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렸다.
언제나와 같이.
밤새 꾼 꿈은 하나의 안개처럼 찾아왔다 흩어졌다.
사람의 죽음.
전쟁이라는 인류의 비상도, 종말이 찾아온 것도 아닌데도.
내가 누워있는 침대 윗자리에 있어야 했을 이의 상실에는 귀 기울이는 어른은 없었다.
“…….”
한숨과 함께 그 녀석이 좋아했던 가요 멜로디에 따라 일어섰다.
방송부 아이들의 소소한 저항일까.
노래는 금방 끊겨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다.
아침 점호와 운동 이후에는 사감의 훈화가 있었다.
교장과 교감, 학생부장까지 와 있었다.
“학교생활이 되었든 군대나 사회에서든. 의지와 정신력이 달리는 사람은 퇴보하기 마련이야. 교장 선생님은 이번 일로 너희에게 실망했다.
“…….”
반론은 없었다.
그저 산발적인 탄식만이 튀어나왔을 뿐.
당연했다.
반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교장은 그것이 썩 흡족한 듯했다.
“오늘은 이쯤하고, 여학생부터 차례로 밥 먹으러 가라.”
아침밥으로 나온 시리얼.
그 녀석이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맛없는 시리얼에 대한 비판.
코웃음 치며 입 한가득 쑤셔 넣는 것으로 대답했었다.
한두 숟갈 입에 넣고 도저히 먹을 수 없어 잔반구에 퇴식했다.
급식실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하루를 여는 시간에 마땅히 따라야 할 불안과 불평의 말 한마디 없이 수저와 식판이 부딪히는 소리와 음식물의 절삭음이 공허히 들릴 뿐이었다.
“저… 얘들아?”
보다 못한 아침 운동 지도 선생이 입을 열었으나 뒤따르는 것은 침묵과 한탄이었다.
빠져나왔다.
이곳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기숙사동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