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청 앞 도로의 시작인 국왕 동상을 공격 집결지로 삼았다. 성채와 알 두치, 엘 레와등 시청 주변에 잔존한 모든 부대가 마지막 공세에 나섰다.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공세에 나섰으며, 대포를 동반한 우리는 일종의 후속적 주공이자 초월부대였다. 공세가 시청의 북쪽에 집중되어 있을 때 우리는 단 시간 안에 시청광장으로 돌입해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이 성공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적의 매복조의 사격과 동시에 현실이 되었다.
선두에선 12파운드 컬버린 포의 끝에 불꽃이 번쩍였다. 뒤에있던 24파운드 컬버린 포는 연기를 내며 포를 쏘아댔다. 하지만 적이 어디에서 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청광장을 빠르게 진입해야 했으나 우리는 곧바로 돈좌 되었다. 적의 대포와 머스킷이 우리가 방패막으로 삼는 가여운 엄폐물로 향해 날아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적이 어디있는지 찾지 못했다. 암흑 속에서 싸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몇 군데 불꽃이 보이는듯한 건물에 머스킷을 쏘았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나일 강 너머로 보내야 한다고 자원했다던 12파운드 컬버린 포의 포수는 불타는 대포에서 몸을 마치 다 피하지도 못한 채 불에 타올랐다. 그의 코에서 끓어오른 체액이 몸 밖으로 빠져 나와 쏟아졌다. 선두에선 대포와 그 주변으로 한 ‘타칭 첨병 중대’는 고립되었다. 적의 대포가 쏟아지자 우리 중대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대대가 양분되었다. 우리가 할수 있는건 대포를 피해 건물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고립된 그들은 부숴진 마차들 뒤에 웅크린 채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구원할 수 없어. 그들도 알았을 것이다. 24파운드 컬버린 포에 적의 대포가 스쳐 지나가 국왕 동상을 부숴버렸다. 동상의 파편이 광장으로 우수수 쏟아졌다. 그들은 후퇴 할 수도 구원을 바랄 수도 없다. 동상의 머리가 우리 앞으로 굴러왔다. 고립된 그들은 당황하지도 절망에 빠진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체념했다는 듯 무표정했을 뿐이다. 사이로 무언가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그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리버시엔 만세!”
“국왕 만세! 리버시엔 만세!”
그들은 엄폐물을 넘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마지막 남은 대포 1문도 포탄을 전방으로 쏟아내며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포연과 폭음 속에서 그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함성이라기 보다는 울부 짖는 것에 가까웠다. 총성과 함성 비명과 굉음소리가 진동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황홀하기 까지 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머스킷을 쏴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리버시엔의 마지막 공세는 실패했다.
우리는 다시 성채로 돌아왔다. 대대장은 중위가 되어 있었다. 대대는 이제 스무명이 채 남지 않았다. 카이로 지구와 그 인근의 병력들은 모두 성채로 집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적군은 이제 나일 강에 거의 도달했다.
“카이로 지구 방어 사령관 샤바브 소장이다. 모든 병사들은 현 위치를 반드시 고수하라.”
파발병이 가져온 전문에서 나온 사령관은 이젠 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글씨는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 그는 카이로에 있긴 한 걸까? 그것은 편지라기 보다는 절규처럼 느껴졌다.
성채가 가까워지기 시작 할 즈음에, 죽어버린 한 말 한마리가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기병용 군마였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훤히 들어난 말의 창자가 기름묻은 풍선마냥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옆에선 떨어졌는지 기병이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있었다. 다 감기지 못한 그의 눈이 길가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마치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짓이겨진 얼굴 탓인지 나를 노려보는 것 같기도 했다. 너는 왜 죽지 못했냐 하고 묻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