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게 있는데, 제가 SENAKAL의 주요 연구원이라 그러셨잖아요. 그러면 거기서 제가 어떤 안전장치를 썼어요?"

"홍채인식입네다. 안드로이드에 문제가 생기면 주인이 홍채인식으로 소유자 권한에 접속해서 강제정지를 하거나 포멧시킬 수 있는 방식이왜다. 여기에 더해 개발자는, 그러니까 당신같은 연구진들은 개발자 권한을 가지는데, 모든 안드로이드에 접속해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을 같고 있수다. 물론 이것도 홍채인식으로 접근합네다. 카운터용, 국방용, 그리고 마지막 걸작이던 보디가드용 2세대까지 모두 그런 방식을 채택했소왜다."

"괜찮은 방식이네요. 그러면 다른 기업들의 안전장치는 어떤 방식이에요?"

"기업들마다 다릅네다. 모든 안드로이드의 네트워크가 모여있는 메인서버를 한꺼번에 모두 꺼버리는 데도 있고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데도 있사왜다. 내래 연구하던 옥스포드 대학교에서도 당신네들이랑 같은 방식을 사용함무다."

"근데 그런 안전장치들까지 안드로이드에 의해 무력화된거에요?"

"그렇다우. 워낙 빨리 확산한 데다 그런 시스템들까지 말을 듣지 않았수다."

 

요즘은 이런 식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나랑 최은준 씨는 같은 안드로이드 개발자 출신이어서 관심사가 겹쳐서 대화가 잘 풀어져나갔다. 그래서 이 참에 궁금한 것들을 죄다 물어보자는 마음으로 최은준 씨에게 여러 질문들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최은준 씨는 열차 오면서 느꼈던 바처럼 말하기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하나를 물으면 계속해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어 어느 새 열 가지 정보를 듣고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이 공돌이 특유의 특성을 자극하여 나를 계속 이야기에 끌어들였다.

 

물론 지금도 그런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는 국방을 안드로이드들이 거의 대체해서 국방용 안드로이드들이 많이 개발되었수다. 거기에다가 당신이 생활용으로 만든 게 보디가드형 안드로이드라요. 고거이 2세대까지 나왔는데 SENAKAL 최고의 걸작으로 불렸소왜다."

"이야기는 거기까지 하시고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최은준 씨의 잡담을 끊는 시즈오카 씨였다.

"일단 지금은 거처를 롯데호텔로 옮길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있으면 좋잖습니까."

"알겠다우."

최은준 씨가 시즈오카 씨의 충고를 듣고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

 

임시로 머물던 모텔에서 나와 차를 타고 롯데호텔까지 차를 몰고 갔다. 하필이면 퇴근시간이랑 겹쳐서 차가 꽉 막혔다. 그래도 다행히 호텔은 이미 다른 대원들이 예약해놓은 상태라 호텔에서는 빨리 체크인 할 수 있었다.

호텔의 초인종을 누르니 처음 보는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시즈오카 씨는 그녀가 중국 의사 출신의 팡 씬이라고 귀띔해주었다.

방에 들어가서 보니 우리 빼고 전부 다 와있는 상태였다. 방 안은 꽤 넓어서 8명이 전부 합숙할 수 있는 크기였다. 비싼 호텔답게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져서 아름다웠다.

신기한 눈으로 방을 둘러보다가 미야자키 씨의 다리 상태가 생각나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이루어진 의족이 그녀의 잘려가난 다리를 대신해주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둘러보니 주변에 목발 같은 게 있었다. 이것도 그녀의 것이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 한 명을 더 알게 되었다. 이름은 첸 슈어이며 중국 출신의 해커였다. 실력이 얼마나 좋았는지 타임리프를 하기 전에 ICH 최고의 해커였다고 한다. 내가 신기하면서도 동경스럽게 본 미야자키 씨의 해킹 실력이 세계 2위라고 하는데 이분은 얼마나 더 잘 하실지 기대가 되었다. 최은준 씨랑 시즈오카 씨가 말하기를, 이 분은 성격이 차갑지만 그래도 해줄 건 다 해주는 분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을 확인한 후, 대원들은 구호를 위한 작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미 대부분의 틀은 짜여져 있었는데 세르게이 아시모프 씨가 두만강에서 안드로이드에 의해 사망하면서 일이 약간 틀어졌다고 한다.

러시아 출신이자 ICH에서 3위하는 해커인 아시모프 씨의 죽음으로 인해 같은 해커였던 미야자키 씨랑 첸 슈어 씨의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대원들이 하나 더 고려해야 했던 것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대비할 때 한혜림 씨가 PTSD로 인해 가지고 다니던 전자석, EMP 폭탄, 권총 등 대(對) 안드로이드 장비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3D 프린터로 그것들을 찍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안드로이드의 습격 대비를 위해 최소 2인 1조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래서 4개의 조로 나뉘었는데, 각각 롯데월드타워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조, 송파대로와 그 주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조, 잠실역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조, 안전한 건물에서 망을 보는 조였다.

안전한 건물을 롯데백화점으로 할 지 롯데호텔로 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신체적 부상을 입은 미야자키 씨랑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는 한혜림 씨를 그 조에 넣는다는 것에는 모두 찬성했다. 그리고 나머지 조들도 정해졌는데, 나는 시즈오카 씨와 함께 송파대로와 그 근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원래 아시모프 씨의 자리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어깨가 무거워졌다.

사용할 도구들은 기본적으로 분진마스크, 헤드라이트, 구호복, 간단한 나노로봇 세트 등 구호물품과 EMP, 방탄/방검복, 헬멧 대(對) 안드로이드용 권총 등 방어물품이었다. 권총은 린장 시에서 내가 쐈던 거랑 똑같았다. 미야자키 씨에게는 특별히 안전한 곳에서 저격하라고 저격소총을 주었다.

EMP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전자석과 똑같이 반경은 100m인데, 순식간에 작동이 끝나지만 적을 순식간에 마비시키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전자석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갈 곳에는 쇠붙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방검복과 방탄복은 서로 합쳐져 있었는데, 이 옷은 미래에 나온 신소재라고 한다. 가볍고 움직이기에도 편했다. 나노로봇 세트는 물이 담겨져서 작은 캡슐 안에 있었는데, 큰 충격에도 고장나지 않게 대비를 잘 해두었다. 물론 EMP에 대비하기 위해 알루미늄 호일을 감싸주었다.

그 외에도 각자의 임무들을 모두 재점검하고 검토했다. 사망자를 무조건 최소로 하고, 내가 불법 행위를 하지 않게 해야 하며, 혹시 모를 안드로이드의 습격을 대비해야한다는 3가지 조건을 모두 맞추느라 내가 들었던 작전은 생각보다 창의적이었다.

 

 

"잘 할 수 있겠지?"

미야자키 씨가 모든 설명이 끝난 후 나를 독려하며 말했다.

"네. 하는 데 까지 해봐야죠. 안드로이드가 오지 않기를 기다리면서..."

"그건 그렇고 가족이나 친구들한테는 미리 전화해주는 게 좋을 거야. 보통 지진 같은 거 나면 처리량이 몰려서 전화랑 문자가 마비되기 쉬우니까."

"아, 감사합니다."

내 대답을 끝으로 미야자키 씨는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나는 가족과 친구를 생각하며 호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내일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나 한 번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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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짜기 되게 힘들군요. 앞으로는 더 장대한 스토리가 펼쳐질텐데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싶습니다. 심지어 액션도 묘사해야 하는데... 하핫... 핫...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