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하라.”


홍콩 도심의 고가도로에서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던 독립군과 중공군. 결국 중공군 현장지휘관은 속전속결로 싸움을 마무리짓기 위해 고가도로 폭파를 선택한다.

그 폭음과 진동은 어마어마했다. 홍콩역사박물관은 물론이고 홍콩 섬의 독립군 지휘실까지 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연히 그 결과 역시 참혹했다. 

수백 명이 까마득한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모두 사망하거나 사망에 근접했다.

순식간에 전열이 사라지자 독립군은 전보다 더 빠르게 패퇴했고, 미카엘 류가 우려했던 대로 12고지까지 밀리고 말았다. 

12고지의 방어가 뚫린다면 해협을 등지고 배수진을 치는 수 밖에 남지 않는다. 당연히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시민군이 중공군 기갑대를 상대로 버텨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지원군은 뭘 하는 거야! 이미 20분을 넘어서 30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꽁무니도 보이질 않잖아!”

미카엘 류는 들고 있던 볼펜을 지도 위에 패대기쳤다.

“중공군이 고가도로와 함께 사자산터널도 폭파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대로산터널 쪽으로는 족히 40분은 걸릴 겁니다.”

“이젠 항공지원이 절실하네.. 시민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지금이 딱 그 한계고.”

미카엘은 다시 고개를 틀어 고든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자네, 나랑 미친 짓 한번 같이 해보겠나?”


MTR 동철선 홍함역.

“빨리 실어! 뒷일은 내가 책임진다.”

운행을 중단하고 역에 주박한 전동차 안으로 정체불명의 상자가 하나 둘 실렸다. 아담한 전동차 내부는 어느새 상자들로 가득 찼다.

“정말.. 가실 겁니까?”

“이 땅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기관사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돌아가길 빌어 주게.”

운전실의 문이 닫히자 전동차는 쇳소리외 함께 마지막 운행을 시작했다.

한편, 기관사는 끊임없이 속으로 되뇌었다.

“1km 주행, 탈출, 신호 송신. 알아들었나?”

열차가 역을 빠져나와 선로를 달린다. 위로는 도로와 그 위에서 싸우는 전우들이 지나가고, 전차 소리가 들려온다.

주행거리 1km. 기관사는 비상정차 레버를 있는 힘껏 당겼다.

“이쪽은 준비 끝났고, 잽싸게 빠져나가야겠군.”


기관사는 운전실 문을 밀었지만 어째선지 열리질 않았다.

밀면 밀수록 힘이 더 빠져만 갔고, 종국에는 그럴 힘마져 사라졌다.

지난 80년간의 추억이 그의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하, 참. 쓸모없는 인생 하고는..”

“이번 한 번 만이라도, 내 인생이 700만 동포들에게나마 쓸모가 있기를..”

기관사는 무전기를 켜며 조용히 읊조렸다.


“준비, 끝났소..”

“폭파하라.”

‘자유가 그대들과 함께하리라..’

기관사는 힘없이 버튼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 움직임은 마치, 명계로 손을 뻗는 망자와도 같았다.

이윽고 지하에서 다시 한 번 폭발이 일었다. 땅이 훅 꺼지며 자유를 짓밟던 전차들을 지하세계로 끌어내렸다. 

“해내셨군요, 대형..”

“부디 자유로운 그곳에서는 편히 쉬시길..”

미카엘 류는 눈물을 머금으며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다시 한 번, 사자산으로 돌격!”

독립군은 전차를 짓밟으며 다시 전진했다. 이미 수많은 폭발에 익숙해진 탓에 전차의 포격쯤은 예사였다.

병사들은 한쪽 궤도가 망가져 오도가도 못하는 전차에 달려들어 피의 복수를 시작했다. 

“뜨거운 맛 좀 보라!”

전차의 뚜껑이 열리더니, 안으로 펄펄 끓는 물이 부어졌다. 이로써 58년 전 베이징에서 희생된 수많은 시민들의 복수가 이루어진 것이다.


사자산 입구에 다다르자, 동쪽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휘날리며 대규모 정규군이 합류했다. 꼭 상륙이 시작된 지 1시간 10분만이었다.

“늦어서 미안하오. 부디 우릴 용서해 주오.”

“저우셴위 씨, 어서 길이나 안내하십쇼.”

미카엘은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이후 한 시간이 지났다.

전 세계 언론들은 홍콩독립군이 완전 수복한 구룡반도로 달려가 현장을 집중 보도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한 독립군 병사들의 소식이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타이베이, 하노이, 마닐라에게까지 퍼졌다.

당연하게도 베이징 중난하이는 발칵 뒤집혔다. 자신들이 그토록 무시하고 깔아뭉개던 조그만 타이완 섬의 중화민국이 자신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중공 정부는 핵무기 사용까지 고려했지만, 동아시아 최고의 금융, 물류 허브이자 자국의 영토인 곳에 핵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해 온 ‘하나의 중국’이 자충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중국대륙은 남동부 해안가를 시작으로 점차 해방되어 갔다. 개전 4시간도 안 되어 저우셴위의 회유에 인민해방군 다수가 투항했고, 격전 끝에 광저우가 수복되었다.

홍콩 쪽도 마침내 완전히 수복되며, 홍콩과 선전 경계에 위치한 록마차우 역에서는 오성홍기가 내려오고 청천백일만지홍기와 흑색 홍콩기가 나란히 게양되었다. 독립군은 연방 만세를 불렀다.



영광이여홍콩에 돌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