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서드씨… 몇 시에 보기로 했었지?”

 “12… 즈음이었지?”

 

류가 우물거리며 말했다그는 햄버거를 안 먹고 있다가 4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물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12시라그러면 11시 30분 즈음에 출발하는 것이 좋겠지레아는 씻고 있을 것이고아우루엔은… 당연하다는 듯이 서재에 박혀 있겠지휴엔은 아마 자고 있을 테니 슬슬 깨우는 게 좋겠지나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휴엔의 방으로 향했다.

 

 “크어어어어… 크르어어

 

휴엔이 코를 고는 소리가 귀를 송곳처럼 찌른다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의 침대로 다가가 앉았다그의 자는 모습을 보자 여러 생각이 겹친다아버지와휴엔과 함께했던 과거떠올리기만 할 수밖에 없는 그 과거를풀숲에서 낮잠을 자던 휴엔의 귀여웠던 얼굴이 떠오른다아버지를 잃어버린 일이 휴엔을 이렇게 만든 걸까아니면 5년 동안의 헌터 생활이어느 쪽이 되었든 휴엔은 과거에 비해 너무 바뀌었다.

 

 “휴엔일어나.”

 “그어어어… 5… 5분만

 “빨리 일어나기나 해서드씨를 보러 가야지.”

 

휴엔은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탄성을 내고 있었다그의 머리는 붕 떠서 하늘로 떠올랐다그러고선 지금이 몇 시냐고 묻길래 나는 10시 47분이라 말해주었다그러자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자신의 예비 부품을 꺼냈다.

 

 “…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점검이나 좀 할게총알도 확인해야 하니까.”

 “언제 씻게?”

 “뭐하러 씻어귀찮은데점검 좀 할 테니 좀 나가줘.”

 

후우…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어쩌다 사람이 이렇게 변했는지과거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뭐라고 할까귀여운 고양이가 재규어와 나무늘보가 섞인 괴물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방문을 나섰다이렇게 된 거 레아와 같이 탕에 들어갈까아냐그냥 빨래방에서 세탁기나 돌려 둬야겠다방문을 나서서 왼쪽으로 돌아 복도를 쭉 걸어갔다계단을 지나자 빨래방에 들어왔다.

 

 “… 왜 이리 많아… 며칠 전까지

 

칼테크에 있었지어제 세탁을 하지 않았으니 그럴 만하네나는 한숨을 쉬며 세탁기에 세제와 옷들을 쑤셔 넣었다그러고서 세탁기를 닫은 뒤 세탁을 시작했다나는 잠시 기다린 뒤 옷을 꺼내 빨랫대에 올려놓았다그러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오뭐하고 있어?”

 

류가 다가왔다그는 웃는 얼굴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그에 질렸다는 듯이 케이나의 목소리또한 들렸다그녀는 귀찮은 성격 때문에 잘 안 일어나는 게 아니었나?

 

 “너무 뚫어져라 보시는데요제가 조금 게으르긴 한데… 사실 류가 싫어서 그런거기도 하거든요~”

 “하하… 주인한테 너무 박한 거 아니야?”

 “너무 박하다구요~? 일하기 싫을 때에 강제로 노동을 시키는 사람이 더 심한 거 아닌가요정말 재미있는 주인이네요!”

 

저 둘이 대화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마치 코미디 같았다몇 시간이고 그 대화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에이… 그래도 나만 한 주인 없지 않아?”

 “… 할 말이 없네요뻔뻔한 거로면 인정할게요.”

 

케이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나는 작게 웃으며 기지개를 켜고서 일어났다그들의 잡담을 듣다가 20분이나 지나자 나는 놀라서 류에게 레아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 뒤 휴엔의 방으로 달렸다문이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리자 나는 휴엔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휴엔!”

 “… 벌써 시간이냐그래… 아우루엔이나 부르러 가나가 있을 테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방을 나섰다휴엔이 제때 나올까 싶기도 했지만 바쁜 것은 아우루엔이었다서재에서 어디 즈음에 있을지 모르니하지만 걱정한 것에 비해서 아우루엔은 문 앞에 나와 있었다.

 

 “… 마침 시간인가출발하지준비는 되어있다.”

 “빠르네어디 사는 누구랑은 달라.”

 “… 그건 휴엔을 말하는 건가?”

 

당연하지준비도 안 한 멍청이가 어디에 있겠어단 한 명이지나는 한숨을 쉬며 정문으로 나갔다류는 레아를 데리고서 정문에 나와 있었고휴엔은 우리가 도착하자 자신의 방에서 나와 부랴부랴 출발할 준비를 마친 듯했다.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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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셨나요?”

 

서드씨가 린씨보다도 더 빠르게 우리를 맞이한다서드씨는 무언가를 마시고 있는 모양이다우리는 그곳으로 다가가 앉았다.

