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보면 괜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거리는 가로등과 간판으로 밝기만 했다. 허나 내 곁엔 시커먼 그림자밖에 없었다. 하긴, 나같은 사람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더 빛이 나는거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내가 퍽 멘탈이 강해졌다는 것과 그동안 많이 이런 생각을 해왔다는 뜻이었다.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나는 분명 어느 호프집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길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분명 발이 이끄는 곳이 있겠거니 하고. 사람들은 나를 기다릴것이다. 내가 방향을 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욕할것이다. 하지만 그런것 따위를 신경쓰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왔지 않았는가.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나의 상처가 크게 흉이 지어버린 이상 그들에게 친절하기란 어려웠다. 나는 다시 걷고 또 걸었다. 빛이 반짝이던 번화가는 가고 한적하고 조용한 주택가가 나왔다. 가로등 불빛이 어두워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음에도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분명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으리라. 그렇지만 난 지금 이 분위기를 깨고싶지 않았다. 휴대폰 소리를 끄고 어둠이 드리워진 골목길을 가만히 느꼈다. 시원한 바람과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 그동안의 극도로 우울한 마음에서 오히려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살맛난다. 아마 내가 최초로 느낀 삶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었을 것이다. 난 은은한 웃음을 지으며 푸른 먹구름을 눈으로 맛보았다. 포근함. 그날의 감각, 그 감정은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