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인즉 신대륙으로 간다는 말이었다. 요제프는 신대륙을 본적도 가본 적도 없었다. 그에겐 신대륙이란 극지처럼 미지의 공간이었다. 거대한 도시라는 점과 횃불을 들고 있는 거상이 있다는 점 외에는 몰랐다. 


“내가 왜 그곳으로 가지?” 내가 물었다.


그는 밖으로 나가는 찰나에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듯 편지 때문이죠. 난 로드스터를 보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로드스터도 같이 가나?”


“놈은 좋은 녀석이니까요 우리가 승선하고 당신이 기절하는 사이에 로드스터를 적재시켰어요.”


“어떻게?” 


“음.. 잘?”


우리는 로드스터를 보러갔다. 


차량은 방수포를 뒤집어쓴 채로 화물칸에 묶여 있었다. 그걸 보고 난 뒤로는 요제프가 배가 고프다고 식당에 가자고 하였다. 빅터는 우리는 가만있으면 선원들이 식사를 가져다줄 테니 조금 기다리자고 하였지만 그는 배가 너무 고팠다. 그래서 우린 식당으로 향했다. 선원들이 식사하고 있었고 손님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등석에 있는 사람들은 전용 식사를 배급받지만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약간의 고기와 콩만 받아먹을 수 있었다. 대부분 통조림 음식을 데운 것에 불과했다. 빅터도 그도 그 음식에 만족했다. 그들은 정량 이상의 식사를 했다. 


그러고 난 뒤에는 솔직히 할 일이 없었다. 플롯이 정해지지 않은 소설처럼 그들은 가만히 시간이 흘러가게 두었다. 빅터는 입을 열어서 자신이 왜 거세되었는지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했지만 요제프는 창문 너머의 바다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단스크에서 있던 일이었다. 폴스카 공화국은 본래 내륙국이어야 했지만 대전쟁 직후 조약에 의해서 바다로 향하는 항구를 얻은 국가였다. 그러니까 그 땅은 본래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폴스카 군인들을 싫어했다. 그들이 인간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 모습은 마치 과거 봉건제도의 재림을 보는 것 같았다. 요제프는 그단스크에서 다른 항구도시로 가고 있었다. 그는 바다를 면한 도로 위에서 군용 차량을 타고 갔다. 


바닷바람이 불었고 소금기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그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평생 배를 타본 적이 없었다. 배랑은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배를 타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했다. 항구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작은 작은 요트를 빌려서 바다로 나갔다. 수영은 할 줄 알았고 바다가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노를 저었고 어느새 태양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그는 석양이 지고 있을 때 본부로 돌아갔다. 늦었다고 혼났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꽤 평화로웠다. 드물게 후방에 배치된 일이라 더욱 그랬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전쟁이 시작됐고 그는 그단스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 이후에는 몇 년간의 전쟁 끝에 다시 배를 타게 되었다. 사막으로 향하는, 성지로 향하는 배였다. 그는 그 배를 타고 사막에서 몇 년간 싸웠다. 그러다가 다시 도망쳤다. 그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상층부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곳에서 다른 전쟁을 시작했고 요제프는 그곳에서 또 싸웠다. 그리고 또다시 졌다. 


요제프는 왜 자신이 이런 기억을 떠올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머리는 총에 맞은 것처럼 곤죽이 되어 있었다. 폭탄의 충격과 방탄모에 맞은 총알의 충격 등 그런 외부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성난 듯이 그를 죽이려고 드는 과거 기억을 낡은 단검처럼 마모시키고 있었다. 그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제는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빅터를 바라보았다. 그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예기를 하고 있었다. 요제프는 그의 목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수 있었다. 요제프는 빅터가 한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자신이 거세가 된 원인이 어렸을 적에 노예로 팔렸다가 인간 주인에게 남창이나 혹은 남창과 비슷한 애완동물이 되기 위해 거세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그것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인간들이 어떻게 짐승의 불알을 잘라내는지 뜨거운 날붙이가 얼마나 뜨겁고 고통스러우면서도 두려운지 그 두려움이 얼마나 자극적인지에 대해서 말했다. 요제프는 질문했다. 


