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1화에서 나온 설정충돌이 수정되었습니다. 베링로봇자치구가 원래 설정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범위가 너무 커서 시베리아로봇자치구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건국의 시작점은 노보시비르스크로 정했습니다.

 

그나저나 드디어 2부 시작이다...!

 

(그리고 기자의 출신이 KBS라고 설정한 것을 취소했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백두산 분화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리와인더 분들과 같이 구조작업을 했던 날이 아직도 엊그제 같았다. 
 
그 사건 이후로 리와인더는 유튜브 계정으로 사람들의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고, 구독자 수는 점점 늘어갔다. 이 계정은 아직 뉴스에서는 도시전설 정도로 짤막하게 방송하고 있지만 인터넷 상에서의 인지도는 웬만한 연예인의 인기를 방불했다.
 
한편, 일본은 혼슈 지방을 거의 뒤덮고 있던 화산재가 점점 사라지자 본격적인 재난복구에 나섰다. 세계 각지에서 나온 구호단체들이 유명한 국제조직부터 이름 모를 소규모 봉사단체까지 일본에 결집하였고, 세계 각지의 뉴스에서도 이를 주요 토픽으로 다루고 있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지린 성의 홍수 피해를 나름대로 복구하고 있었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조선중앙통신으로 체제선전과 동시에 주타격방향을 재난복구로 돌리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는 건설업, 토목업을 중심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복구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라나라는 동해가 화산재로 뒤덮이고 울릉군의 주민들이 모두 본토로 대피해서 일시적으로 해산물의 가격이 살인적으로 상승했다. 울릉군 주민들과 어민들은 피해보상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수용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는 동안 나는 거의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다. 급상승한 해산물 값과 불안정한 경제상황, 자연재해에 대한 국민적 공포감만 제외하면 평범했었다.
 
공항에서 나오고 며칠 뒤에 김주안과 만나 주안이가 쏘는 밥을 먹었다. 나는 그를 축하해주었고, 주안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술과 안주를 다른 때보다 많이 시켰다. 주안이는 나에게 드디어 소속이 생겨서 명함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하며 명함을 건네주었다. 명함에는 회사명, 전화번호, 팩스번호 등이 가지런히 정리되어있었다. 나도 따라서 내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리와인더에게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구글 메일 어플리케이션 오른쪽 위에 숫자가 뜨나 안 뜨나만 하염없이 뚫어져라 쳐다만본 끝에 저절로 이메일 주소가 외워져버렸다.
 
이렇게 아직까지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리와인더와의 경험을 되새길 수 있었다.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 두만강과 쑹화강의 규모있는 도시와 린장 시의 주민들이 찍은 사진들 여러 장이 인터넷에 돌아다녔던 것이 그 이유이다. 일베저장소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의 신상털기 시도가 있었으나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운 좋게도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은 한 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나에게 중요한 변수가 두 개 찾아왔다.
 
첫째는 리와인더가 보낸 메일이다. 백두산 때 이후로 처음 받는 메일이라 마치 기다림의 보상이 이제서야 도착한 것 같은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내용을 열어보니 이랬다.
 
'12월 26일 토요일에 의정부에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롯데타워가 붕괴할 것이다. 만약 그 임무에 참여하고 싶다면 12월 19일 토요일 오후 2시에 대전역으로 와라. 우리들 중 몇 명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메일을 받고 처음에는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롯데타워 붕괴. 아무리 유튜브 계정으로 직접 업로드했던 동영상에서 언급되었던 사건이었다지만 직접 받으니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전쟁 이후 처음 있는 대재앙이 펼쳐지겠주나 하는 걱정과 공포로 머리속이 가득 찼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한 명이라도 구호작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절로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았다. 메일을 무시해버리고 3인칭으로 피해상황만 전해들으며 조바심을 떠는 것보다 직접 재난현장에 뛰어들어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변수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이었다. 며칠 전에 개인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기자였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사진들 전부 내 모습이 찍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의외였다. 그래서 결국 뉴스에 뜨게 되는구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기대감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다음 전화가 되어서야 콜사인을 주었고, 서로 스케쥴을 조율하다가 12월 19일 오전, 그러니까 대전역에서 리와인더 대원들을 만나기로 한 그 날 오전에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 기자는 익명성과 신변을 확실히 보장해주겠다고 하였지만 인터뷰의 영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지는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더해 롯데타워 붕괴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 같은 것이 섞인 긴장과 기대가 흐르는 시간으로 그 날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