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요 기회의 연속이라고 하였다. 

 전설에 따르면 이 기회라고 하는 녀석은 특이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는데 앞의 절반은 풍성하고 남은 뒤의 절반은 까져있는 반 대머리라고 한다.

 아마 기회는 미래를 한참 앞서간 패션리더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기회의 머리가 이렇게 생겨먹은 까닭은 다가왔을때 잡아채기 쉽게라고 한다. 또 반대로 도망갈때는 잡히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기회는 항상 쉬지않고 뛰어다닌다. 그것도 여러사람들을 스쳐지나가면서. 다시말해 내 앞을 지나가려 할 때, 잡지않으면 다음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얄짤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무난한 사람이다. 어디에도 있을법한 좋은사람, 무해한사람, 색이 없는 사람 등등. 온갖 평탄하고 무난한 수식어를 뭉쳐서 만든 것 같은 사람이다.

 나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박한 이유는 스스로 방황의 시기를 오래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고도 하고, 직업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나는 노력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일이 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주변에서 시키는 일들을 평범하게 해냈을 뿐이었다.

 능력이라면 능력이리라. 그러나 요즘 사회에서 시킨 일을 잘하는 것을 장점으로 쳐주기나 하던가.

 차라리 반려동물로 태어났더라면 그편이 더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사람으로써의 존엄을 갖출 시기를 놓쳐버린 누군가가 다시 탄생시켜주길 바라는 폐품에 가까워졌다.

 그러던 언젠가 나는 유일한 욕심을 가진 적이 있다. 어디가서도 말하지 못하는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또는 내가 보는 세상을 다른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놓치고, 노력하는 법을 배우는 시기를 놓친 대가는 그 시기가 멀어질수록 커졌다. 나는 하고픈 말이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재밌게 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글을 쓰자니 문장이 너무 딱딱했고, 말을 하자니 중언부언하고 횡설수설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마음을 아예 접어버리기엔 뒤늦게 지펴진 마음의 불길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이제라도 한 걸음씩 걸음마를 떼려니 사람들의 눈길에 부끄러움이 느껴졌고,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했다.

 애초에 욕심이 없었으면 좋았을까. 아니면 이런 욕심을 조금 더 일찍 부리는게 좋았을까.

 욕심을 부리지 않은 나의 잘못일까, 아니면 내 욕심을 채우기엔 너무 불안정한 환경의 잘못일까. 나의 꿈은 예전에 부화하지 못하고 파먹힌줄 알았건만 이제서야 태동을 시작하고 있다니, 눈치 없는 나의 마음이 야속하기 짝이없다.

 이제서야 나의 마음에게 묻는다. 너는 언제가 되어서야 태어나서 언제 손을 뻗어 저 기회의 머리채를 잡겠느냐.

 그리고 이제서야 대답한다. 천천히. 그러나 언젠간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