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했던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거니?


모두, 모두 사라졌어요. 상처투성이 몸뚱아리만 남기고 모두 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이 죽을거란다. 더 많은 전생자들이, 더 많은 욕망의 자루가. 그들은 스스로가 선택받은 자들이라고 생각하겠지. 제약없는 힘을 부려 스스로가 발을 디딘 이세계에서 군림할것이라고 말이야. 


제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그들 모두 죽었죠. 저만 살아남았어요. 겁많은 저만이


너는 겁이 많은게 아니란다 마르텔. 대가가 크다는걸 알고있고 이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있을뿐.


그리하여 날개찢긴 그녀는 이렇게 말하였다.


모든 힘은 대가를 갈망하고 부르도다


***


전생자?. 전이자?. 솔직히 구분할 필요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만화들은 그 두 부류가 비슷했고, 공통적으로 먼치킨 능력을 가지고 이세계로 보내지니까.


그 만화속의 어떤새끼는 자기가 여학생 구하고 차에 치여 죽었다고 착각한 존나 볼품없는 죽음을 겪고도 무려 여신을 대려갔는데


난 시발 존나 개고생하다가 세상에 치여서 투신자살했다고. 근데 지금 이녀석 하나 제대로 상대하기 힘드네???


"아 씨 생각해보니까 열불나네"


지금 난 눈앞의 존나 큰 괴물이랑 힘싸움중이다. 녀석의 발톱을 휘둘렀기에 난 내 총으로 발톱을 막았다. 총이 단단한건지 녀석 발톱이 약한건지 일단 막아지긴 했는데 이새끼 존나게 쌔다.


내가 백색공간에서 5년은 죽어라 훈련했는데 이정도다. 그나마 잘싸우는것도 무기 성능이 좋아서지. 적들이 접근해오면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난 지금 거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


그순간 나랑 힘겨루기를 하고있던 괴물이 반으로 갈라졌다. 반으로 갈라진 괴물 너머에는 방독면을 쓴 소녀가 마체테를 들고 서있었다.


"허. '같이 이새끼들좀 족치자'?. 같이라는 단어가 의미가 없군. 그정도 실력으로 아직까지 살아있었나?. 제네바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신승우는 심장박동이 끊긴 고깃덩어리가 되었을거다. "


어느세 괴물들은 모두 처리되었다. 괴물들을 토해내는 거대한 구렁이도 입이 날아가 죽었다. 시체더미를 썰면서 확인사살중이던 듀란달이 칼부림을 멈추고는 말을 걸어왔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정도 실력으로 어떻게 인도자 관리인 자리에 오르신거죠? "


"넌 인도자 관리인 자리를 자진하는 사람으로 선출하는거 봤냐? "


"...호라이즌씨군요"


호라이즌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는 듀란달의 얼굴이 굳었다. 마치 증오스러운 불구대천을 보는듯한 얼굴이였다.


"신승우. 인도자 젠과 인도자 레베, 그리고 빛의 대현자도 이곳에 있는걸로 알고있다. 어디있지? "


"각자 흩어졌수다. 여기만 괴물이 출몰한건 아니거든. 뭐 알아서 처리하겠지"


"어느쪽으로 갔는지만 말해라. 특히 빛의 대현자는 반드시 신변을 확보해야한다"


"뭐 죽이기라도 하게? "


그렇게 말하니 제네바의 방독면 너머로 붉은색 안광이 살벌하게 빛났다. 아무래도 내가 말한게 일종의 신성모독이 아닌가 싶다.


"한번만더 그딴 소리 지껄이면 아무렇게나 혀를 놀리는 그 아가리를 찢어서 무덤 앞에다가 장식해주지"


"와. 무덤까지 만들어주려고 했어?. 비밀요원이라는 녀석이?. 나라면 시체를 공구리해서 바다에 던지겠다. "


"입을 여는 목격자가 없으면 비밀인 법이지"


제네바가 마체테의 피를 털고 휘두를 준비를 하였다. 나도 총을 조준했다. 말 띠껍게 하면 그냥 가만히 있을줄 알았냐?. 내가 뒤져도 한발이라도 먹이고 뒤지지.