 

 “어서오십시오바로 시작하죠이번 일이 제가 맡기는 마지막 일일 겁니다.”

 “… 그렇겠죠위치는 알아냈나요?”

 “이곳텔레스에 있다는 것만요이번에 칼테크에서 살인귀가 잡힌 것을 듣고는 텔레스에서 활동을 시작한 모양입니다.”

 “여기서 활동… 그러면 범행을 저지른 위치는요?”

 “그건 여기

 

그는 내게 서류를 건넸다나는 다른 무엇보다 범행일에 눈이 갔다그저께잖아카드는 스페이드 8. 피해자는 일반인 세 명초짜로 보이는 헌터 네 명그리고… 기사단원 한 명살인귀 본인도 그렇지만 진짜 기사단도 막 나가는구나기사단원이 당했는데 우리 같은 헌터에게 일을 맡긴다자료도 충분히 있을 텐데.

 

 “… 휴엔씨니까 하는 말입니다만… 황제께서는 기사단이 나서지 말고 헌터에게 맡기라고 하시더군요기사단원들이 나선다면… 사실 살인귀 본인도 잡았을 것 같습니다만절대 당신의 공을 낮추려는 것은 아닙니다그저… 조금 걸린다는 것이지요.”

 “지랄이죠황제가 그런 일까지 하는 건 모르겠고중요한 건 대부분의 기사단이 책임 전가 하나는 확실하게 잘 하는 것 같네요.”

 

그는 그 말을 듣고는 헛웃음을 지었다그가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지과로하는지 알기에 그 헛웃음에는 많은 허탈함이 담겨있었다그는 자신의 장비인 장검과 방패를 들고서 문으로 향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이번 의뢰의 보수는 그곳에 적어뒀습니다아마 충분히 만족스러우실 겁니다마지막이니만큼 확실히 처리해주세요.”

 

어디 보자… … 십만 아크!? 이런 미친모방범이니만큼 아무리 많아도 만 아크 정도를 생각했건만역시 서드씨야그것을 본 아오와 류는 놀라고레아는 신나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십만 아크라… 뭐 할 거야?”

 “몰라이만큼 받을 줄은 몰랐는데… n분의 1로 나누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전에 벌었던 아크는 전부 저택의 관리비로 저축해놓았으니 이 정도는 상관없겠지나는 대검에 기대어 일어나서 린씨에게 다가갔다그건 그렇고 의외로 사람이 많네내가 꽤 홍보가 되긴 했나 보네아무리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사람이 꽤 많네요.”

 “그러게… 장사는 잘 되네.”

 “고민이라도 있어요장사 잘 되면 좋은 거잖아요.”

 

린씨는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다름이 아닌 몇몇 초보 헌터들이 실종됐다는 이야기이다어떻게 되었을지는 뻔하다슬럼가의 범죄자에게 무참히 살해당했거나그런 범죄자에게 잡혀 팔려나가겠지굳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초보들이 좀 있어야 세상이 굴러가지 않겠니너도 초보일 때가 있었잖아?”

 “초보는 무슨요… 최소한 싸울 줄은 아는 것들이 이 바닥에 발이라도 들이밀어야지무슨 로망 같은 거 때문에 싸움도 못 하는 것들이

 

린씨는 그런 사람도 있는 거라며 웃음을 지어 보이셨다그런 것들이 대부분 죽고정말 쓸만한 녀석만이 남아서 헌터 일을 하는 게 이 헌터라는 직업이다이런 현상은 예전부터 꽤 오랫동안 일어났다그러니 이 망할 헌터 판은 고일 대로 고일 수밖에.

 

 “범행 시각은 대부분 비슷했으니 살인귀 본인보다야 빨리 잡히겠지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고.”

 “… 그렇겠죠잡범들도 숨기는 단검 하나 정도는 있으니

 

뒤에서 잡범이 아니잖아.’ 하며 아오의 딴지가 들어왔다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 뒤돌았다그러자 린씨는 컵을 닦으며 웃으셨다.

 

 “하하… 여전히 사이좋구나역시 그런 부분은 바뀌지 않아서 좋네.”

 

늘 제가 맞는다는 부분은 조금 바뀌었으면 좋겠지만요나는 그 말을 속에만 담아둔 채 바 테이블에서 일어났다예상 범행 시각은 약 19그리고 현재 시각 12시 20시간은 충분했기에 현장에서 흔적이라도 찾아볼 심산이었다대충 둘러대며 밖으로 나서려 하자 아오가 아우루엔과 함께 가라고 한다… 아는 건 많으니까 흔적을 찾는 데에도 도움은 되겠지.

 

 “그럼 뭐… 같이 가자.”

 “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