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남주를 몰래 짝사랑해 온 여주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씹인싸인 남주에게 감히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아직 말도 안 섞어 본 남주를 졸졸 따라다니며 집착하는 얀데레 기질이 생김


그러다 우연히 남주 옆자리에 앉아 남주와 친해진 여주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함


밤새 거울을 보며 고백 연습을 하고 선물과 편지도 정성껏 준비했지만


고백하려 한 날 여주가 본 건 사랑하는 남주가 자기 반의 한 일진녀와 물고빨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이었고


충격먹은 여주를 본 일진녀는 여주의 목적을 간파하고 그녀를 독기 어린 눈으로 째려보지


그날부터 일진녀는 자기 무리들로 여주를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함


평소 자기보다 예쁜 여주가 남주와 같이 이야기하는 걸 눈꼴셔하던 일진녀는


여주의 식판에 침을 뱉고 머리엔 상한 우유를 붓는 건 기본


친구들과 함께 발로 차며 구타하고 죽은 여주의 부모를 끔찍한 말들로 모욕하기도 함


그러고는 옆자리의 남주가 여주에게 괜찮냐고 물을 때마다


"여주는 아무 일도 없다는데?ㅎㅎㅎ 그치 여주양~"


ㅇㅈㄹ하면서 자신에겐 무언의 공포스런 압박을, 남주에겐 아양과 애교를 부리곤 했어


여주는 역겹고 이중적인 일진녀를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이 외롭게 살아가고, 학교 선생님들마저 그녀를 외면하는데


여주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음


그저 갤러리에 몰래 저장한 남주의 사진들을 보면서 하루하루 스스로를 달래고


언젠가 남주와 사귀는 사이가 되는 망상을 하며 또 쳐맞을 내일도 잘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어


일진녀가 그녀에게서 뺏은 폰의 갤러리를 보기 전까진 말이야


비밀을 알게 된 일진녀는 여주를 정신병자년이라고 매도하며 단톡에 그녀의 진실을 알렸지


그냥 얼굴 예쁘고 조용하며 귀여운 아이였던 여주의 평판은


순식간에 반 친구로 역겨운 망상이나 하며 자기를 달래는 미친 정신병자 찐따년으로 바뀜


삶을 살던 유일한 이유였던 남주마저 그녀를 혐오스럽다는 눈길로 바라보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꺅꺅거리며 울고 웃으며, 불행뿐인 이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음


연탄불을 켜고 방에 누운 여주는 죽기 전에 어렸을 때 아빠가 말해 준


소원을 들어준다는 하늘의 가장 밝은 별을 바라보며


그토록 행복하길 바라며 소원을 빌어 온 그녀의 운명을 비웃는 듯한 별을 저주하고 욕했어


그런데 그녀가 말을 끝내자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


마치 별이 사람 눈처럼 되어 울분을 토하는 자신을 발견해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느낌


그 흔하던 밤중의 풀벌레 소리도 안 들리고 소름끼치게 적막해진 느낌


뭔가 홀린 듯 별을 바라보던 여주의 표정은 절망에 찬 가련한 여주인공의 표정에서


환희에 차 눈물을 흘리며 섬뜩한 미소를 짓는, 마치 처음 절정한 처녀의 것 같은 기이한 표정으로 변해 갔지


그 순간 방에 있던 연탄이 순식간에 박살나며 방은 칠흑과 같은 어둠으로 뒤덮혔어.





그러고 2주가 지나 학교는 분위기가 상당히 흉흉해져 있었음


여주가 2주째 실종 상태였고, 이제는 일진녀마저 연락이 끊겨 학교에 나오지 않았거든


여자친구를 걱정한 남주는 일진녀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일진녀가 웃으며 나오는거야


대체 어디 갔었냐고 남주가 묻자 그냥 몸이 좀 아파 며칠간 누워 있었다고 답하는 일진녀


차라도 마시고 놀다 가라는 그녀의 말에 집에 들어간 남주의 눈에 비친 집은


그가 전에 알던 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어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조금씩 흘러나오는 썩는 듯한 악취, 끈적거리는 점액이 묻은 바닥과


어디선가 들리는 괴이한 소리


괴상한 소리때문에 불길해하는 남주에게 일진녀는 그냥 아래층 공사 소리라 둘러댔지


하지만 공사 소리라기엔 그 소리는 좀더 높고 갸냘팠어


뭔가 좀더 소름끼치는 느낌의, 무언가 동물의 비명소리 같은


그것보단


사람이 끔찍하게 절규하는 듯한 느낌의





순간 소름이 쫙 돋은 남주는, 일진녀와 이 집이 뭔가 달라졌다고 느껴


껍질만 그녀의 모습이지 무언가 다른 존재가 그녀 안에 들어와


기괴하게 그녀 흉내를 내는 듯한 이질감


기분이 찝찝해진 남주가 그 집을 나오려 몸을 돌리자


인기척도 없이 어느 뒤에 서 있었는 일진녀가 말을 꺼냈어


"들었구나? 그 암캐 같은 년 비명을... 왜? 그 암캐년이 너한테 살려달라고 빌기라도 하디?"