"지금 여기서 싸우시려는건가요? "


그순간 온몸이 경직되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칭칭 감긴것과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빛의 대현자가 인도자 둘을 대동하고 돌아와 있었다.


"사적인 감정으로 도서관에서 피를 뿌리지 말아주세요. 제가 허용할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몸의 구속이 풀렸다. 분명히 마법이다. 마법진도 없었는데 구속 마법을 사용한것이였다. 가장먼저 무기를 거둔건 제네바였다.


"결례를 범했습니다. 보안부 제 2과 부장. 요원 제네바라고 합니다. 보안부 1과의 명을 받고 빛의 대현자님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


"보안부 1과라면 패스트씨군요. 돌아가서 전해주세요. 보안부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으나 저는 그러지 아니하니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말아주시라고요. 이 도서관에서는 저 혼자서 충분합니다"


그녀가 지팡이를 툭 내리치자 주변의 모든 시체들이 먼지가 되고 바닥에 흩뿌려진 피가 기화하여 사라졌다.


"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도서관 내의 모든 생명을 죽일수 있습니다. 다시한번더 거듭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호위는 필요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본부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째 내가 알고있는 이미지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


나는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도 그럴게, 내가 알고있는 빛의 대현자는 살생을 하지 않는걸로 알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누군가를 죽일수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위화감이 들었다.


그리고 난 궁금한건 절대 못참는다. 이러니 내가 사회생활을 망친거지.


"대현자씨 입에서 죽인다라는 단어가 나오실줄은 몰랐어요"


"..전 더이상 과거 이상속에 빠진 유약한 성자가 아니니까요. "


그렇게 말하는 빛의 대현자의 얼굴은 씁쓸한듯 보였다. 아마 그녀를 만든 신이라는 존재는 천하의 개썅놈일것이다. 온갖 제약이란 제약은 다 심었으면서 고생은 또 개같이 했으니.


"그때 꿈에서 한말. 기억하지? "


나는 내가 욱여놓았던 의문을 지금 여기서 풀기로 했다.


"반칙을 쓰긴 했지만 널 만날수있는 위치에 올라왔어. 괴물 하나 제대로 쓰러트리지는 못하지만 너에게 질문을 날릴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고. 그러니 제발 내 질문에 대답해줘. 내가 살던 세상은 어떻게 된거야?. "


그녀는 차마 대답할수 없었다. 내가 겪게될 슬픔에 공감하는걸까. 아니면 내가 충격받을것을 걱정하는걸까.


하지만 그녀가 내뱉은 말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세상은 무수히 많은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차원에는 더 많은 우주들이 담겨있죠. 그리고 각각의 개별적인 우주들은 셀수없을정도로 많은 평행우주들이 달려있어요. 하지만 그중에는 자연적인것이 아닌 인공적인 차원과 우주가 존재한답니다. 당신이 살던 세상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우주가 아니에요"


"그게 무슨소리야. 그럼 누가 내 세상을 만들기라도 한거야? "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세상을, 이렇게 부른답니다"


그리고 나온 말은 나의 분노와 슬픔따위를 날리고, 허망함만 남기기 충분했다.


"게임"


***


드넓은 백색공간에서 빵을 씹어먹는 자가 있었다. 맛을 느낀다기 보다는 체력 회복템을 사용하는듯한 모습이였다.


"아 씨 이게 뭐냐. 파티 꼬라지가 이모양이니까 이딴곳에 워프당하지. 시발"


그는 부서져가는 무기를 들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때 허공에 나타난 반투명한 화면은 그를 멈추게 하기 충분했다.


"야이새끼야 문자말고 음성으로 말하라고"


그러자 화면에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기계음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심즈. 너 그소식 들었냐? '


"뭔 소식. 느그 클랜 아작나는 소식?, 아니면 또 대현자녀석이 개입해온 소식? "


'아 그런거 말고. 우리가 만든 세계 있잖아. 그 뭐냐 아바타 생성월드"


"아 그거. 그거 만들던 새끼가 튀어서 방치해놓았잖아. 좆세계 방식은 재미없어졌고"


'최근보니까 거기서 전생자들이 꽤 많이 나타나더라고. 덕분에 청크파일이 겁나게 쌓였어. 거의 하루에 수십번 단위로 세계가 삭제되니까"


