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조사에 대한 열의가 넘쳤기 때문에 당장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다. 이 때 늑대 눈알이 10피코에 판매된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과연 이번 사건의 해결에 어떻게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말기로 늑대 눈알을 취급한다는 처리업자를 찾아보았다. 대도시에서도 그런 처리업자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메갈로폴리스의 변두리에 있는 상점이었는데, 사모아 형사와 스파링에게 얘기를 하고 나 혼자 그곳으로 떠났다. 나는 부산물 처리업자에게 물었다.

"저는 용병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늑대 눈알을 10피코에 판매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아 이곳에서는 20피코에 거래된다오. 물론 내가 소규모 제약업자한테 팔 때의 얘기지. 나는 늑대 눈알을 구매할 때는 10피코보다 더 쳐줄 수 있다오. 최근 들어 늑대 눈알이 인기가 있지. 늑대 눈알을 수집하게 된다면 나한테 파슈."

"늑대 눈알을 제약업자한테 판다고요?"

"그래 늑대 눈알이 어떤 질병에 특효가 있다고 하더구만."

"제가 용병으로 경찰관을 지원하는 일도 하거든요. 혹시 늑대 눈알을 제공하는 제약업자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직접 찾아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거든요."

"그렇게 하지. 사실 나도 늑대 눈알의 효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오."


나는 제약업자를 찾아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용병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의 의뢰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몇 가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구려."

"여기서 늑대 눈알로 약품을 제조한다고 들었어요. 늑대 눈알은 도대체 어디에 좋은가요?" 

"늑대 눈알을 수집하시는 용병이신가요? 나한테 직접 판매한다면 15피코를 쳐줄 수 있소. 늑대 눈알은 이 행성의 풍토병을 치료하는 데 특효가 있었소. 평소 건강한 사람은 걸리지 않는 병인데, 특히 노인의 경우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죽을 날이 가까워오면 갑자기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며 이상한 행동을 하곤 했소. 늑대 눈알에서 정제한 약을 먹으면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풍토병이 말끔히 치료된다오." 

"혹시 늑대 눈알의 어떤 성분이 풍토병을 치료하는지 아시나요?"

"잘 모르겠소. 사실 풍토병은 주로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노인한테만 걸리고 최근에서야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체계적인 연구는 없었던 모양이오."

"알겠습니다. 제가 풍토병 치료제가 필요한데, 늑대 눈알을 가져와서 일부는 판매하고 일부는 치료제로 정제해 주실 것을 부탁해도 되겠죠?"

"나야 환영이오. 다만 늑대 눈알을 치료제로 정제하는 비용을 지급해주시면 됩니다."


나는 스파링과 함께 사모아 형사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형사님, 내일쯤부터는 바이러스 전문가가 조사팀에 합류하는 것이 맞지요?"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늦어도 모래는 합류가 가능할 걸?"

"저는 이곳에서 딱히 더 할 일이 없군요. 일단 저와 스파링은 숲으로 복귀해서 사냥이나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지. 내가 숲으로 출발할 때 자네한테 연락을 하겠네."


스파링과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늑대가 살고 있는 숲으로 되돌아왔다. 또 다시 본격적인 늑대 사냥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늑대 눈알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수집함을 챙겨 오토바이에 실어놓았다. 


스파링과 나는 가능하다면 홀로 숲을 거니는 떠돌이 늑대를 위주로 사냥을 했다. 늑대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사모아 형사의 전투방법을 모방하여 길이가 적당한 단검 2개로 하나는 늑대의 공격을 막는 데에, 다른 하나는 늑대의 심장을 찌르는 데에 사용했다. 무지막지한 힘으로 늑대의 목을 일격에 자르는 것보다 힘이 훨씬 덜 들었고 손목도 뻐근하지 않았다. 역시 뼈를 자르는 것은 도살업자가 아는 것이지 사냥꾼이 할 짓은 아니다. 내가 늑대를 처리하는 것에 효율이 늘어남과 동시에 스파링이 방패를 요리조리 조정하는 실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스파링이 방패를 던지면 마치 자동항법장치를 내장한 것처럼 방향을 틀어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스파링, 이제 방패는 거의 완벽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었군. 이제 E등급이 아니라 D등급의 상위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어. 어때, 시간이 나면 용병 사무소에 들러 등급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방패를 조종하는 능력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힘이 딸려서 파괴력은 한계가 있어. 또 속도를 늘려 다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야."


사냥은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아주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늑대 고기는 트럭을 불러 나르고 눈알은 조심스럽게 뽑아내어 오토바이의 수집함에 넣어두었다. 트럭 가득 늑대 고기가 담기자 우리는 정육공장에 늑대 고기를 넘겼다. 돈은 2나노300피코를 벌었다. 트럭 운전수에 대한 보상을 2배로 올려주기로 했다. 


나의 권유에 따라 스파링은 용병 사무소에 들러 등급을 D등급으로 올렸다. 실력 테스트를 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무난하게 통과했다. 스파링은 E등급으로 상당한 포인트를 쌓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D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었지만 실력 테스트도 원한다면 할 수 있었다. 스파링은 아주 신중한 친구임에 틀림없다. 


주머니 사정도 두득해졌겠다 정식으로 맛좋은 음식점에서 식사하기로 하고 도깨비 준코와 마코 형제를 초대했다. 

"준코, 혹시 이 근처에 유명한 맛집이 있나요? 제가 한 턱 쏘죠. 오늘 2나노300피코를 벌었거든요."