“그럼 너는 인간을 증오하나?”


빅터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증오하는 건 그런 행동을 하는 ‘존재’ 입니다. 인간을 증오하지는 않아요.”


성인군자 납셨다고 요제프는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는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빅터가 타시던 맥주를 빼앗아서 한 모금 마셨다. 맛이 그다지 없었다 요제프는 과일 주스는 좋아하였지만, 맥주 처럼 먹으면 배만 부른 음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번에 맥주를 마신 이유는 주변에 술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는 데다 맛을 느낄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제프는 문득 궁금해진 게 생겼다. 그는 빅터에게 물었다. 


“남창이라면 그쪽을 혐오하겠군?”


빅터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히려 좋아합니다. 사실 전 양쪽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수인들이 그렇듯이 전 성욕이 왕성하진 않지만 뭐랄까 껴안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제프는 맥주를 다시 들이켰다. “그래? 그럼 내 옆에서 사라질 이유가 더 늘었군 난 그런 쪽을 혐오해.”


빅터는 어색하게 웃었다. “인간들은 그렇다고 들었는데 사실이군요. 평생 한 성별만 좋아한다고.. 드물게 양쪽이나 같은 성별을 좋아하는 인간도 있지만 그건 별종이라고.”


“그런 정보는 어디서 습득하는 거야?” 


“인간 백과사전이 있거든요.” 


요제프는 이해했다. 수인 백과사전도 있는데 인간 백과사전이라고 없을 리가 없었다. 


“그거 지금도 가지고 있나?”


“백과사전이요?” 


“그래.” 


빅터는 자신의 품을 뒤적이더니 손바닥만 한 책을 꺼냈다. 요제프는 책을 받아 갔다. 그의 둥글둥글한 육구에는 흉터가 가득했다. 

요제프는 책을 펼쳤다. 그리고 펼치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다. 그는 읽을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은 있는 사람이 책을 대하는 것처럼 책을 이리저리 펼치다가 한 곳을 콕 집어서 멈췄다. 


‘인간은 학살의 종족이다.’ 


그는 그 소제목을 여러 번 읽었다. 이게 맞는 말인가 싶었고 실제로 맞는 말 같았다. 그 아래에 적힌 문구는 이랬다. 


‘인간은 전쟁의 종족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역사, 신화에서 인간과 학살 전쟁한 때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는 존재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은 자신들의 야욕을 위할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앗아갔던..’ 


요제프는 거기까지 읽고 책 뒷면의 저자가 누군지 보았다. 


‘안드레이 캐신스키.’ 


 요제프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루시가 멸망한 이후 아메리카로 튄 백군 중 한 명인데 대표적인 인간 차별주의자 중 한 명이었다. 요제프는 빅터에게 물었다. 


“안드레이 캐신스키가 누군지 아나?”


“아뇨?” 빅터는 이빨을 갈고 있었다. 


“이 책을 쓴놈이야.” 


“그렇군요.” 


“빅터 그냥.. 아니다.” 그는 뒷말을 삼켰다. 그리고 사전을 창문을 열곤 밖으로 집어던졌다. 


빅터가 그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그럴 줄 알고 개정판도 가지고 있었죠!” 하면서 그가 품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요제프는 진지하게 빅터를 때려죽일까 생각했다. 


뉴욕으로 가는 배는 오래 걸렸다. 하룻밤 정도 그들은 같이 방에서 잤다. 다음 날 개정판을 읽고 있는 빅터를 본 요제프는 말을 꺼냈다. 


“자네는 인간에게 관심이 많나?” 


“정확하게는 당신에게 관심이 많아요.” 


“왜.” 


“저의 주인님이 그렇게 집착하고 사랑하는 상대는 당신이 처음이거든요.”


“네놈 주인이 누군데.”


“말조심하세요. 뉴욕의 대가문의 가주이십니다.” 


“대가문?”


“모르셨군요.” 


요제프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고개를 돌렸다. 배가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약간 더웠다. 그는 늘어지게 하품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뉴욕에 관해서 설명해줄 수 있나.” 


