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가족 중 한 사람이 자살을 시도해 급하게 응급실을 갔다. 나는 몽롱한 상태였으므로, 위를 세척했는지 아닌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무튼 약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것 같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별로 큰 일도 아니지만, 예전에 나도 시도를 해본 적이 있던 터라 이렇게 글을 쓴다.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쓰는 글이라, 난잡한 궤변으로 가득하다는 점은 양해해줬으면 한다.
죽음은 편한 탈출구다. 우리 인생을 격투 게임기가 즐비한 오락실에 비유한다면, 개중에는 손이 빠르고, 능숙한 조작으로 승승장구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순이 굼떠 허구한 날 얻어맞기만 하다가 돈을 날리는 사람도 있다. 돈을 다 쓰게 되면, 우리는 오락실을 뜬다. 하지만 돈을 다 쓰지도 않았는데도, 계속 맞기만 하는 게 싫어서, 혹은 계속 이기기만 하는 것에 질려서 오락실을 먼저 뜨는 사람들도 있다. 자살은 그저, 예정된 죽음을 자신의 선택으로 조금 일찍 당기는 것뿐, 그렇게 호들갑을 떨거나 심각하게 바라볼 문제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결국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는 자신에게 있는 것이기에.
나는 겁쟁이다. 가스로 자살하는 것은 가스 탱크가 너무 비싸서, 줄넘기로 목을 매는 건 나뭇가지와 전등이 너무 연약하고, 내가 너무 무거워서 실패했다. 뛰어내리려고 할 때마다 옥상의 문은 잠겨 있었고, 산을 올라가려고 해도 지쳐서 내려오기 일쑤였다. 지하철에 뛰어들거나, 차량에 뛰어드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그건 뭐랄까, 운전자에게 민폐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생을 마감하고픈 생각이 절실하다면, 스스로를 벼랑 끝까지 한번 몰아넣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망설임 없이 뛰어내릴 정도로 절박하고 절망적인 처지에 있는 사람은, 뛰어내린 뒤에는 반론을 제시할 수 없고, 반대로 나처럼 마지막 순간에 겁을 먹어 그만둔다면, 더 절박해질 때까지 주어진 삶을 살아가면 그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