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hough I cannot move and I have to speak through a computer, in my mind I am free.

비록, 제가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컴퓨터를 통해야만 할 수 있다고 해도, 제 마음속에서 저는 자유롭습니다.

- 스티븐 호킹 (1942~2018) -


루게릭병으로 전혀 움직일 수 없던 호킹 교수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만큼은 자유로웠다.

마음은 정신이며, 정신은 정보이다.


나는 곧잘 인간을 컴퓨터에 비유하곤 한다.

우리의 몸은 하드웨어이고, 정신은 소프트웨어이다.

뇌를 구성하는 뉴런들은 저장장치이자 연산장치이고, 눈코입 감각기관은 input 장치, 손발은 output 출력장치, 정신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운영체제와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정보에 불과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구현으로 이뤄진다.

우리의 프로그램은 결국 데이터의 집합이며, 데이터는 0과 1의 집합이고, 0과 1의 구분은 메모리 비트 소자에 전자가 들어있는지 유무로 판단되며, 이는 결국 메모리 장치가 물질적으로 구현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하자면, 물질이 먼저 구성되어 있어야만 그 형태가 정보로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뇌 역시 동일하다.

아무리 우리의 정신이 육체와 분리되어있다고 주장한들, 그 하드웨어적·물질적 구현은 특정 시점에서의 뉴런들의 연결상태 배치이다.

즉, 물질-뉴런이 복잡하게 연결된 배치로 구현되어야만 우리의 정신 역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은 정보와 다르지 않다.

단지 뉴런의 배치와 전자의 배치 각각의 표현형일 뿐이다.

그리고 동일한 정보를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렵지 않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는 사례를 알고 있다.

같은 정보를 담고 있어도,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표현되는 것이다.

또한, 종이와 잉크의 표현으로도, 비트들의 나열로도, 발광소자 어레이의 배치로도 표현되지만, 모두 동일한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고 우리는 의심치 않는다.

하다못해 PDF파일과 HWP파일도 동일한 정보라고 인식하지 않는가.


그러니 이쯤에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정신은 정보이다. 그리고 마음 역시 정보이다. 다만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정보를 담은 책은 우리 정신·마음의 확장일 것이다.

문자라는 약속을 담고, 종이와 잉크의 표현 기법으로 우리 정신 일부를 물질 책으로 옮겨놓고 이 정신을 다른 이들의 정신과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이쯤에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문학의 세계속에서 나는 자유롭다.

나는 나의 세계에서 전능할 수 있으며, 어떤 세계로든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책은 컴퓨터를 매개로 전산화되어 웹으로 확장되었고, 웹은 인터넷의 일부이다.

우리의 정신은 인터넷으로까지 확장되었다.

그리고 컴퓨터라는 도구는 수많은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글쓰기의 매력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재능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게는 글쓰기가 가장 쉬운 표현 기법이다.

나는 그림을 잘 못그린다. 선과 곡선을 긋는 손은 떨리고, 색깔의 조합은 한정적인 경우 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저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소비만 할 뿐이다.

음악 역시 아름답고 화려한 조합속에서 만족하지만, 내 작곡 실력은 하찮고 연주 재능은 전혀 없다.

그나마 영상편집은 조금 다룰 만 하지만, 애초에 편집 할 재료를 구하거나 만들 능력이 없는 이상 소용 없다.


하지만 글쓰기는 나름 만족스럽다고 여긴다.

그저 타이핑만 하면 되기에 리듬있게 건반을 누르거나 요령있게 펜을 놀리는 피지컬이 없어도 된다.

어휘능력 역시 이정도면 쓸만하다.

이를 조합한 표현능력은 다소 미흡하지만, 그럼에도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내놓아 표현하기에는 충분하다.

바꿔말하자면, 내 머릿속을 끄집어낼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글쓰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글쓰기를 한다.


그리고, 컴퓨터 타자를 치는 글쓰기 속에서, 나는 자유롭다.

키보드와 화면을 매개로 컴퓨터의 메모리는 내 머릿속과 완벽하게 동기화된다.

즉, 내가 자유로와질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된 것이다.

아마 화가나 음악가들에게 있어서는 캔버스와 악기를 통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작품세계-정신은 인터넷으로 확장되어 어우러졌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터넷 속에서 자유로운 존재인 것이다.


이 장소-창문챈은 그 한 표현형이다.

왜 창작을 하는가, 끊임없이 자신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 한몸의 속박을 벗어나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발버둥이다.

다른 표현형으로 픽시브, 유튜브, 블로그 등등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또한 우리의 정신은 인터넷 너머로 사람에게까지 확장된다.


최근 뉴럴링크라는 기술이 시연되었다.

뇌에 직접 전극을 연결하여 손발 컨트롤러 없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실험이다.

후원자는 일론 머스크이다.


지금까지는 문자와 손발이라는 수단으로 우리의 정신을 확장했지만, 이제 정말로 정신을 직접 인터넷에 연결하여 확장하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서 우리는 자유롭다.


그 자유가 거의 무한히 확장되는 것이다.



수필 전작
설화는 생활의 지혜를 전파하기 쉽게 만들어진것.
수필 다음작
써줘) 템플릿 : 국민경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