“왜죠?”


“내가 이렇게 납치돼서 끌려가는 장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조금 불쾌하거든.”


“일리가 있네요.”


“그럼...”


“대신 저도 조건이 있어요. 뉴욕에 대해서 알려드릴 테니까 대신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저한테 알려주세요.” 


요제프는 그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에 대해서 어쩌고저쩌고하는 것은 그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아니 됐다. 난 잠이나 잘래.”


“그럼, 당신 손해죠.” 


침묵.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다. 빅터가 먼저 포기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요 뉴욕 말고... 다른 정보도 알려 드릴게요.” 


요제프가 눈을 떳다. “무슨 정보.” 


“가령. 저에 대한 정보라던가 저의 주인님에 대한 정보라던가 그런거요.” 


요제프는 짧은 고민에 빠졌고 그것이 결코 가벼운 거래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괜찮네.” 


“좋네요! 그럼, 뉴욕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뉴욕은 말입니다. 아메리카 왕국의 가장 거대한 도시이면서 복잡하고 이 지구의 경제의 중심지에요. 이런 정보는 아시겠죠? 그럼, 제가 당신이 잘 모르는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뉴욕은 열 개의 대가문이 파이처럼 지역을 나눠서 통치하고 있는 연합령이에요 그러니까 뉴욕에는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가 없어요 가문이 지배하고 있고 그 가문이 실질적인 정부 역할을 시행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법은 국가의 것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왕국령에 속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어요.” 


요제프는 수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잠시 침음성을 냈다. “그리고 커다란 조각상이 있죠.”


“끝이야?”


“네.”


요제프는 수인의 코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수인이 코를 잡고 넘어졌다. 그가 낑낑 거리면서 물었다. 


“오..왜요?”


“몰라서 물어?” 


“어느 도시나 같은걸요 그 점만 뺴면 다른 도시에 비해서 잘 살고 뭐,.. 인간이 많고.”


“네 주인에 대해서 말해봐.” 


“아 그분은 몹시 아름답고 태양처럼 은혜로운신데다..”


“본론만 말해.” 


“이게 본론인데요?” 


“나 너랑 말 안해.”


요제프는 포기하고 잠이나 잤다. 그리고 여자랑 관계하는 꿈을 꿨다. 다시 일어났을 때 그는 팬티를 더럽혀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밤이었다. 요제프는 방을 뒤져서 속옷을 찾았고 갈아입었다. 빅터는 없었다. 요제프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갑판으로 나갔다. 바다였다. 배가 앞으로 나가고 있었고 먹구름이 짙었다. 비가 올 모양이었다. 요제프는 구름 사이에 껴있는 달을 보면서 오늘따라 유난히 작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나 달은 작은 것 같았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그런 생각도 매번 달라졌다. 사실 이 모든 게 의미가 없었다. 


요제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모르핀을 맞고 싶었고 술도 마시고 싶었다. 둘 다 요제프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요제프는 가방에서 주사를 꺼냈고 정맥에 주사했다. 그리고 바다에 주사기를 떨어트렸다. 팔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요제프의 앞이 아찔해졌다. 그는 금방이라도 추락할 듯 난간에 힘을 주고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자살하고 싶었고 술을 마시고 싶었다. 그는 약간의 알코올 중독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알코올만 보면 몸이 반응하고 했지만 모르핀 덕분인지 충동은 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강한 충동이 있었다. 자살이었다. 요제프는 속이 울렁거렸다. 뱃멀미 때문은 아니었다. 이전에 저질렀던 교수형이 생각났고 그 교살이 남긴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요제프는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입으로 음식물을 게워냈다. 반쯤 소화된 음식과 위액이 바다를 향해 흩뿌려졌다. 


“물고기 밥이라도 주시나요?”


