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죽음과 사후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증이 내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버렸다.


속편한 사람이 하는 고민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것때문에 허무주의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있을때도 있었다.


일단, 제일 처음 고민했던 것은 죽음의 정의에 관한것이다.


심장박동이 있지만, 뇌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어나는 '뇌사'의 영역을 죽음으로 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보다 더 관대하다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뇌를 포함한 모든 기능의 정지까지 와야지만 죽음으로 치는 사람이 있다.


아니면, 자신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면(성 불구 상태), 죽음으로 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육신을 유전자 전달의 매개체로 보는 관점에선 말이다.


미래에는 어떤 죽음의 관점이 나올지는 모르곘지만, 일단 내가 생각하는 죽음은 이것이다.


한 사람의 사고능력이 완전히 정지하는것, 나는 이것을 죽음으로 보고있다.


그러니까,의수나 인공장기등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것을 말하고 있는것이다. 의식말이다. 


죽음에 대한 정의는 이쯤 하면 됐고,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것은 단 한가지이다.


죽음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누구나 겪게될 죽음이고, 이미 수많은 사람이 겪은 죽음이지만, 아무도 죽음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거나, 삶이 너무 고되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자들이 있다.


과거에는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많았기에,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죽음 뒤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이 적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수두룩 하다.


하지만 나는, 영혼에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다. 영혼이 없다고 생각한 내 나름대로의 증거는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어 있다면, 육신의 일부분일 뿐인 뇌에 손상이 가면, 정상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 이것이다.


육신이, 분리되었어야할 영혼에 영향을 끼치는것이기 때문이다. 뭐, 조금만 더 깊게 파고들어가면 양자역학이나 심리학의 심화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같은 범인의 지식으론 전부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나 역시, 뇌가 생각하기에 그 세계가 생겨난다... 같은 복잡한 영역에서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가 신경쓰는것은 오직 죽음뒤의 나의 행방, 그리고 두려움이다. 


통칭 '사후세계'에 대한 것이다. 여러 매체에서 보이는 죽음뒤에 보이는 심판, 천국과 지옥, 아니면 영원한 형벌을 받은 탄탈로스(제우스의 아들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자신의 목까지 물이 차있고 손을 뻗으면 닿을 높이에 사과가 열려있지만 물을 마실수도, 사과를 먹을수도 없는 벌을 받는 인물)처럼 정신을 유지한채 아무것도 없는 곳에 버려지는것.


나는 이런것에 대해 믿지 않는다. 말했듯이 죽음 뒤에는 의식을 유지할 수 없다.뇌가 없기때문에 사고능력, 즉 의식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잠들기 직전과, 잠든 후의 순간을 기억하는가? 잠에 들고 깨어날때,우리는 잠자는 순간의 상태를 기억하지 못한다. 꿈을 말하는게 아니다. 완전한 수면상태에 들어간뒤 깨어나면, 마치 시간을 건너뛴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당연히, 수면상태에서는 사고할 수 없으니,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물론 외부의 자극을 통해 수면상태에서 꺠어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청각세포와 통각을 포함한 감각들을 통해 전기신호를 일으켜 뇌를 깨운것이다.


이것은 한 생명체가 살아있는 상태일때, 생존하기 위해 우리몸에 존재하는 장치이다. 갑자기 이야기가 딴소리로 샌것같이 보이지만..


이를 통해 말하고 싶은건. 수면상태에서 외부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신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뇌가 수면이나 죽음 등 의식을 가지지 못한 상태가 되었을때.


우리는 시간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말에 따르면, 죽음 뒤에는 의식 유지가 불가능, 즉 아무런 사고를 할 수 없으며,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죽음은 그 자체로 '소멸'하는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제대로 증명되지도 않았고, 증명할 방법고 없다. 누군가가 경험한 뒤 증명해 낼 수 없는 부분이기에, 죽음 그 자체가 의식의 소멸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이런식으로 결론이 나와버린다. '아무도 모른다.' 모든 죽음을 밝히려는 글들에서 공통되게 나오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다. 지금까지의 지식으론, 죽음에 관한 부분을 정확하게 밝혀낼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여러가지 죽음의 가설들 중 '사후에 의식이 소멸한다'라는 가설이 제일 신빙성 있다고 본다. . 죽음뒤에 사고 자체를 할 수 없으며, 여러 매체에서 보인 '영원히 아무것도 없는곳에 머무는 것'이 아닌.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으며, 당연히 시간의 흐름도 느낄 수 없으며, 그렇게 소멸하고 만다고 생각한다. 다른이들이 신을 믿고, 사후세계를 믿듣이, 나도 죽음뒤에 자아가 소멸한다고 믿는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나의 삶에 비관주의와 허무주의 사상이 생겼으며,약간의 이기심과 약간의 우울감이 생기고 말았다.


