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칼로 긁은 이유가 뭐야?"
여느 때와 달랐다.
그건 무례한 질문이었다.
한 줌의 배려도,
신경 쓰는 마음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말이었다.
그래서 되려 쉬원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체하면 손가락을 따잖아요."
"그거랑 비슷해요. 가슴이 답답해서,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워질때,
이상한 생각들이 몰아치듯 마음 속으로 떠밀려 오는데,
내일도 평범하게 살아야하니까. 서둘러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나아질까.
바닥을 차고
주먹으로 쳐도
나아지지 않을 때
피를 좀 흘리면 맑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흉터를 냈죠."
"...그래서 실제로 나아졌어?"
"네.
편해져요."
의사는 아무 말 않고 다자란 청년을 바라보았다.
양쪽 겨드랑이와 맞닿은 시퍼런 두 팔을 보고 있으니
배우고 경험한 게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해 왔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수년 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자해를 해왔던 그가
불현듯 스스로 찾아온 그가
왜 이제서야 찾아왔는지
그저 순수하게 그것이 궁금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