어느새 빅터가 뒤에서 그의 허리를 붙잡고 열심히 배를 짓누르고 있었다. 요제프는 구토로 대답했다. 빅터가 웃었다. 둘은 한참 동안 그러고 있었다. 더 이상 나올 게 없어지자 빅터의 손을 요제프가 두드렸다. 그러자 빅터가 부드럽게 그를 뒤쪽으로 당기면서 난간에서 물러나 작은 벽에 등을 기대게끔 했다. 요제프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너무 고통스러우면 말해요. 난 고통을 받아주는 짐승이니까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요제프가 입을 닦았다. 그는 일어섰다. 그리고 빅터의 옆에 섰다.

 

“그럼 날 죽여줄 수도 있나?” 


“그거 안 돼요.”


“왜지? 내가 바라는 건 편안한 죽음이야 메리라는 사람이 날 진정 사랑한다면 날 죽여줘야 해.” 


“그건 메리 님이 정하겠죠 일단 저의 임무는 당신을 살려서 데려오는 겁니다.” 


요제프는 한숨 내뱉었다. 갈매기 몇 마리가 배를 따라 날고 있었다. 요제프는 그것을 보다가 말했다. 


“모르핀 더 가진 거 있나?”


“부족한가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가방이 있는 게 부족한가? 아니면 그냥 지금, 이 상태도 부족한가. 


“부족해.” 


“따라와요.” 


그들은 방으로 갔다. 그리고 빅터는 대량의 모르핀이 담긴 상자를 요제프에게 건넸다. 이정도 양을 한꺼번에 주사하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요제프는 그렇게 했다. 빅터는 그를 방치했다. 정맥을 감싼 피멍이 늘어날 때마다 빅터는 요제프에게 물었다. “충분한가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주사를 놓았다. 어느 순간에는 모든 감각이 사라져서 빅터가 그에게 주사를 놓아줬다. 그 모습은 군의관이 병사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순간 같아서 요제프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눈물을 흘렸다. 슬프거나 기뻐서도 아니라 그저 하품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너무 피곤했다. 곧 그는 잠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꿈속을 거닐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로드스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지붕은 뒤로 올린 상태였고 어머니는 뒷좌석에 앉아서 작은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마도 어린 요제프는 아버지를 졸라서 옆자리에 탄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고 요제프는 생각했다. 그는 계속 강변을 따라서 차량을 몰았다. 어느 순간에 차량은 멈춰 섰다. 태양이 붉은색이었다. 유월 중순 무더운 날이었지만 그들의 미소는 시원했다.


그들은 한 수인을 만나기 위해 그 자리에 소풍을 나온 것이었다. 그녀가 돗자리를 깔고 바구니에 담긴 음식을 하나둘 내려놓았다. 그가 요제프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단순한 행동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로드스터가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 새 한 마리가 내려왔다. 가면올빼미 종인 수인이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어린 요제프는 작은 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볼에 입을 맞췄다. 새가 웃었다. 그리고 요제프에게 똑같이 했다. 어린 요제프는 부리가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둘은 계속 입을 맞췄고 어느새 손을 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요제프와 작은 새의 아버지들은 서로 만나서 악수와 인사를 나눴고 어머니들은 자리에 앉아서 홍차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아이들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미래를 향해 웃었다. 


그녀가 말했다. “요제프 날 사랑해?” 요제프가 말했다. “난 널 사랑해.” 둘은 껴안았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이번엔 입술이었다. 입을 여러 번 맞췄고 그 끝에는 서로의 손을 잡고 풀숲에 누워버리는 것이었다. 둘은 태양을 보았다. 태양이 뜨거웠다. 요제프가 말했다. 


“태양이 뜨겁네.”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소년이 고개를 돌아보았다. 


새가 사라지고 없었다. 


“메리?” 소년이 말했다. 


요제프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귀가 찢어질 듯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요제프가 중얼거렸다. 


“메리?”


 “일어나요.” 


요제프가 불편한 잠자리에서 깨어났을 때 배는 경적을 울리며 크게 뒤흔들리고 있었다. 빅터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나요!”


요제프가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해적의 습격이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빅터가 뒤로 물러나면서 자리에 놓여 있던 가방을 챙겨들었다. 


“짐 챙겨요.”


“왜.”


“왜긴 왜요 다 왔으니까요.”


요제프는 몹시 배가 고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