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 본 소설은 원작의 내용, 캐릭터나 능력 설정, 시간대 등이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 옷코츠나 나나미를 비롯한 강자들은 나쁜 주령과 싸우고 있거나 죽어서 등장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을 쓰는 도중에 진짜 스쿠나랑 고죠가 싸우길래 그제야 원작 내용을 알았습니다. 때문에 이와 관련해 내용을 추가했으니 스포일러가 됩니다.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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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양면 스쿠나 씨?"

   

 허허벌판. 생물과 무생물을 막론하고 가루만 남은 을씨년스러운 곳에, 적막함과는 거리가 먼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툭 끼어들었다.

   

 "본체로 보는 건 처음이다, 그지?"

   

 "호오."

   

 인간 최강. 자신과 맞붙을 상대가 되는 거의 유일한 존재. "맞붙는다" 라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중 고죠 사토루가 독보적이라는 사실은 스쿠나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내 앞에서 여유를 부리는가. 과연 인간 최강이라 불릴 만하다만..."

   

 그렇기에, 

   

 "여유를 부리는 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주령 최-강?"

    

 둘은 멀리 떨어져있을 때부터, 서로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진작에 감지하고 있었다.

   

 "네 기운밖에 안 느껴지기에, 상대할 가치도 없는 잡졸들을 끌고 오는 줄로 알았건만."

   

 "잡졸이라... GTG - Great teacher Gojo - 가 키운 정예를 얕보면 곤란한데 말이지?"

   

 "큭큭큭, 그런가. 그럼 왜 정예 병사들을 데려오지 않았지? 방금까지 여기 있던 놈들은 정예가 아닌 건가?"

   

 "아, 다수가 되면 오히려 너보다 곤란한 놈들을 상대하고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말이지,"

   

 사토루는 안대를 벗었다.

   

 "넌 나 혼자서 충분해."

   

 대화가 끝났음을 선포함과 동시에, 스쿠나와 고죠는 자세를 취했다.

   

 ""영역 전개.""

   

 "복마어주자."

   

 "무량공처."

    

 신을 담는 그릇 아래에 숨어있던 악마 - 복마(伏魔) - 가 고개를 치켜들고, 땅 위와 아래가 스쿠나의 영역으로 선포된다.

   

 "허허, 네놈의 영역은 어디로 갔더냐? 아까와 달리 말이 없군, 그래."

   

 "..."

    

 고죠의 반응을 살피던 찰나, 스쿠나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영역 범위가 봉인되듯 "닫히고" 있었다.

   

 "네 이놈... 무슨 수작을 부린 게냐."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군. 내 영역에 있어선 안 될 것들이...'

   

 "걸렸다."

   

 스쿠나는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눈깜짝할 사이에 앞으로 다가온 고죠에게 머리를 잡힌 채 끝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내 참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슨 일인지 설명이라도 해달라는 표정이군, 스쿠나 씨?!"

   

 말도 안 된다. 내 영역 안에서 어떻게...

   

 하, 기고만장해서는...

   

 "웃기지 마라!!"

   

 영역의 힘을 봉인하면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가?

   

 내게 다른 힘이 없다고 생각하였는가?

   

 무르기 짝이 없구나.

   

 "참술 - 단혼지마(断魂の魔)"

   

 날카로운 초승달 모양의 참격을 사방으로 날리는 스쿠나의 모습은, 순간 고죠에겐 팔이 수십개로 늘어나 마구잡이로 이를 휘두르는 괴물처럼 보였다.

   

 '역시 무한無限의 술식 정도는 가볍게 뚫리는 건가. 게다가 상황을 이렇게 끌고왔는데도 봉인이 어설퍼. 과연 스쿠나로군.'

   

 급히 피했지만 스친 것만으로 상당한 혈흔을 튀기는 참격을 보며 사토루는 거리를 더욱 벌렸다.

   

 '자, 이제 어떻게 공략해줄까?'

   

 이 상황이라면...

   

 "술식 순전, 파랑. 술식 반전, 빨강."

   

 허식虚式, 보라.

   

 순행巡行과 역행逆行이 충돌하여 빚어진 모순의 소용돌이가 무하한을 가르려는 순간,

   

 "불쾌하기 짝이 없군."

   

 "?!"

   

 떨어지던 스쿠나는 부자연스러울 만큼 자연스럽게 무하한의 허공에 착지했고, 허식의 소용돌이는 무하한無下限의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주제도 모르고 내 영역에 쳐들어온 것들이 내 눈에 끊임없이 비치는구나. 심지어 1000년 전의 일까지 보게 하다니..."

   

 "뭐야..."

   

 짜증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던 스쿠나는, 당황한 고죠의 눈을 보고서야 씨익 웃었다.

   

 "이제 네놈이 설명을 듣고 싶다는 얼굴을 하고 있군, 그래?"

