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6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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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는 총격에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병실을 살폈다.


“뭐지…? 이 병실 안은? 대체…?! 신부 자식은…?!”


병실 안은 쥐새끼 한 마리도 없이 조용했고 오직 중간의 테이블 위에 방금 먹다 남은 듯한 요리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미 복도는 갑자기 총에 맞은 – 공교롭게도 남자가 총에 맞은 자리는 그의 아들이 총에 맞은 자리와 똑같았다. – 남자 때문에 생긴 혼란으로 그들에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대체… 어찌된 일이지, 이게…?! 이 상황… 신부와 같이 있다는 새 ‘적’의 소행이 틀림없어. 하지만 어쩐지 ‘스탠드 능력’ 같지 않은 공격이야… 진짜 탄환이 발사된 것 같아! 게다가 누구지?! 총에 맞은 저 남자는…?! 뭣 때문에 총에 맞은 거야?! 저 남자는 어딜 봐도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그냥 일반인이라고! 구급차로 실려온 소년의 부모였나?"


“시험 사격인지도… 어떤 능력인지는 짐작도 가지 않지만… 재능에 이제 막 각성한 자식이라면 자기가 어떤 능력자인지 ‘시험’을 해볼 필요가 있겠지.”


죠린은 병실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 에르메스가 다급히 말리지 않았다면.


“잠깐 죠린! 그 ‘구덩이’ 앞으로 나가면 안 돼애애애애애애애애!!”


놀랍게도, 병실의 테이블 뒤쪽에는 싱크홀이 파여 있었다.


“이동하고 있어! 신부는 지금… 놈은 이 안에 있어! 점점 여기서 어딘가로 이동해 가는 게 느껴져!”


죠린이 당장이라도 싱크홀 안으로 뛰어들려 하자 에르메스는 그녀를 꽉 붙잡으며 충고했다.


“잘 들어! 난 찬성 못 해! 네가 만약…! 지금 그 ‘구덩이’ 속으로 들어갈 생각이라면 누가 봐도 이건 함정이야! 이 ‘구덩이’와 복도의 그 남자가 저격당한 일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 간파하기 전까지는 가까이 가서는 안 돼!”


“조용, 에르메스!”


구덩이 저 안쪽에서 금속음이 조금씩 들렸다. 죠린은 주변을 살피다 침대 아래쪽에 비상시에 쓰이는 손전등을 가져와 구덩이 안쪽을 비췄다. 말이 싱크홀이지 기껏해야 3~4미터 정도의 구덩이와 벽면에 한 사람이 겨우 기어갈 수 있는 자그마한 구멍, 그리고 숟가락이 떨어져 있었다.


“바닥에 병원 뜰을 향해 수평으로 땅굴이 나 있어. 그 안쪽은 안 보여.”


죠린은 바닥에 떨어진 차트를 뒤졌다.


“신부와 함께 있는 적의 이름은 ‘베르사스’라는 모양이야. 25세, 남자. 왼쪽 다리 부상 때문에 이 병원에 입원중이었는데 아직 완치는 되지 않았어.”


“잘 들어, 죠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구덩이’에 들어가면 안 돼! 나오길 기다려! 아니면 토끼를 몰듯이 몰아내든가!”


“이 ‘구덩이’가 빤히 보이는 ‘함정’이란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신부’가 이 ‘구덩이’ 속에서 신월까지 앞으로 ‘사흘’ 동안 기다릴 생각이라면? 아니… 신부라면 가능한 얘기지만 어쩌면 이대로 케이프커내버럴까지 달아날 생각인지도 몰라. 사흘 뒤면 신부는 확실하게 천국에 간다 하는 그 ‘터무니없는 무언가’를 얻게 돼…! 현재 신부의 능력은 아직 기억을 조종하는 ‘화이트스네이크’에 불과해.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어! 놈을 막으려면 지금밖에 없다고! 재기불능,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숨통을 끊는 일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


죠린은 에르메스에게 파란 실을 건냈다.


“이것 좀 잡고 있어 봐… 절대로 놓으면 안 돼.”


에르메스가 멍하니 그 실을 잡는 순간, 죠린은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잠깐! 죠린?! 뭐 하는 거야 나도 갈래!”


“같이 가면 누가 날 보조해줘? 내 로프를 몸에 감고 있어. 위험하면 신호할게! 알았지? 반드시 끌어올려줘!”


죠린의 별 모양 점에서 나오는 실을 에르메스는 꼼짝없이 잡고 있어야 했다.


“이게 무슨… 죠린… 이 실을 엮어 만든 로프, 헬리콥터에서 탈출할 때도 썼지만 ‘몸’에서 이걸 계속 뽑아내면 대체 몇 미터쯤 돼? 수십 미터? 백 미터는 되나?”


죠린은 땅굴 입구 부근에 떨어진 수저를 주우려 했다.


“죠린…?”


죠린이 대답이 없자 당황한 에르메스는 더 크게 소리쳤다.


“야! 왜 대답이 없어! 죠린!”


죠린이 바닥에서 숟가락을 잡는 순간, 죠린은 자신이 갑자기 비행기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깜짝 놀라 이리저리 둘러봐도 영락없는 비행기 안. 그리고, 그 중 한 승객이 읽고 있는 ‘뉴욕 타임즈’지의 상단에는 ‘2005년 7월 21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2005년? 여… 여긴?!”


죠린이 다급히 창밖을 봤을 땐, 밖은 영락없는 구덩이 안이었다. 그리고, 저 너머에 두 사람과… 하나의 인간형 스탠드가 있었다. 하늘색 피부에 빨간 청진기 같은 것이 두 눈을 덮고 있으며 가슴팍에는 각각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문양과 태양 같기도 한 무언가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양 팔에는 붉은 손목보호대 같은 것을 차고 있었다.


“잠깐. 봐! 저 녀석. 로프를 달고 왔어! 절단하고 오지.”


그 스탠드는 그렇게 말하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죠린은 자신이 달고 온 실이 비행기 천장을 마치 수면처럼 관통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실에 느낌이 오자 줄을 잡아당겼다.


“뭐… 뭐야, 여긴?! 에르메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해! 내 말 들려? 끌어 올려줘! 어서!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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