"정말 대단하군. 하루에 그렇게 많은 돈을 벌다니. 자네들의 사냥 실력은 벌써 D등급을 훨씬 초과했네 그려. 내가 잘 아는 해산물 요리집이 있는데, 그곳에 가겠는가? 좀 가격이 나가기는 하지만 맛이 아주 좋지." 


도깨비 형제는 농부라서 해산물이 좀 먹고 싶었나 보다. 나도 해산물을 먹어본지는 오래 되었다. 삼마 행성의 해양 규모가 어떻게 되며 어떤 종류의 물고기가 주로 서식하는지도 궁금해졌다. 아무튼 진귀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이 행성의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준코 형제는 농부답게 경운기와 비슷한 탈것을 몰고 왔었는데, 우리는 그 경운기형 자동차의 뒤를 따랐다. 해산물 요리집의 이름은 포세이돈이었다. 주차장에는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역시 맛집으로 유명한가 보다 했다. 


해산물 요리집의 홀에는 원형의 식탁이 수 십 개 놓여 있었다. 손님으로 북적였다. 이렇게까지 손님이 많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처 자리를 예약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도깨비 준코가 카운터에 앉은 직원에게 말한다.

"저희가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자리가 혹시 있을까요?"

"지금은 자리가 꽉 찼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쪽 대기석에서 20분 정도 기다리시면 됩니다. 성함은 어떻게 되시죠?"

"준코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도깨비죠. 제 일행은 도깨비 2명, 휴먼 1명, 오크 1명입니다." 

준코는 겸연쩍게 웃으며 자신의 머리에 난 뿔을 가리켰다. 카운터의 직원은 엘프 여성이었다. 힐끗 보더니 인명록 비슷한 곳에다 이름을 적었다. 엘프 여성이 얼굴을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보았는데 역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에게는 큰 감흥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엘프 여성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용병 휴게소에서 봤던 여성. 이름을 얼핏 들었지만 기억한다. 리라.


우리는 투덜거리며 대기석으로 갔다. 대기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는 순간 내 발은 얼어붙고 말았다. 그곳에는 방금 전에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리라가 며칠 전의 이미지 그대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리라의 옆에는 매우 잘생기고 힘 꽤나 쓰면서도 왠지 날렵할 것 같은 체격을 한 엘프 청년이 딱 버티고 앉았다. 둘은 깨가 쏟아지는 광경을 연출하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나칠까 하다가 나도 알지 못하는 오기 비슷한 감정이 생겼다. 나는 리라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용병 휴게소에서 일하시는 리라님 아니신가요?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용병으로 일하고 있는 한누리라고 합니다."

"아 그러세요. 며칠 전에 용병 휴게소에 오셨죠? 그 때 뵌 것 같아요. 저가 일하는 휴게소에는 단골로 자주 오시는 분이 많아 대부분 기억하고 있어요." 

"슬쩍 보았을 뿐인데, 기억력이 대단히 좋으시군요. 옆에 계신 분은 약혼자이신가 보죠?"

"아, 이쪽은 제 약혼자인 카라쿠롬입니다."

리라의 약혼자는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팔을 뻗어 나한테 악수를 청했다. 

"저는 리라의 약혼자인 카라쿠롬입니다. 저 또한 용병으로 일하고 있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한누리라고 합니다. 카라쿠롬님은 주로 어디에서 일하시나요? 저도 용병으로서 궁금해서요."

"저는 리라가 일하는 도시에서 30킬로미터쯤 떨어진 도시에서 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저도 늑대를 잡았지만 지금은 곰을 잡고 있어요." 

"아, 제가 늑대를 잡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한누리님께서 일하시는 도시에서 저도 일했지만 주로 늑대가 출연했지요. 요즘도 그렇지 않나요?"

"맞아요. 요즘 늑대가 집단행동을 시작했어요. 곰들은 그렇지 않나요?"

"곰들은 원래부터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 동물이죠. 지구나 다른 행성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처럼요."

"아 알겠습니다. 만나 뵈서 반가웠습니다. 나중에 또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요.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나는 도깨비 형제와 스파링이 앉아 기다리는 쪽으로 갔다. 준코 형제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한다.

"한누리, 리라를 알아봤구만. 리라 약혼자를 조심하게 괜히 리라에게 추근대다가 혼나지 말고. 리라 약혼자는 C등급 용병이라네."

"아 그렇군요. 곰은 늑대보다 훨씬 강력한가요?"

"늑대보다야 훨씬 강하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D등급 용병이라도 수준급이라면 충분히 사냥을 할 수 있다네." 

"엘프족은 활을 잘 다루지요?"

"여보게, 활은 엘프"만" 다룰 수 있다네. 다른 종족은 활을 쏘더라도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못하지. 원거리 공격무기로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은 엘프족의 특기이니까."

"하기야 그렇겠군요. 누구라도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기관총을 휴대하고 다니다 마구 쏴갈기면 될 테니까요. 엘프만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왜 기관총을 사용하지 않고 활을 사용하는 걸까요?"

"그것은 엘프에게 묻게나. 내가 그 깊은 속을 어찌 알겠나?"


사교성이 철철 넘치는 엘프 여성과 달리, 엘프 남성은 문명을 싫어하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문명을 싫어하는 습성상 기관총보다는 활이나 칼과 같은 원시적인 무기를 좋아하는 것이겠지? 


잡담을 나누며 얼마쯤 기다리니 포세이돈 식당 홀에 앉을 자리가 나왔다. 나는 과연 어떤 해산물이 좋을지 몰라 도깨비 형제에게 메뉴를 정하라고 했다. 준코는 상어 오리를 시켰다. 글쎄, 먹을 만했지만 아주 맛있는 정도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