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등


노란 나트륨등이 사라진 지금

그 이름조차 이젠 금기가 되어, 소듐―

―이라는, 소금기 가득한 발음으로 부르고

나는 백열등 아래에 누워있다


언젠가 어떤 이유로 집 나가 가로등 아래서 쭈글트려 있었다 외투 사이로 스미는 칼바람을 막지도 못하고 모닥불 대신에 샛노란 나트륨등에 등을 쬐어야 하던

나는 그 시절로 가는 길 가로등 아래에 서

있다


누렇게 드리운 그림자는 내 유년의 빗금

곧 나의 지금이라

나는 도무지 바꿀 수 없이 오래된 나를 그저 미워만 한다

내 주위를 비추는 것은 백색등이다 소금같이 쓴 색이다


배워온 것들은 옛 것

칼륨 대신 포타슘, 게르마늄 대신 저마늄

그것이 옳게 된 오늘

나의 지금은 여전히 가로등 아래 결정으로 맺혔다


나는 옛 사람이나

옛 물건들이 죄 치워져도 나는 치워지질 않는다

그저 선명하게

하얗게 비치운다 나는 이제 눈물이 짜다

내가 갖고 싶지 않던 모든 것을 애쓰지 않고 버리게 해주세요 내게 나트륨등을 주세요 


애원하며 굳이 따져 가린다

소듐말고 나트륨

노란 나트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