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마다 느끼는 감정의 색채를 춤으로 옮겨서 표현하는 법은
이 교실에 모인 17세의 똑똑한 수재들 중 나만이 안다.
춤추는 17살은 보통 싱그럽다.
춤추는 17살은 보통 자기 맨살을 잘 드러낸다.
춤추는 17살은 보통 친구들과 이런저런 일을 벌인다.
그 바를 끝까지 관철해서 22~23살쯤에는 세상을 기쁨으로 물들인다.
오직 변변찮은 곳에서의 단합 대회와
패자에 대한 냉대가 17살한테서 춤을 빼앗는다.
감탄의 시선이 죽은 매미에 대한 긍휼로 바뀐 걸 느끼는 법은
표현의 기쁨과 쓰일 데 없음의 기압 차를 느끼는 법은
춤이란 꿈을 얼렁뚱땅 ‘교육자 지망’으로 바꿔 끼는 법은
내 존재의 시시함을 새삼 느끼는 법은
이 주입식 교육을 견딘 동문회에서 나만이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