 그 용기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독자들은 용감하고 정정당당한 캐릭터에게 성원을 보내며, 비열하고 야비한 캐릭터에게는 공감을 잃는다.

 

2.5) 태도

 

피트는 나쁜 일이 닥쳐도 불평하거나 칭얼거리지 않고 자신 외에 누구를 탓하지도 않는다. 또 자신의 선행을 자랑하지 않으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연민하고, 화가 날 때도 타인의 말에 귀기울인다.

다른 캐릭터들은 피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피트를 더욱 사랑할 것이다.

 

2.6) 자의인가 타의인가

 

고생스러운 일을 타의에 의해 억지로 맡게 되었다면 독자들은 공감하기 어렵다. 반대로 쉽게 공을 차지할 수 있는 일이라면 타의에 의해 맡게 되어야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

 

2.7) 신뢰성

 

영웅은 약속을 지킨다. 약속을 저버리려거든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나중에라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다.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거짓말은 과거를 꾸며낸 것이지만, 신뢰는 미래에 대한 말이다. 즉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더라도. 독자들은 주인공을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세를 지키거나 어기는 것은 모든 종류의 이야기에 들어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이다. 주인공이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을 저버린다면, 독자는 캐릭터에 이입하지 못할 것이다.

 

2.8) 영리함

 

사람들은 지성이나 유식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거만하고 엘리트 의식에 물든 속물로 평가한다. 때문에 주인공은 영리하고 지적이면서도, 이를 과시하거나 우쭐해 해서는 안 된다.

 

덧붙임) 작가도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도구의 쓰임이 바뀔 수도 있다. 영리함을 뽐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복수에 눈먼 회귀자라면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것을 허용할 수도 있다.

 

2.9) 사랑스러운 결함: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가 지나치게 완벽하면 독자들은 믿어주지 않는다. 우리는 애정과 신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스타워즈의 한 솔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거들먹거리며 내야 할 돈을 안 내고 내뺀다. 셜록 홈즈는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무례하다.

수많은 공감 속 한두 개의 결점들은 오히려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덧붙임) <악당은 살고 싶다> 속 데큘레인이 웹소설 속에서 사랑스러운 결함을 보여준 완벽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는 지나치게 청결과 외모를 신경 쓰고, 학생들을 대놓고 바보 취급하며 무시하는 등 결점을 보이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매력을 뽐낸다. 결과적으로 그의 결점까지 매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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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상당히 많아서 미움받는 캐릭터의 특징은 하편에서 다루겠음.


개인적으로 이번 편은 도움 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와닿았던 것을 꼽자면 캐릭터의 외형 묘사가 생각 이상으로 무용할 수 있다는 것, 주인공의 목표가 원대하고 노력을 들인 시간이 길수록 공감하기 쉽다는 것, 자의인가 타의인가, 사랑스러운 결함... 이 정도.

알고 있었던 내용도 있지만, 어렴풋한 것을 정리해준 내용이 많아서 만족스러웠다.


몇 가지 예시를 달아두긴 했지만 웹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예시가 더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면 고마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