   

 "무한히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은, 정지한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느냐?"

   

 큭큭대던 스쿠나는 짐짓 과장되게 팔을 휘두르며 말을 이어갔다.

   

 "네놈의 꼼수 자체는 대단했다. 내 영역 안에서 자기 영역의 효과를 잃지 않은 놈은 여럿 있었어도, 내 영역을 봉인해버린 놈은 처음이야. 과거에도 영역 전개를 시도한 놈들은 헤아릴 수 없었다만... 결과적으론 내 영역에 잡아먹힌 놈들뿐이었지. 헌데, 네놈은... 허공에 그려진 내 그림에 네놈의 캔버스를 갖다대서 종이에 가둬버린 다음 네 그림을 덧씌운 게야. 아주 훌륭해."

   

 허나 부족했다. 스쿠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직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가보군, 인간 최강 나으리?"

   

 "!!"

   

 스쿠나가 팔을 들어올리자, 고죠가 있던 자리를 팔의 참격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방금 건, 스쿠나의 영역 고유능력인가?'

   

 영역 내의 공격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무후무한 상황.

   

 ""그렇다면.""

   

 "술식 순전, 파랑, 술식 반전, 빨강."

   

 "또 그거냐? 내 장담하지. 그걸 날리자마자 참격으로 죽여주마."

   

 꿋꿋이 술식을 전개하는 고죠를 보고도 여유롭게 말을 던지며 이를 기다리는 스쿠나 사이에 정적이 잠시 깃든다.

   

 "허식虚式, 보라."

   

 "어리석구나."

   

 고죠는 생각했다. 스쿠나가 참격을 연발하지 않는 이유를. 이 혼란스러운 영역 간의 교차 상황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그리고 각종 상황에 대해 스쿠나가 어떻게 반응할지까지.

    

 스쿠나가 말한대로 지금 참격이 고죠만을 노린다면 치명상을 피하면서 어떻게든 흘려낼 수 있고, 허식의 소용돌이를 먼저 노린다면 분명 짧은 틈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짧은 틈 하나면 충분했다.

   

 콰앙. 큰 폭발음과 함께 허식이 사라지는 그 찰나, 고죠가 사라진 자리에 팔의 참격이 한 발 늦게 떨어졌다.

   

 "술식 순전, 연사."

   

 "흐음~?"

   

 여유롭게 뒤를 돌아본 스쿠나는, 아까와 같은 파란 구가 생기지 않는 것에 순수하게 의문을 표했다.

   

 "술식 반전, 낙하."

   

 빠르게 덮쳐오는 푸른 빛줄기를 피하는 스쿠나의 머리 위로, 붉은 빗줄기가 빗발쳤다.

   

 '곤란하군. 영역과 술식의 능력이 섞여서 들어오는 건가. 무한이라 하였나... 생각보다 까다로운 술식이로구나.'

   

 푸른 빛은 닿을 때마다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정보들을, 붉은 빛은 과거로 가는 정보들을 거꾸로 재생해서 주입해대니 제아무리 스쿠나라 해도 필사적으로 막아내지 않으면 안 됐다.

   

 "다중 허식, 자색紫色 폭죽."

   

 "...!"

   

 스쿠나에게 맞지 않았던 푸른 빛과 붉은 빛이 만나, 보라색으로 물든다.

   

 찰나의 순간, 복마어주자의 밑바닥과 무하한의 어둠을 모두 찢어발기는 강렬한 빛이 작렬하고, 폭죽이라는 이름답게 불꽃놀이를 하듯 펑펑 터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린다.

   

 "해치웠나..."

   

 폭발의 연기가 걷히고, 스쿠나의 실루엣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럴 리가 없지.'

   

 스쿠나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고죠는 쓴웃음을 지었다.

   

 "훌륭하구나, 애송이. 방금은 임기응변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위험했어."

   

 "...?"

   

 고죠는 연기가 완전히 걷히고 나온 스쿠나의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그의 모습이 온전할 뿐만 아니라 '무한'의 술식으로 빚은 푸른 빛과 붉은 빛이 그의 좌우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1000년을 살다 보니 이런 재밌는 일도 생기는군. 이런 재밌는 구경을 시켜줬으니, 나도 보답을 해줘야겠지?"

   

 "무슨 짓을 한 거냐?!"

   

 "입으로 주절대는 건 충분히 했으니, 직접 보거라."

   

 술식 순전, 파랑. 술식 반전, 빨강.

   

 푸른 원과 붉은 원이 빛난다. 다만 그것이 스쿠나에게서 나왔을 뿐.

   

 "허식, 보라."

   

 술자가 스쿠나여서 그런 것일까. 고죠가 본 보라색 빛이 일그러지는 모습은, 스쿠나의 입꼬리가 올라간 그것과 겹쳐 보였다.

   

 파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