"그래서?. 어차피 우리가 조종하지도 못하잖아. 뭐야 혹시 문제라도 생겼어? "


'끝까지 들어봐. 거기서 전생자가 아니라 전이자가 나왔다고. 심지어 아무런 힘도 없다?. 먼치킨이 아니라니깐? "


빵을 씹고 있던 자는 발걸음을 멈췄다. 잠시동안 말을 멈추더니 이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시발 그럼 그새끼가 살던 세계는?. 아직 멀쩡하냐? "


'당연히 삭제되었지!. 전생자들이든 전이자들이든 전이를 하면 그 세계 데이터로 능력치값을 만드니까'


"아니 근데 아무런 능력도 없다고?. 그럼 그 데이터값은 다 어디로 간거야? "


'우리도 지금 추적하고 있어. 내가 알려주고 싶은건 이거야. 방금전에 그새끼가 대현자랑 접촉했어. 그리고 대현자는 우리들의 존재를 그녀석한테 알려줬고'


그는 빵을 내던지고 아이템창을 열어서 쓸만한 무기들을 다급히 뒤졌다. 하지만 급박한 행동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신난듯한 얼굴이였다.


"키야 이게 얼마만에 플레이하는 버그성 이벤트냐?. 야 심즈. 애들 다 불러. 현실세계로 이동한다"


'미쳤어!?. 마법의 현자들이 가만히 둘거같아?. 분명 뒤질거라고!. 분명 넌 그새끼들한테 대갈통 날아가고 백색공간에 사출될껄? '


그는 아이템창에서 거대한 대검을 꺼내면서 말하였다.


"한낱 NPC들 주제에! "


***


모든일을 끝마치고 나는 돌아가려고 했다.


"그럼 나중에 만나요 신승우씨.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걱정마시죠 대현자 나으리. 혼자서 잘할수 있으니까. 그쪽이나 몸조심하시죠"


애써 괜찮은척 하였지만 속으로는 아니였다. 이 세상을 게임으로 여기는 존재들이 있다고?. 그리고 나는 그녀석들이 만든 세계의 인형이였다고?. 애초에 내 세상이 삭제되는건 정해졌었다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더 강해져서 그새끼들 면상을 볼것이다. 천년이 걸리든 만년이 걸리든간에. 그게 이번 삶에 얻은 목표다. 목표를 얻으니 그나마 의욕이 생긴다.


"뭐 그럼 난 도서관에 있는 내 숙소에 가야지"


"잠깐만요. 그건 안될거같은데요"


나에게 말을 걸어온건 레베였다. 아맞다. 그러고보니 깜빡한게 있었다.


"법칙의 마법사와는 이미 상의를 했어요 형. 형은 이제 인도자의 관리인이에요. 그러니 같이 호라이즌 연구소로 이동해줘야겠어요. 걱정마세요. 숙소는 바꾸지 않을거니까. 그래도 형은 그곳에 출근을 하셔야해요"


"나보고 그 미친곳을 가라고?. 게다가 또 뼈빠지게 일하라고? "


"아 걱정 마세요 형. 굿 박사 빼고는 다 덜 미쳤어요. 그리고 거기 복지도 좋아요!"


어쨌든 다 미쳤다는거잖아!. 매드사이언티스트 연구소는 가기 싫어!. 복지는 무슨 얼어죽을 차라리 무덤이 낫겠다!


"레베. 저는 원치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분을 주군으로 섬기기 싫습니다"


그때 갑자기 돌직구를 날린 사람은 듀란이였다.


"그, 그러지 말고 찬성해주면 안될까..?. 어차피 호라이즌씨가 결정한 사항이라서"


"저에게는 오직, 마렐 중위만이 주군입니다. 호위를 해드리죠"


"아까부터 주군 주군 거리고, 옷차림도 그렇고. 뭐야 기사 코스프레야?. 실제 역사속 기사들이 거의 깡패 수준이라는걸 알면 기절하겠네? "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아 씨 이놈의 입방정. 또 하면 안되는 말을 내뱉잖아


"...칼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주제에"


무표정으로 내뱉은 말은 성깔더러운 보안부 부장이 날린 살인협박보다 더 아팠다.  상대에게 죽인다는 협박보다 더 쓰라리는건 상대의 무능력함을 지적하는것이다. 그것도 방금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에게 하면 더더욱 그렇다. 심지어 팩트라서 아무말도 못한다.


