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띠 띠 띠
연속적으로 들려오는 기계 소리. 그 기계의 소리가 곤히 잠들어 있는 한 소녀를 깨운다.
부스락 부스럭
이불이 스치며 거슬린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듣기 싫다.
간암 말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 벌써 5개월. 본래 버킷리스트를 채우며 돌아다녔지만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
그 결과가 이거다. 싸늘한, 간병인 하나 없는 싸늘한 병실.
가족이라곤 없다. 암 보험 따위. 빚에 쫒겨 사는 데 그런 것까지 들어 둘 여유는 없다. 항암치료를 받을 비용이 부족하다.
게다가 항암치료를 고통스럽다.
그런데 돌고돌아 결국 여기인가.
빛내보지 못한 삶. 항상 저 멀리 동떨어져 있는 내 인생. 그저 그림자 속에 갇혀 있는 어릴 적의 난 이 병실까지 이어지는구나.
지금 보니 닮았다. 이 싸늘한 병실, 내가 항상 있던 위치와.
아마 오늘 밤이 마지막이겠지. 내 24년이라는 짧은 태엽이 끊기는 날이.
아. 오늘이 몇일이더라.
내가 침대 옆 서랍 위의 휴대폰을 들어 전원 버튼을 눌렀다.
202×년 12월 24일
11 : 42 A.M
지독하다. 해도 너무하다. 적어도 크리스마스는 넘기고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
***
벌써 밤 9시다.
난 병실의 창문을 통해 밖의 풍경을 보았다.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화려하다. 꼭대기엔 커다란 별이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병문안을 온 가족들과 그 환자들이 깔깔 웃으며 서로 마주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난 내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가 몸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려고 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한 사람의 서러움이, 눈물이 되었다.
난 그대로 오열했다.
"아아아아! 흐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동안 살아오며 내 가슴 속 깊은 구석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서러움들이 하나씩 나타나 모든 것을 토해냈다.
초등학생, 학부모 참관 수업에 온 부모와 이야기 하는 아이를 부러워했다.
중학교, 시험을 잘 보았다고 부모님이 용돈을 주었다고 자랑하던 아이가 한없이 부러웠다.
고등학교, 졸업식에 친구들 대부분의 부모님이 오신 것을 보고 부러워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졸업을 반복해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
집에 돌아가면 나 하라는 것이 너무 서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날 안쓰럽게 여겼다.
한번만이라도 위로를 받아 보고 싶었다. 그저 괜찮으 라는 형식적인, 말뿐인 위로가 아니라, 마음이 담긴 위로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랫동안 쌓여 있던 둑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