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위키배이스 노동자인 평범한 개인이'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나는 정체도 모를 누군가에게 쫏기고 있고 내 '평범한' 삶은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도대체 누가 왜 나에게 이러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탄해 보았자 무엇하겠는가. 빌미를 준 것은 나였지 않았는가. 세 달 전으로 나는 내 기억을 더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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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5년 나무의 날

나는 그때도 매일같이 계속 똑같이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팠다. 이곳에서는 땅 밑에 묻혀 있는 위키배이스와 데이터 덤프를 파낸다. 뭐 돈과 '지식의 나무'를 조절할 연료를 얻을 수 있다나 뭐래나. 

"어이, 그거 만지지 말지?"

아, 참. 깜박했다.

캐낸 데이터 덤프는 손으로 만지면 안되고 무거운 기중기가 옮기는 노고를 대신한다. 데이터 덤프를 사람이 만지게 되면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이 덤프에 흘러들어가 지식의 나무가 불순물을 흡수한다고 한다.

"오늘도 수고했다. 내일은 더 고된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푹 쉬고 와!"

저 분은 위키배이스 굴착 감독관 박재영이다. 원래는 이 위키의 최고위원회의 일원이었지만 무슨 이유로 좌천되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그 분'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평가도 좋고 착실한 일원이 급작스럽게 강등당할 이유는 이것밖에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훨신 더 위중한 운영방해죄가 있긴 하지만 만약 반역을 저지르면 보통 순식간에 위키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 말로 사라진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모든 기록, 그리고 그가 한 모든 일이 없던 것이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듣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모두 진실을 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그 말은, 과장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어쨋거나 진실이라는 것이다.

집에 와서는 바로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