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폐란 건 누구의 작품인가.

나는 주인을 찾고 싶다가도 서러운 묘혈을 다시 판다.

물론, 그것조차도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부끄러운 조각이기 때문이다.

 

심장이 뛰는 것은 멈추기 위함이다.

- 누군가는 사랑을 할 것이다.

- 누군가는 기대를 할 것이다.

- 누군가는 땀을 흘릴 것이다.

그럼에도 내 심장은 그저 멈추기 위해 뛰고 있다.

 

이 곳은 너무나 아늑하게 무서우며 슬플정도로 편안하다.

너무나 좁게 느껴져서 다시 흙을 파내지만 결국 넓어지지 못한다. 아니, 흙을 파내는 행위는 넓히기 위함이라기 보단 그저 심장이 뛰게 하기 위함이다.

 

우스꽝스럽게도 여기에 화분을 놓는다.

나는 뭘 바라는 것인가, 난 울지도 웃지도 않는데.

 

매마른 두 손을 가슴 위에 올려놓고 차분히 박자를 느낀다.

늘 그렇듯이, 그 음악은 날 웃긴다.

아니, 굳이 그 음악이 아니더라도 난 자주 자조를 한다.

교향곡의 제목은 삶인가 죽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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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면서까지 기어코 열린다. 왜 바라지도 않는데 오는 것 일까.

 

”랑이 아가씨, 식사하세요.”

 

난 무섭게 집사 A를 쏘아 보았다. 그는 내 무서운 표정에서 무언가 섬뜩한 의도를 파악했는지 다음의 말을 내뱉는다.

 

”방에 커터칼 또는 비슷한 용도로 쓰일 만한 것들은 모두 치워 놨습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단연코 아무말도 하지않을 것이다. 과감히 죄 없는 집사에게 화를 낼 지언정 아무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한 10번 쯔음 속으로 되뇌었다.

 

”부모님께서 이제는 수갑을 채우라고 하셨습니다. 단단한 수갑이라 자력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겁...”

 

말을 끊었다.

 

”닥쳐!”

 

난 옆에 있던 배게라도 겨우 집어던져버렸다. A는 놀라서 식탁을 바닥에 떨어 뜨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서 A는 이미 눈에는 슬픔이나 연민을 가득담고 입으로는 굳이 씁쓸한 웃음을 지어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A가 물러가고 난 뒤 나는 모든 힘이 풀린 채로 쓰러지듯 다시 누웠다. 침대가 술렁였다. 모든 떨림이 나를 비웃고 있는 듯 하였다. 다시 벌떡 일어나서 바닥에 떨어진 걸 가지러 간다. A는 당황해서 결국 엎어진 것도 처우지 못하고 갔다. 차라리 잘되었다. 늘 끼니를 때우던 방식으로 주섬주섬 집어 먹는다. 한 두개의 완자 같이 생긴 덩어리들을 먹고 나면 뼈인지 뭐가 씹힌다. 뭔지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설마 못 먹는 걸 넣어 놓진 않겠지해서, 항상 씹어 삼킨다. 그러고 나면 잠이 쏟아져서 침대에 누워서 곧 잘 수 있게된다.

 

좁은 시야가 넓어지면서 눈을 서서히 뜬다. 그리곤 내 손을 바라본다.

 

“다시 해골바가지야...”

 

말라 비틀어질대로 말라 비틀어진 백골의 손이 나타난다.  왜 인지 명암이 나타나지 않는다. 조금 심각하게 모습이 꾸물거린다. 이는 어지러워서가 아니다. 또한 이는 색과 색의 경계선이 검게 나타나며 이상할 정도로 오브제끼리의 색의 차이가 분명하다. 요컨대, 이건 만화나 그림에 가깝다. 그것도 아동용 동화책 같은 걸로. 

 

주변이 너무 어두운데 반해 뻔할 정도로 밝은 빛이나는 출구가 있다. 랑이는 천천히 걸어 나간다. 그리곤 기지개를 편다.

 

”으아아~ 오늘은 뭘 할까?”

 

걷는 소리가 나는 속도에 맞춰서 시야에 빛이 채워진다. 정말 뻔한 연출처럼 빛이 확 시야를 꽉 채우고 나면 서서히 사라지면서 어떤 동산이 나타난다. 동산의 풍경은 동화에 가깝다.

 

”지겹다.”

 

랑이는 동굴에서 나와 조금 떨어져있는 물줄기로 가본다.  분명 물은 흐르는데 자기 모습이 깨지지 않고 비춘다. 랑이는 해골이 된 자기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곤 신나는 감정을 싹 가라앉히고 주저 앉는다.

 

”외로워... 슬퍼...”

 

여느 만화에나 나오는 모습, 자기 무릎을 끌어 안고서는 얼굴을 쳐박고 운다.

 

해가 맑게 동산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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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용 소설을 써볼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