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불사,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존재. 만일 자신이 불로불사가 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나는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3년 전, 정신병자가 휘두른 칼에 찔린 나는 요단강 한가운데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다. 12시간, 혈액 20L를 사용하는 대수술의 결과는 완전한 생명, 그리고 내 뱃속에 박힌 기묘한 보석이었다.


의사가 말하길, 보석은 수술 중 내 뇌파가 완전히 꺼짐과 동시에 뱃속에 갑자기 나타났으며 주요 신경과 근육을 휘감은 채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박혀 있다고 했다. 의사도 이것이 뭔지, 어떠한 경위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이것을 무리하게 제거하려 하거나 파괴한다면 분명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나, 뱃속에 있기에 교통사고 급의 충격이 아니라면 분명 파괴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석이 무언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수술이 끝난 어느 여름날, 친구들과 함께 해운대에 놀러갔을 때였다. 한 아이가 바다 깊은 곳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지 않은가? 안전요원도 보이지 않던 그때에 내 몸이 움직였다. 나 역시 수영에 자신 있는 건 아니었으나, 그저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가라앉으려던 아이를 붙잡아 뒤늦게 달려온 안전요원에게 넘긴 나는, 때마침 밀려들던 이안류에 휘말려 바다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이를 구한 한 청년의 영웅적인 죽음,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사람들이 추모했다. 그리고, 그 영웅은 3개월만에 거제시 어느 해수욕장에 떠밀려왔다. 살아 있는 채로. 전국이 아니, 전 세계가 경악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맨몸으로 먼 바다에 휩쓸려서 3개월만에 살아돌아온 이는 없었으니까. 몸 상태는 놀랍게도 정상. 상처나 병은 물론이고 탈수 증상조차 없었다. 의사와 기자들은 일제히 어떻게 3개월 동안 버텼냐고 물었지만, 나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짜디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바다의 물고기들이 내 살점을 물었으며, 뜨거운 태양이 나를 불태웠지만 나는 죽지 않았으니까. 정신을 차렸을 땐 다른 해수욕장 위를 비틀비틀 걷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이 열망도 내 죽음(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빠르게 잊혀졌다. 나는 조용히 살며, 이제는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도움 요청을 거부하고 나 혼자만 살아왔다. 관심 받는 것은 이제 부담스러울 뿐이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불로불사가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라고 물었을 때 어린 나는 '사람들을 돕는 히어로가 되겠다'고 말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배우겠다'고 답할 것이다. 히어로는 세상의 관심을 너무나 끌었으니까. 그리고 나의 불로불사는 몸 속의 보석에 문제가 생긴다면 끝날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도서관과 대학에 틀어박혔다. 죽음에서 돌아온지 반년 만이었다. 내 전공을 마스터하는 데에 1년이 걸렸다. 며칠이고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으니까. 부전공을 마스터하는 데에 1년 반이 걸렸다. 이제 밥을 먹는 것도, 물을 마시는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노벨상을 탄 교수 아래에서 대학원생이 되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데에 2년이 걸렸다. 친구들은 나를 떠났고, 나는 혼자가 되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에 2년이 걸렸다. 20대 박사, 그야말로 완벽한 길을 걸어온 나는 이제야 마음 속 한 가지 텅 빈 공간을 느꼈다. 그 크기는 내 뱃속 보석과 비슷했고, 연식은 내가 바다에서 살아 돌아온 날부터였다. 그날부터 나는 항상 생각해 왔다. '어찌하여 곤경에 처한 사람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할까.' 내 목숨은 그 사람의 목숨과 같은 목숨이지 않은가? 내 목숨을 지켜야 하는 것은 나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의 목숨도 그들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굳게 믿고 누구의 도움 요청도 거부해왔다. 하지만 어찌하여 이리도 마음이 복잡할 까… 라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길가의 아이가 떨어뜨린 공을 쫓아 도로로 뛰어드는 순간, 트럭 한 대가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아, 그때와 같다. 그날 내가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달랐을 지도 모른다. 저 아이를 구하면 내 인생은 바뀔까? 그러나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이미 내 몸은 아이에게 향하고 있었다.


아이를 밀침과 동시에, 트럭의 강한 충격이 허리부터 시작해 온 몸으로 퍼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한 마디 글귀가 스쳐 지나갔다.


'쓰러진 자들은 영원히 기억되리라.'


그 의미를 알아차린 순간, 몸 속에 있던 무언가 산산조각 나는 느낌과 함께 내 생명은 급격히 스러졌다. 하지만, 내 몸은 무너졌지만 이제껏 비어있던 마음 속 공간은 확실히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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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올라 프리스타일로 와바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