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며칠 전, 우리는 교장선생님께 호출받았다.

"일단 무슨 일인지 말하기에 앞서 먼저 사과부터 하겠다. 미안하다."

마리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나는 그녀 쪽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래?"

"몰라. 너는 생각나는 거 있어?"

불려 온 사람은 나, 마리, 제인, 랜스 형 이렇게 네 명이었다. 사람 수가 적었기 때문에 수근대는 것은 금방 눈에 띌 것을 알고 있었지만, 대화를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은 그만큼 궁금증이 컸던 탓이리라.

"집중하고. 내가 너희들을 이렇게 부른 이유를 알고 있나?"

우리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몇 분 가량의 정적이 흐른 뒤, 교장 선생님께서 USB를 꺼내어 컴퓨터에 꽂으셨다. CCTV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시내의 어느 어두운 골목 같다. 찾아오는 것이라곤 시궁쥐와 바퀴벌레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외진 곳도 통금시간이 오니까 치안유지대가 꼼꼼히 순찰을 돈다. 시궁쥐 같은 것들.

"1A구역 이상 없습니다."

"1B구역 이상 없습니다."

"1C구역 취객 한 명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흠도 용납하지 않는 도기장이처럼 꼼꼼히 훑어 내려간다. 마침내 그들이 가장 어두운 곳에 도달했을 때, 거기에는 무언가 못 보던 것이 서 있었다. 얼굴이 역병 의사의 가면과 닮은 첨단 갑옷...신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건 분명 신이었다.

"뭐야?"

치안유지대는 매우 놀란 듯 했다. 당연하다. '신'의 비밀을 아는 자는 얼마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처음에 경계 태세를 취했으나 그 괴상한 갑옷의 사나이가 몇 분 동안 미동도 없자 경계를 풀었다.

"이봐. 어떻게 그런 괴상한 웨어러블 메카트로닉스 만들어서 입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간에서 그걸 소지하는 건 불법이야. 그리고 통금시간도 어겼어. 이 두 가지 죄로 너를 체포하겠어."

"노바 치안유지대. 초등학교 과정부터 철저한 사상교육과 교과교육을 받고, 중등과정으로 특수시설에서 일반 중고등학교보다 몇 배로 힘든 특수교육을 받지. 사상자가 여럿 발생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야."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리고 고등과정까지 마친 뒤 일년에 한 번 보는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해. 한 번에 합격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힘든 시험이지."

"아니 이 사람이 취했나. 왜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조잘거려."

"시험을 통과했을 때 너 자신에게 정말 대견했을 거야. 가족들도 자랑스러워 했겠지. 모교에 현수막도 몇 번 내걸렸을 꺼고."

"이 사람이 진짜... 말로만 해서는 안 되겠네? 넌 즉결처분이다 이 XX야."

한 대원이 그의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그는 매우 빠르게 주먹을 피한 뒤 그 대원의 팔을 꺾었다. 웨어러블 메카트로닉스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다.

"그래서, 당신들은 그 좋은 머리를 사람 때리는데 쓰나?"

나머지 두 대원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서 그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는 망설이는 기색 없이 천천히 그들에게 걸어갔다.

"꼬, 꼼짝 마! 으아아아악!"

대원들은 평소의 위엄있는 모습을 잃어버리고 멍청한 악당처럼 마구잡이로 총을 갈겨댔다. 그러나 총알은 그의 웨어러블 메카트로닉스, 아니 '신'에 도달하기 전에 녹아버렸다. 총알을 막아낼수록, 그의 '신'이 빛을 냈다. 어두워서 몰랐는데, 그의 '신'은 붉은색이었다.

"가까이 오지마! 아아아아악!"

그는 빠르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대원 한 명을 제압했다. 나머지 대원은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총을 갈기다가 플라즈마 소드를 꺼내 들어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는 오른손으로 플라즈마 소드를 저 멀리 쳐내고 역병 의사 가면같은 얼굴장갑을 대원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너 말이야. 한 번이라도 네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어?"

"그, 그런거 생각할 틈이 없었어! 살려줘!"

그는 그 대원의 머리를 세게 들이받았다. 마지막 대원도 끽 소리도 못내보고 기절했다.

"후우."

지원병력이 몰려오는 소리를 뒤로 하고 유유히 사라지려던 그가 CCTV를 발견했다. 그는 CCTV로 손을 뻗었고, 그 뒤 영상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