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펑,퍼펑. 배가 둔탁하고도 청명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한 놈도 남겨두지 마라! 남해바다의 고깃밥으로 만들자!"

"와!!"

밖을 슬쩍 보니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왜놈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졌다.

"장군, 왜놈들이 명나라 배를 공격합니다!" 이런 소리가 들렸다.

"그 함선을 격침시켜라! 그리고 나머지 배들은 앞으로 나가서 나머지 왜놈들을 처단하라!"

내가 소속된 배는 명나라 함대를 공격하는 왜군을 처단하러 간다. 내 배에 지금 이순신 장군이 계신다. 실물을 뵐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서 순간 멍을 때렸다. 멍때릴 때 정신차리게 해준거는 금수의 딱밤이었다.

"에구 이눔아 뭐던다고 넋이 빠져있드나? 빨리 화포 가져와!"

"아 맞다, 알겠어요."

부지런히 화포를 실어다 날랐다. 왜놈들의 배는 또 경쾌하게 한 척이 가라앉았다. 명나라 배에 있던 명나라 장수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뭔가를 장군에게 말하는 게 들렸다. 아마 고맙다는 뜻이겠지?

이를 상상하기도 전에 또 공격명령이 내려졌다.

"왜놈들이 사천 쪽으로 빠지려 한다! 모두 막아 한 척도 남김없이 없애라!"

막 해가 떠오르는 참이었다. 우리도 왜놈도 서로 열심히 공격을 해댔다. 물론 깡패같은 판옥선 덕분에 왜놈들이 지긴 했다.

한창 공격을 하던 중에 윽 소리가 들렸다. 급히 위로 올라가 봤는데 장군이 탄환에 맞고 쓰러져 계셨다.

순간 놀라서 사투리로 말을 했다.

"시방 괜찮어요 장군님? 워쩐디야..."

장군님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이름이 덕수였나...? 나의 본관과도 같구나. 참 좋은 이름이야.. 내 너는 저승에서도 기억하겠구나...허허"

이렇게 말씀하시며 웃고 계셨다. 순간 저 분을 죽게 한 왜놈들에게 너무 빡쳐서 닥치는 대로 화살을 쏘아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분을 죽였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서 그들을 이 세상에서 흔적없이 치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파파박 쏘아서 명중률이 의외로 높았던 것 같다.

그렇게 2시간 정도 지나서 전투는 끝났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더불어서 많은 장군들이 돌아가셨다. 왜놈을 없앤 것은 통쾌했지만 가슴에 한이 맺힌 것 같았다.

"가는 길은 잘 가셔요... 좋은 장군님이셨어요..."

전라 우수사 이억기 장군, 가리포 첨사 이영남 장군 등 여기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우리는 위령제를 지냈다. 제발 다음 세상에서는 편안하게 사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금수와 나는 일단은 집으로 돌아왔다.

한창 몸을 씻고 누우려던 차에 또 그 환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슬의 기운은 찾으셨나요? "

순간 그 목소리에 "아니, 못찾았는데." 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목소리가 화난 어조로 말했다.

"지금 그 손에 쥐고 있는 옥조각은 무엇이죠?"

"옥조각? 내 손에는 그런 게 없는데...?"

"다시 한 번 봐 보세요."

자세히 보니 빨간 유리 같은 게 내 손에 있었다. 일단은 바지주머니에 넣어놓았다.

"나를 빨리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줄래?"

"그건 안됩니다. 장군석의 기운을 받은 자여."

"아니 그게 뭔데. 난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니까?"

"그것은 아실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은 다음 조각을 찾으러 다른 곳으로 보내드리지요."

"뭐라고? 또 전쟁하라고?"

"그것은 모르겠고 빨리 가세요."

그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이상한 빛이 내려오더니 내가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야이 씨바샠히야!!!!!!!!!!!!!"

그렇게 욕을 했지만 그는 그것을 듣고 대답이 없었다. 진짜 죽여블까 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