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학기의 시작,그리고
이나는 옷걸이에 걸린 교복으로 느릿느릿 갈아입었다. 침대 맡 창문은 아침 7시 10분임에도 불구하고 검은 하늘을 그대로 투과했다.
흰 블라우스, 스타킹, 속바지, 치마, 학교 스웨터, 리본- 1년 동안 입고 다녔던 것이지만, 학교 스웨터는 여전히 그녀에게 컸다. 작년 이맘때쯤, 엄마는 이렇게 말하며 큰 사이즈를 골랐었다.
“너, 이거 3년동안 입을 옷인데, 살 찌고 키 클거니 큰 사이즈 사야 돼.”
적어도, 지금은 1학년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엄마는 아직 침실에 누워있는 모양이었다. 침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가끔 이나가 교복을 다 입고 아침을 먹으러 부엌으로 향할 때, 엄마도 밖으로 나와 아침을 해 주실 때도 있었다. 그러나, 3일 전에 엄마와 컴퓨터 진로 때문에 말다툼을 했기 때문에, 이나는 엄마와 대면하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침실에서 나오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좋을 따름이었다. 둘이 있어봤자 하는 이야기는 ‘컴퓨터 진로’뿐일 테니까.
그리고 이나는 다시, 어제부터 잊으려고 했던 ‘언니’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그렇게 멍청하게 죽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꿈을 접기를 강요당할 일도 없었잖아.’
이나에겐 언니란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야 만 것일까.
아침부터 뒤숭숭한 생각을 가진 채, 이나는 냉장고에서 우유와 시리얼을 꺼내, 식탁에 가져가 먹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같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나의 습관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인터넷 뉴스를 보곤 했다. 특히 아침에 뉴스는 간밤에 일어난 일이라던가 등을 알 수 있었고, 또 신박한 뉴스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학교 컴퓨터 과목 공부 시간에 인터넷 뉴스를 정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시리얼을 한 입 물고 헤드라인 뉴스를 찾았다.
‘[속보]에센셜 신문. 2050년 3월 2일.
3월 2일 오전 4시, 한 아파트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하던 이모 씨는 불법 사이트를 접속 하던 중, 사이버 테러리스트의 감전 테러로 사망하였다. 검찰은 “오늘 내일 내 수사를 마치 겠다”고 발표했다.‘
또 테러라니. 내 백신을 또 업데이트 해야 되는 건가? 이나는 중얼거렸다. 그녀가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백신은 바이러스 감지와 퇴치에 매우 유용하여, 네티즌들과 교내 학생들에게 널리 퍼졌고, 수익이 불어나버린 상태였다. 그녀의 별명이 ‘컴퓨터의 신’인 이유도 바로 그것.
테러가 늘어날수록, 업데이트는 계속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띠리리리리리리링!”
백신 업데이트 구상에 빠져 있던 중, 갑작스럽게 핸드폰 화면이 바뀌며 전화벨이 울렸다. 이나는 화들짝 놀라 오른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놓쳤다. 챙강. 테이블에 숟가락이 떨어졌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이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숟가락을 집어들었다. 안방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이 들렸다. 엄마인게 틀림없다.
“신이나! 너 지금 어디야?”
익숙한 목소리다. 비록 안 들은 지 20일이 넘은 목소리지만, 그 애의 특이한 목소리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나? 지금 집인데, 왜?”
이나가 말했다. 다시 숟가락으로 시리얼을 입에 떠넣었다.
“학교 같이 갈래? 같이 등교하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긴 하지만.”
이나는 2초간 빠르게 생각했다. 지금은 7시 32분. 그 애를 횡단보도에서 만난다고 가정하면-
“알았어. 지각만 아니면 되니까, 시간은 충분하네.”
이나가 대답했다. 집에 얘기를 할 사람이 사라진 이후로, 그녀의 성격은 다소, 뭐랄까, 예민하고 ‘쓸데없이’ 정확하게 바뀌었다. 시간 약속을 할 땐 자신이 그 장소까지 가는 데 정확하게 몇 시간 몇 분, 때로는 몇 초 걸리는지 계산을 했으며, 장소는 일주일 전에 정한 후, 거칠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보를 책과 인터넷을 통해 수집하는 일까지 했다.
그것을 본 그녀의 친구들은 ‘놀랍다’, ‘적어도 얘만 있으면 어디 늦거나 헤맬 일은 없겠다’라는 반응이었다. 조금 더 가까운 친구들은 ‘요즘 고민 같은 것 있냐’고 은근슬쩍 물어보기도 했다. 이나 본인은 그렇게 신경쓰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이 자신에게 나쁠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음, 그러면 7시 37분에 만나자.”
“알았어!”
뚝. 통화가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