말이 끝나고 꺄하하하학거리며 끔찍한 소리를 내며 웃는 일진녀


생각치도 못한 그녀의 행동에 남주가 얼어붙자 일진녀가 말했어


얼굴에 홍조를 띄고 색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남주의 손가락을 입 안에 넣고 핥으면서


"그년은 이제 더 이상 너랑 사랑할 수 없는 게 되어 버렸어... 그보단 나랑 있자...


이렇게 너랑 있으려고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그년 껍질까지 덮어써 가며 말이야"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그녀를 남주가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눈을 본 남주는 느꼈어


그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뒤에서 느끼던 이상한 시선을


그리고 그제서야 알아챘지


그 시선이 옆자리에 앉은 사라진 여주의 것과 같다는 걸


집에 들어올 때부터 그녀의 모습은 일진녀의 것이었지만 시선만큼은 여주의 것이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남주는 납득할수밖에 없었어


여주가, 기괴한 힘을 얻은 여주가 여친의 껍질을 덮어쓰고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걸





공포에 질린 남주가 물었어


"너 뭐야? 뭘 어떻게 한 거야? 수아(일진녀 이름)를 어떻게 한 거야?"


"뭐?" 어느 새 얼굴이 여주의 것으로 바뀐 여주가 의아함과 불쾌함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어


"수아 어떻게 했냐고 이 빌어처먹을 xxx년아!"


남주는 말이 끝나는 순간 후회했지


여주의 눈이 순식간에 시커매지더니, 갑자기 여주는 핥던 손가락을 아득 깨물었어


피가 솟구치며 잘려나간 남주의 손가락들이 그녀의 입안으로 떨어졌고


남주의 손가락들을 오독오독 씹어서 꿀꺽 하고 삼켜버리는 여주를 보며


남주는 꺽꺽거리며 울부짖으며 패닉에 빠졌지


살짝 물린 건데도 악어가 문 것마냥 잘려나가는 손가락


손을 물려고 잡을 때 느낀 성인 남성을 아득히 뛰어넘는 막강한 괴력

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멓고 괴상한 기운들

덜덜 떨면서 피투성이가 되어 공포에 질린 남주를 바라보며 여주는 기괴하게 표정이 일그러진 채 말해

"씨히바알ㅋㅋㅋㅋ 넌 이 지경이 되도 그 걸레같은 암퇘지년 생각밖에 없구나?

왜 그년이 아주 뒷구멍까지 벌려 가며 캥캥거리며 널 기분좋게 해주디?

그래 십 년이 넘게 너만 바라본 내 시선은 느끼지도 못하면서 고작 만난지 1년도 안된 년한테

그렇게 빠진 걸 보면 어지간히도 대줬나 봐ㅋㅋㅋㅋㅋ

난 너랑 있기 위해 뭐든지 다 했어 평생 널 쫓아다니며 가까워지기만을 바라고

너만 생각하며 밤을 보내고 스스로를 달랬어... 평생을!

너만 좋다면 그 좇같은 년의 구역질나는 모습까지 해 가며 너와 평생 있으려 했는데...

근데 넌... 이렇게 널 사랑하는 날 혐오스럽다며 버린 것도 모자라... 아직도 그년 생각밖에 없구나ㅋㅋㅋㅋ"

여주의 목소리는 그녀의 입이 아니라 온 공간에서 들려오는 듯 했어

그 기괴한 위압감과 광기로 아픈 것도 잊고 얼어붙은 남주를 바라보며

여주는 마치 절정이라도 한 듯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지

손가락이 잘린 손의 상처, 그 틈 속의 뼈를 핥으면서

"그래... 그게 났겠어 그냥 만나게 해 주는 게 빨리 끝나고 좋겠지ㅋㅋㅋ"

여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끼기기기에에엑 하는 끔찍한 짐승 비명소리와 함께

한 방의 문이 열렸어

그리고 여주가 말했지. 남주를 비웃으며 비꼬는 말투로 말야

"어디 한 번 만나봐. 네가 그렇게 사랑하던 수아를

물론 말할 구멍이 남아 있으면 말야..."

방에서는 끈적거리는 젤리 덩어리가 불컥불컥 하며 부글거리는 것 같은 역겨운 소리와

몇 겹으로 쌓인 살더미가 치덕거리는 듯한 불쾌한 소리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꽥꽥거리는 암컷 짐승의 비명소리가 들려 왔어










좀 씹덕 소재같지만 봐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