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도 전에 써뒀던 소설... 거의 마지막 비축분이네요.


3. Escape


 눈을 떠보니 낯선 곳이었다. 먼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난 분명 어젯밤 내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왜 여기에 있냐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그 의아한 생각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하아.. 허억, 허억,”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숨쉬기가 불편해진다.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여기 있을까? 도대체... 왜? 끝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나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는데, 조금씩 무언가가 보였다. 방은 꽤 넓었다. 나는 무심코 위로 올려다보았다. 천장은 생각보다 높아, 적어도 내 키의 10배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빛의 근원으로 보이는 눈부신 빛이 나오는 조그마한 곳이 있었다. 저기로 내가 탈출할 수 있을까... 아. 그때 구석에 높은 사다리가 하나 보였다. 충분히 닿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해야 될 일은 오로지 한 가지였다. 나는 곧바로 사다리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온통 주위가 하얬다. 처음에는 약간 어둡게 중앙으로 이어지는 4개의 사선이 보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점차 눈에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곳은 마치 아주 긴 복도 같았다. 내 옆에는 물이 나오는 파이프와 비스킷 서너 개가 있었다. 잠시 물과 비스킷을 먹고 숨을 골랐다. 그러곤 남은 비스킷을 챙기고 저 끝없는 복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오면서 비스킷을 조금 먹었다. 이제 남은 건 반 조각 남짓했다. 생각보다 음식이 빨리 줄어들었다. 이제부터 아껴 먹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미 되돌아가기는 늦었고, 되돌아가봤자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온통 하얗게 보여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걸 다 합치면 꼬박 하루는 될 것 같다. 음식은 진작 다 떨어지고 배는 텅텅 비었다.


주변이 온통 하얗다. 점점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이제는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잠시 쉴 겸, 하얀 바닥 위에 누워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이 통로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통로일까. 내가 과연 이대로 가는 게 맞을까. 잠깐,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번뜩이고 지나갔다. 그래, 과연 이 통로가 끝이 있을까? 애초에 처음과 끝이 동일하도록 설계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혹시 여기까지 오는 길에 항상 나가는 문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벽과 바닥을 샅샅이 훑어봤다. 하지만 역시나 불가능한 생각이었을까, 특별히 다른 건 발견하지 못했다. 괜한 바닥을 쳤다. 그러나 손만 아플 뿐이다. 그런데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 통로가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닥을 다시 쳐보았다.


퉁-


역시 잘못 들은 건 아니었다. 이번엔 벽을 두들겨봤더니, 역시 울리는 것 같다. 만약 이걸 부숴서 나갈 수 있다면? 곧바로 세차게 벽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주먹이 얼얼해짐과 동시에 기다란 통로가 점점 더 큰 소리로 울렸다. 갑자기 통로가 기울더니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통로가 부서졌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달려 나갔다.




 “박사님, 쥐가 탈출했습니다!”

 “애써 만든 게 다 깨졌군. 일단 이 연구실 밖으로는 못 나갈 거야. 잘 찾아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