듀란은 먼저 포탈 너머로 사라졌다.


"..우리도 뒤따라 가야겠죠? "


"뭐 그래야겠지.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


"네. 존나 싸가지 없게 말하셨어요"


어우 씨 여기 꼬맹이들은 죄다 한성깔 하는구나?. 한 100명정도 있다는데 어떻게 관리할지 참 막막하다. 대체 호라이즌은 왜 나한테 이런일을 맡긴걸까. 난 아직 초짜에 불과한 존나 약한 녀석이고, 아는게 많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거기다가 어린애들을 돌보고 조율해본적도 없는데 왜 나한테 이런일을 맡긴거지?.


그냥 단순히 전이자라는 이유만으로 날 이자리에 앉혔다고?. 물론 인도자들의 관리인이 되어서 대현자를 만났으니 나도 개꿀이긴 하지만 너무 수상했다. 그때에는 미처 생각못했지만 혹시 호라이즌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걸까?


답은 정해져있다. 직접 만나는수밖에


***


"이 지긋지긋한 곳에 다시 올줄은 몰랐는데. 근데 왜 또 개판난거냐? "


포탈을 넘어오자마자 보인것은 저번에 봤던 연구소 내부 광경에 추가로 스파게티로 범벅이 되어버린 모습이였다. 청소부들이 바쁘게 대걸레인지 입달린 망치인지 모를것들을 휘두르고 총으로 무장한 요원들 사이에서 전화기 들고 소리지르고 있는 연구원도 보였다. 그때 누군가가 걸어왔다.


"요원 제네바, 인도자 듀란달. 그리고...신승우씨. 소식은 들었습니다. 좀 난장판이 되었지만 곧 다시 복구될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op.37. 호라이즌 연구소 직속 오퍼레이터 지휘관이다. 마법연맹에는 온갖 요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그중 호라이즌 연구소 요원들을 총괄하는 그의 권한은 매우 막강하다고 할수있다. 근데 어째 높으신분들도 현장에서 구르는건 똑같나보다. 방금전에 날아온 스파게티같은걸 낚아채서 발로 사정없이 밟고 있으니


"여기 대체 뭔일이 일어난겁니까? "


"큰일은 아닙니다. 굿 그 시바ㄹ..이 아니라 dr.good이 단독으로 실험한 종교적 의식때문에 부산물이 좀 튀어나온것뿐입니다"


"보통 종교적 의식에서 스파게티가 날아오는건가요?. 데카르트씨의 유머감각은 역시 이상하네요. "


"거 근데 아무래도 나 그거 뭔지 알거같은데... "


"그래 이 새끼들아 그건 바로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님이다!! "


온몸에 테이프가 감겨있는 dr.good이 끌려가면서 소리쳤다. 요원들이 끌고가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지랄을 멈추지 않았다.


"r'Amen! r'Amen! fucking 라메에에엔!!! "


"저새끼 안끌고가고 뭐해!?. 빨리 대갈통을 날리라고!. 어차피 뒤지지도 않잖아!! "


그러면서 dr.good은 빛의 속도로 끌려갔다. 진짜 저양반은 어떻게 안짤린걸까. 아니 애초에 이 연구소가 어떻게 아직까지 유지되는걸까.


"하 진짜. 가뜩이나 톱니바퀴 그룹이랑 카네이션간의 분쟁때문에 처리해야할 서류도 많은데 뭔 일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건지.. "


여기서도 그 카네이션과 톱니바퀴의 분쟁때문에 고생하고있는것같다. 톱니바퀴.. 초상적 기술로 무기나 팔아먹는 깡통들로 이루어진 기업. 그리고 카네이션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다가 최근들어서 다시 나타난 초고대문명. 쉽게말해서 주인이 멀쩡한 유적을 깡통새끼들이 돈에  미쳐서 도굴을 했다는건데 마법연맹은 그런일에도 관여한다고?. 분쟁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법적소송으로 서로 죽어라 물어뜯는거 아닌가?.


