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밤


시인의 밤은 

세상 그 어떤 순간보다도 

고독한 순간이다


밤이 되면서

뜨거운 해가 지고

차가운 달이 오면

그때부터 나는 시인의 밤을 몸소 겪게 된다. 


커다란 보름달의

푸르스름한 달빛이

옥탑방 낡은 창문을 통해

내 방으로 들어오면 


나는 그 달빛을 전등 삼아 

내 작은 공책에 

첫 글, 하나 놓는다. 


수백 번 쓰고

수백 번 지우고

수백 번 다시 쓰고

또다시 수백 번 지우면

어느새 남는 건

공책 한 면을 가득 채우는 

고독한 나의 시. 


밤은 시인의 순간이요

시인은 밤의 인간이요

이곳은 나의 무대이요

이 나의 무대인

이 낡은 옥탑방에서

나는 그리 고독하게 

이 말을 되뇐다. 


저 푸르스름한 달빛을 받는

고독한 나의 방에서 

오늘도 난, 

이 고독하고 고독한 시인의 밤을 

내 시의 마지막 부분에 

마침표를 찍으며

끝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