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사제."


화제를 돌리려는 놈에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제갈문 저 새끼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이길 겜이었는데.


"하던 거나 집중해. 뒤지기 싫으면."


나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약하게나마 사자후가 섞인 내 목소리에 놈이 꿀꺽 침을 삼키는 게 들렸다.

그래도 그 대머리 할배한테 배운 보람이 있네.


"손가락에 내공 안 모으냐? 챔피언 한 번 썰릴 때마다 대련 한 번이다."

"사, 사형, 이건 피지컬 문제가 아니지 아니라."

"그럼 머릴 써, 이 새끼야."


피지컬이 안 되면 머릴 쓰던가.

제갈씨란 성이 울겠네.


결국 게임은 지고 제갈문과는 세 번의 대련이 되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울상을 짓는 제갈문과 함께 나는 분식집으로 향했다.


"너 아까 뭔 얘기 하려고 한 거냐."


점소이가 음식들을 내오는 사이 나는 제갈문에게 물었다.

내 물음에 제갈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예?"

"뭐 중원닷컴 어쩌고 하지 않았냐. 거길 왜 보는데. 틀딱 사이트 아니냐 거기?"

"사형, 진짜……."


제갈씨 일대제자라는 인간이 진짜……. 라고 중얼거리는 걸 나는 무시했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떡볶이를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아무튼 보시죠. 요즘 이거 때문에 난립니다."

"뭔데."


놈이 건내준 핸드폰 액정에는 아리따운 미녀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액정을 확인한 나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미친 중남충 새끼가."

"예?"

"너 설마 여자 도촬도 하냐? 요즘 같은 시기에? 그것도 무림맹 소속이?"

"예? 아니, 그게 아니라."

"문아, 진짜 이건 좀 아니지. 요즘은 사파 새끼들도 사리는 시대인데. 너 이거 들키면 최소 파문이야. 알아?"

"아니, 사형! 도촬이 아니라!"


내 질책에 제갈문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단 제 얘기 좀 들어주십쇼!"

"뭔 얘길 하려고?"

"아니, 진짜 모르시는 겁니까? 방금 사진 보고도 떠오르는 게 없으신 겁니까?"

"그러니까 뭘?"

"이 여자 요즘 유명한 마교 교주 아닙니까! 천마인가 나발인가 하는!"

"엥?"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도 좀 보십쇼!"


"……이거 무림맹 맹주 아니냐?"

"맞습니다."

"이 분이 여긴 왜 있는데?"

"여기가 맹주님 거처라고 합니다."

"뭐?"

"요즘 강호닷컴에서 소문이 파다합니다. 별 이야기가 다 나오고 있다고요."

"미친."


이거 상황이 재밌게 굴러가는걸.


설명을 들은 나는 들고 있던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갈문이 날 보며 헐레벌떡 쫓아왔다.


"사형, 어디 가십니까?"

"심심한데 구경이나 가 보자."

"예? 아니, 사형! 야자는요?"

"내가 야자하는 거 본 적 있냐?"

"모용비 선생께서 화내실 겁니다……."

"미쳤냐? 그 아줌마한테는 당연히 비밀로 해야지. 자꾸 빠져나올 생각하지 마라. 한 번 태클 걸 때마다 대련 때 10합 추가다."

"……네."

"좋아. 그럼 가자."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나는 곧바로 경공을 이용해 움직였다.

내 뒤로 따라오는 제갈문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자그맣게 들렸지만 나는 또다시 무시했다.


"오늘 표국팡에서 택배 온댔는데……."


옛날에 무림아파트 어쩌고 단편 누가 쓴거 내맘대로 이어썼던건데 귀찮으니까 누가 이어써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