"듀란달, 레베, 젠. 아무래도 이번 분쟁에 인도자들도 투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 마법연맹의 목적은 범우주적인 균형 유지이니, 두 강대새력의 전면적인 충돌은 어떻게서든 막아야합니다. 신승우씨. 아니, 인도자 감독관이라고 불러야겠군요. 호라이즌 박사님의 명령에 따라 지금 이시간부로 감독관님께 인도자 전체 지휘권이 이양되었습니다. 현재 분쟁지역으로 신속히 인도자를 배치해주실것을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어 기다려 봐요. 잠깐만. 아직 인수인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거 같은데?. 저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


"인수인계를 위한 자료는 우리쪽 마법사들이 정신망으로 전송할겁니다. 적어도 인도자들의 전체 명단과 현재 상황은 알수 있을겁니다"


그와 동시에 눈앞이 하얀색으로 점멸하면서 머리에 두통이 왔다. 짧은 순간에 지식이 욱여넣어지는 느낌이였다. 마치 5년치 시험공부를 일주일안에 몰아서 하는듯한 느낌. 왜 이런 느낌을 알고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였다. 백색공간에서 뺑이친 시간이 아까울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공짜는 아닌건지 몰라도 머리가 약간 아팠다. 아니다 약간이 아니라 찢어지는 수준이네?


"존나 아프네...아 이제 알것같네요. 일단 어디쪽인진 알겠고. 현재 배치 가능한 전력은 얼마나 되죠? "


"아시다시피 인도자 4위 이지스는 다른 분쟁진압 임무가 있기에 투입이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인도자가 우주 전역으로 흩어져서 당장 소집이 불가능합니다. 해서 지금 당장 투입 가능한 인도자는 여기 계시는 세명과 인도자 7위 가든, 5위 프로디지움뿐입니다"


인도자 가든. 저번에 만났던 녀석이다. 내가 알고있는 그녀석이 맞다면 아마 내가 가장 잘 다룰수있는 녀석일것이다. 그리고 프로디지움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째 임무 투입횟수가 다른 인도자에 비해 비교적 적은 편이였다. 보통 이런류에서 횟수가 적은 녀석들은 뭔가 위험한게 존재하는법이니. 가든하고 여기있는 4명이랑 같이 가면 딱일듯 싶다.


"형. 아무래도 저랑 젠은 같이 갈수 없을거같아요"


"아 레베야 제발! "


"저희들도 임무가 있거든요. 이건 감독관 권한으로도 취소 못해요. "


"야 그러지말고 나좀 도와주라. 어차피 너희 인도자 5명이 투입되면 웬만하면 빠르게 끝나잖냐. "


이 두 녀석을 대리고 가면 손쉽게 끝날거다. 한명은 악마들을 부려먹고 다른한명은 신들의 힘을 공짜로 사용하니까. 더군다나 가장 잘 알고있는 녀석들이다.  그래도 내가 어느정도 좋은 인상을 남겼는데 좀 도와주겠지


"미안해요. 어마어마한 돈과 인맥이 오고간 협약이거든요"


"허미 씹. 그래 알았어 몸조심하고. "


돈과 인맥이 오갔다고?. 그런건 건들지 않는게 가장 좋은 길이다. 마법사 제자가 된 지금도 난 괴물보다는 국세청이 더 무서우니까.


포탈이 열리고 레베와 젠은 발걸음을 옮겼다.


"조언 하나 해드리자면. 프로디지움 그아이는 되도록이면 후방에 머무르게 하세요. "


"어째서? "


"형이랑 처음 만난 인도자 친구가 애지중지하는 아이거든요"


그러면서 포탈너머로 사라졌다. 이제 시간은 정해졌다. 나는 전장으로 향한다.


***


전투가 벌어지는곳은 카마시스-32라는 거대한 가스행성. 정확히는 그 가스행성위에 떠있는 인공 콜로니들과 대형 위성, 그리고 유적함선들이다. 우리는 그중 유적함선 '테오르의 긍지'함을 진압하기위해 나섰다. 테오르가 누구지?