어짜피 난 소멸할것인데,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하는거지, 같은 생각들 말이다. 어떠한 일을 완수하였을때 오는, 만족감과 그에 같이 따라오는 약간의 허무감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이것때문에 우울증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 허무감이 어떠한 일이 아닌 인생 전반을 마쳤을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을때 오는 그 맨정신으로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허무감, 


그리고 그와 같이 따라오는 예비적 우울감.


나는 이 허무주의에 정말 깊게 빠져 몇달 전부터 열심히 노력하던것을 그만두었었으며, 열심히 사회생활을 위해 시간을 쓰는것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짙어지게 되었다. 


앞으로 이어질 고통이 두려운게 아니라, 몇십년이라는 짧은 시간 뒤에 사망하게된다면, 영구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는  두려움은 정말 컸다. 부모,친구,연인을 보지 못한다라는것도 아니고, '나'라는 존재조차 떠올리지 못한다는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두려워 했던것은, 이 '자아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생존을 위해 남들과 같이 일상적으로 생활하기 시작하면, 점점 망각하게 된다는것이다. 중학교시절 도덕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농담을 던지던것이 기억이 난다. 


"이런 고대 그리스 시절의 철학자들이 왜 이렇게 토론을 많이 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에 그건 얘네들이 사는게 해결되서 그래, 

먹고살기도 빠듯한 노예들은 내일 뭐먹을지가 제일 문제였지, 인간의 본성은 악하니 뭐니가 안중요했어"


웃고 넘길 농담이었지만 지금와서는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생명체가 가진 본능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억제한다는것인가,  중등과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매슬로의 욕구단계를 기억할것이다.


사람은 생존하고싶은 본능이 있고,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생식의 욕구가 있다. 집단에 끼고 싶은 사회적 욕구와 그 집단과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구와 그 단계를 뛰어넘은 자신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픈 욕구가 있다.


당연히도 이 '살아가는 동안의 욕구'를 채우는 동안은,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있는 상태에서의 가치를 찾는다. 신의 존재, 천국과 지옥등, 자기 희생 뒤에 보상이 있을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죽음 뒤에 가치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아있는 동안의 경제적 안정, 사회적 위치 상승의 욕망, 자손을 남겨 유전자를 보존하고픈 생식의 욕구 등 '살아가는 동안'에도 신경쓸것이 많아. 죽음뒤의 생각에 대해 망각한다.


따라서, 본능이 죽음에 두려워함과 동시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망각하게 하는것이다. 이 글을 읽고있는 사람들도, 이 글을 읽는 당시에는, 어쩌면 한달정도 넘게동안 죽음뒤에 대한 호기심,두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생존을 위한 신경쓸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자연스럽게 '죽음의 뒤' 라는 공포와 호기심은 사라져가고, 죽음을 앞둔 사람이 아닌 이상 남들과 다름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데 온힘을 쏟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럴것이다. 이런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역시 점점 잊혀질 것이고, 젊고 어렸던 나의 한순간의 멍청한 행동으로 남겨질것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능력을 쌓아야하고, 그 밖에도 생각을 해야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생존에 대한 고민이 어느샌가 내 머릿속의 중심에 박혀들어갈 것이고, 생존과 생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후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은 점점 잊혀져 갈것이다.


이 글을 보고있는 사람들도, '고민할게 없어서 저런 쓸때없는 의문을 갖는구나 사는것도 팍팍한데, 저런것도 머릿속에 들어오나?'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인정한다. 나 스스로 이런 고민에 대해 우울감에 빠져있고,


이딴것으로 고민하는 나를 스스로 자책하고있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의식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이다. 언젠가엔 죽음이 닥쳐올것이고, 내가 생각한대로 자아가 완전히 소멸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식으로든 남에게 사후에 대한 나의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궁금증과 두려움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도 죽음이 두렵다. 죽음뒤에 무엇이 있을까?는 여전히 궁금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아를 잃은 채 소멸하고 싶지도 않다. 내 소원은 수면중에 죽음을 맞이하는것이다.


죽음의 두려움을 직면으로 맞이하며, 자아가 소멸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신을 유지하며 죽음을 맞이하는것만큼 끔직한것은 없다고 생각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