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름을 사모하는 까닭은 봄이 밉기 때문이요,
봄을 미워하는 까닭은 벚꽃이 싫기 때문이니

피고, 지고, 떨어지고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의 시각화
뚝뚝 떨어지는 봄의 함박눈과
허파에 방울방울 맺히는 적막

게워내려 한숨을 쉬어 봐도
이내 코끝에 차디찬 부취만이 감돌 뿐입니다.

내가 여름을 사모하는 까닭은 봄이 밉기 때문이오.
헛구역질의 끝에 서 있는, 여름을 여는 그 봄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