"특전부 지휘관 하셀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중동인종처럼 보이는 사람과 악수를 나눴다. 특전부에는 괴물들만 득실거린다는 말 치고는 털털하고 능청스러운 사람이였다. 보통 이런 사람들이 막상 전투를 치룰땐 누구보다 무섭다는데 왠지 기대가 됐다. 솔직히 말해서 난 이런일에는 초짜다. 어떨결에 올라온 자리고 얼떨결에 넘겨진 일이다. 누군가를 지휘해본적도 없고 강력한 힘을 부린적도 없다. 심지어 싸움도 겁나 못한다.


하지만 나에겐 마무리해야할 일이 있고 비로소 그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앞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낙하산이라고 해도 이 자리를 맡아야한다. 싸움실력이랑 마법지식은 뭐 백색공간에서 뺑이치면 되겠지.


"기어코 제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그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코에서 작은 통증이 올라왔다. 뒤에서는 바닥에는 이끼가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있다. 그 망할 루돌프때문에 작살난 코를 치료해주고 잠시동안 잡담이나 나눴던 사이. 하지만 지금은 감독관과 인도자로써 다시금 마주하게 되었다.


"어... 뭐라고 불러야되냐? "


"아무렇게나 부르세요. 코드네임 [가든]이라 불러도, 혹은 본명 [마틴]이라 불러도 돼요. "


"뭐 아직 현장에 진입하지도 않았으니 편하게 부르자고. 이번에는 정식으로 인사할게. 이번에 인도자 감독관에 부임하게된 신승우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할게 마틴"


"대마법사의 제자가 인도자 관련직에 오르면 좀 재밌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이렇게 또 결과가 나오네요? "


"너 이새끼 니가 호라이즌 박사한테 꼰질렀지?. 


잠시동안 서로 친하게 만담을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만났기때문일까. 그세 정이 든걸까.


인도자 가든. 본명은 마틴. 호라이즌 연구소에 처음 왔을때 죽을뻔한 나를 살려준 녀석. 녀석을 처음 만났을때에는 인도자라는걸 이해할수 없었다. 단지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싸우도록 만드는걸 정당화한다고?. 내눈에는 아직 어린아이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버려진 함선에 발을 딛고 적들의 공격에 노출되었을때, 난 왜 마법연맹의 높으신놈들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었다.


이새끼들은 존나게 쌔다.


"다들 괜찮으신가요? "


드랍쉽이 위성크기의 함선에 착륙하자마자 수백발의 미사일들이 기다렸다는듯 일제히 날아왔다. 일부 미사일들은 지들 스스로 맛이 간건지 아니면 아군이 제밍을 걸어놓은건지 알아서 땅으로 떨어졌지만 대다수의 미사일들이 빠른속도로 날아오고있었다. 상륙작전에서 최선두로 나선 병사들이 이런 기분이였을까. 말 그대로 죽으러 간다는것 말이다.


물론 우리가 기다리는건 빌어먹을 죽음이 아니라 개쩌는 역관광이다. 날아오던 미사일들은 땅에서부터 솟아난 얼음 가시덩굴로 인해 막혀 그 파편이 내 코앞에조차 닿지 못했다. 이곳뿐만이 아니였다. 순식간에 함선 전체의 환경이 바뀌었다.


"극저온 전투복은 다들 착용하셨죠?. 감독관도? "


"당연히 착용했지. 근데 진짜로 함선 전체의 환경을 변화시킨거 맞지? "


"심우주에서 활동하는 기계드론들의 회로가 망가질정도의 극저온으로 만들어놨으니 걱정말아요. "


인도자 가든. 그의 힘은 제한이 전무한 환경조작능력. 어떤씩으로든 그 힘은 발현된다. 방사능으로 인해 세균조차 남지 않은 붉은숲을 만들수도 있고 멀쩡한 수역들을 모조리 냉각수로 변형시킬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살아있는 테라포밍 기계다.


"진입해야합니다 감독관. 명령을 내려주시죠"


특전부 요원이 나에게 말하였다. 이곳에서 지휘권은 나한테 있다. 물론 나는 세부적인 지휘는 하지 않고 인도자들만 대리고 다니면 될뿐이다. 


"모두 진입하자. 이곳 환경은 우리가 조작한다. 어디 중재좀 해보자고"


나는 마법진이 그려진 소총을 들었다. 목표는 멀지 않다. 아마 이곳에서 한참 싸우고있던 녀석들도 눈치챘을것이다.


부디 그녀석들이 알아서 싸움을 멈췄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