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writingnovel/5341941?p=1

2편: https://arca.live/b/writingnovel/5492908?p=2

3편: https://arca.live/b/writingnovel/5882513?p=1


2편보단 덜한데 그래도 묘사가 좀 좇같을 수 있음 주의







그것의 눈에선 몸의 구멍들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액체들이 눈물처럼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과 눈이 마주친 순간 마치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그렇게도 믿지 않으려고 했던 끔찍하고 역겨운 사실이 진짜라는 게 체감되어서였다.


그 어두침침하고 불쾌한 방 안에 있는 저 커다란 살덩어리가... 진짜 수아라는 걸 말이다.


그것의 살더미 위로 떠오른 두 눈은 수아의 눈과 완전히 동일했다.


모든 게 아름다웠던 그녀의 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던, 고동빛과 회색빛이 섞인 그녀의 눈동자.


그녀와 함께 있을 때마다 내가 칭찬한, 함께 몸을 섞을 때 그렇게도 칭찬한 그 눈이


이제는 그 살덩어리 위에서, 젤리 속을 떠다니듯 움직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두 눈은, 가끔 내 애정 표현이 드물다고 느낄 때마다,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안아 달라고 말할 때마다 본 그 눈물어린 아름다운 눈과 완벽히 똑같았다.


나는 그 괴물같은 년의 말을 필사적으로 부정하려 했지만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끔찍한 비계덩어리가 내가 사랑하던 수아라는 걸...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내 몸은 갑자기 충격적인 일들로 인해 순간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의 시간.


나와는 다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나는, 그녀와 나의 시간.


필사적으로 괴기해진 그녀의 모습을 잊고자 내가 그 촉수덩어리를 안은 시간은 고작 몇 분이었다.


하지만 수아는, 이젠 완전히 잊혀진, 역사 속 일들보다도 머나멀게 느껴지는 자신의 원래 모습이


그토록 보기를 기다린 나와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수백억 년 간 기다리며 하고 싶었던 그 행동을


거리는 고작 6미터 정도지만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소파에서 벌어지는 걸 수천만 년 간 바라본 것이다.


내 모습을 따라한 징그럽고 역겨운 촉수는 저기서 저렇게 학학거리며 나의 정우를 끌어안고 있는데


진짜 나는 이 정신이 썩어 버릴 듯한 감옥에서 영겁의 시간을 버티며 그걸 강제로 관음해야 하는


그 기괴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수천만년을 쌓인 그녀의 원한과 분노, 슬픔과 공포가 내게 전해져왔다.


그녀에게 공감한 내가 아아아아... 거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수아 온몸의 구멍들이 울부짖었다.


"끄꽈아아아아악!!! 끄고오오오오옥!! 끄으으우으웨에에에엑!!" 


그 끔찍하고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내 위에 올라타 가만히 그걸 보고만 있던 그 악마 같은 년은


발정한 듯 새빨개진 미소로, 입이 귀에 걸릴 듯이 깔깔깔거리며 미친 년마냥 웃어댔다.


수아로 변한 촉수는 얄밉게 나를 비웃으며 녹아내렸고,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보게 될 수아의 인간 모습일 터였다.


끔찍한 수아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년의 피부는 더 상기되어 자신의 몸을 더 강하게 찧었고


그녀의 커다린 가슴은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리며 우윳빛 액체를 뿜어 냈다.


신이나 악마처럼 현실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그녀에겐 울부짖는 수아는 그저 나약하고 하찮은 미물이다.


자신의 재미를 이유로 작은 벌레들의 생명을 쥐고 갖고 노는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그녀 또한 수아를 이젠 용서한다고 그 역겨운 아가리로 거짓말들을 지껄였을 뿐,


자신이 벌이는 이 강간 행위를 더 흥분되게 하기 위해 그녀를 괴롭히고 가지고 노는 것이다.


수아 모양 촉수를 만들어 그녀를 울부짖게 하면서 말이다.


만약 섹스가 하나의 요리라면,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아 간 암캐 같은 여성의 앞에서 그녀의 남자를 빼앗으며


꽥꽥거리며 울부짖는 그 년의 비명을 듣는 것만큼 좋은 양념도 없으니까.


"흐으으아... 흐으아... 흐끄으으으아아아아앙..."


그 년이 불쾌하고 역겨운 교성을 내질렀고, 이 광경을 수억 년 간 목도한 수아의 수억 년 째 내지르는 비명이 그 교성에 섞여 들렸다.


내 고간은 차가운 젤리 덩어리로 강하게 쥐어짜이는 느낌에 뷰릇거리며 그녀의 안에 액체를 토해 냈다.


그리고 나는, 그 광기 어린 광경을 바라보며 절정에 이르러 털썩 하고 내 몸 위로 떨어지는 괴물과 함께


공포에 질린 채 기절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하늘은 핏빛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야자를 째고 수아와 같이 시내로 놀러 갈 때마다 본, 사랑의 감성을 자극하던 아름다운 노을은


내가 겪은 그 악몽같은 일 때문인지 역겨운 피가 하늘을 적신 것처럼 불쾌하게 느껴졌다.


내 앞에 있던 그 괴물년은 사라져 있었고, 수아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질끈 감은 채 수아의 방문 앞을 지나


현관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이상하게도 문은 잠기지 않고 손쉽게 열렸다.


의아했지만 그런 걸로 정신 팔 겨를이 없었다. 바로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금이라도 빨리 경찰이든 군부대든 연락을 취해 그 끔찍한 곳을 정리해야 했다.


군부대라고 그년을 죽일 수 있을 진 모르겠다만, 그녀의 몸도 살로 된 만큼 폭탄이라도 떨궈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순간 그러면 수아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수백억 년의 시간을 보내 정신이 으깨져 버렸을 그녀를 살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녀를 편하게 보내 주는 게 그녀에겐 더 큰 구원일 것이다.


너무나도 가엾은 그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동안 나는 어느 새 일층에 도달해 있었다.


가장 가까운 경찰서가 어딜지 고민하며 정문을 열어젖힌 나는







밖을 보는 순간 그저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았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다리가 후덜거리며 몸 속에서 끄어억거리는 소리가 기어올라왔다.


변해버린 수아를 처음 보았을 때도 이 정돈 아니였다.


내려오면서 어렴풋이 든, 제발 설마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 그 일이 내 눈 앞에 벌어진 것이다.







모든 길들, 카페 안, 집 안, 자동차 안. 사람들이 있어서 걷고, 웃고, 앉고, 뛰어다녀야 할 그 자리들엔


수아의 집에서 내가 본, 상상도 하기 싫은 그


불쾌하고징그럽고끔찍하고역겨우며혐오스럽고끈적거리고토나오며정신을깨트릴것같은 살덩이들만이


그 사람이 변하기 전 입었을 옷가지들만 옆에 떨어트려 둔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으으으... 으끄아아아아아아아악!"


내 입에서 마치 광인의 것과 같은 높고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러는 동시에 내 다리는 미친 듯이 어딘가로 뛰어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며 떠오른 그 역겨운 생각의 끝.


내 머리는 


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이라는 소리들로 꽉 차서 어디론가 몸을 달려가게 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나의 집.


현관에 서서, 그 문고리를 잡는 순간 내 뇌는 경기를 일으키며 열기를 거부하는 듯 했지만


내 손은, 수아 집에서 느낀 그 기괴한 힘에 이끌리듯이 그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 안은,


내가 생각한 가장 불쾌하고 끔찍한 걱정 그대로였다.












원래 (4)랑 (완)이랑 한번에 쓴 건데 너무 길어져서 반 잘라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