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짹짹거리며 우는 소리가 정말 짜증 나는 아침이다. 아니지, 나는 원래 새들이 짹짹거리는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새들이 우는 소리가 짜증이 난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아오가 방에 쳐들어와서 나가자 하여 나는 거의 감은 눈으로 끌려가다시피 했다. 다른 방에서 자던 아우루엔도 그것은 마찬가지인지 그는 졸린 눈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자수한 범죄자를 대면했다. 그는 자수했으나 ‘트럼프의 살인귀’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이유로 하루 동안 이 중개소에 잡혀있었다.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만큼 그 자에 대한 정보가 희미하다는 것이겠지.
“저기…”
내가 지긋이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수배범, 수배서와 조금 다르다. 아니, 생긴 것은 닮았지만 조금 통통한 얼굴인 수배서와는 다르게 핼쑥해진 모습이다. 그리고 조금씩이지만 떨고 있는 모습이 조금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나는 서류를 보며 그가 저지른 범죄기록을 보았다. 단순한 도둑질, 그리고 수배가 걸린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기간에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은…
“공포에 질렸군.”
“그것도 엄청, 이건 이미 일상생활로 돌아가기엔 글렀네.”
아우루엔, 이건 공포에 질린 수준이 아니라 공포 때문에 미친 정도지. 나는 속으로 곱씹으며 책상을 손바닥으로 약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그는 매우 놀라며 신음을 내뱉었다. 약한 일반인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해 이 자는 범죄자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나는 거침없이 그를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나 읊어봐. 그러고 나서 이야기하지.”
심문… 이라고 해야 했나? 이 행위의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나는 여유로이 질문했다. 물론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자르겠지만, 그럴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그러자 그는 움츠러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것이… 어… 제가 잡힌 그 때에… 음…”
아, 이건 안 되겠네. 너무 늘어진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전혀 여유로울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책상을 내리치며 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그는 매우 놀라며 의자가 뒤로 쓰러졌다. 지랄하네, 아주 지랄을 해. 나는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쥐며 그를 일으켰다.
“내가 묻는 게 뭔지 몰라? 그 살인귀인지 뭔지 하는 자식이 나타났을 때부터 말하라고.”
“휴엔…! 그…”
나는 의자를 들어 그를 일으켜 앉혔다. 그러자 아오는 할 말이 없는 건지 아니면 어이가 없는 건지 조용해졌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으며 손에 깍지를 꼈다. 그러자 그는 조금은 진정이 되며 생각이 정리됐는지 드디어 그 염병하도록 무거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게… 자, 잡힌 건물에서 포박당하던 중에… 테빅 세이버 길드를 그 살인귀가 습격했습니다. 어… 테빅 세이버 길드의 길드 장인 테스와 그 부하들이 능력을 사용하며 덤볐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전멸했죠. 저는 죽은 척을 해서 살아남았고요…”
“그래, 이제야 제대로 말이 나오나 봐? 그러면 살인마의 생김새는? 뭐 기억나는 부분이라도 말해 봐.”
그는 조금 골똘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염병할, 이런 건 심문 시간에서 빼야 한다니까. 이 개같은 자식은 한 2분을 그대로 날려 먹더니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딱 소리가 나게 튕기며 입을 열었다. 처음과는 다른 태도에 주먹이 올라갈 뻔했지만, 아오의 눈치가 보이기에 나는 팔짱을 낀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가,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브로 가려져서 전체적인 건 알 수 없었지만, 건장한 남성 정도의 체격이었습니다.”
그의 입이 뻥 뚫리자 나는 어이가 출타했다. 남자, 남자라. 가면과 남자라면 짚이는 것은 있었지만 그 사람은 건장하다기엔 무리가 있겠지. 나는 그대로 궁금한 것을 그에게 물어갔다. 내게 그는 질문하면 대답하는 자판기와 비슷한 것이었다.
“음… 그래. 그리고 살해 방법은? 뭐, 터뜨려 죽이거나 그런 건 없었고?”
“아, 아뇨. 잘 보인 것은 아닙니다만… 그… 전부 다 손으로 죽였… 습니다. 네, 다 손으로 맞아 죽었… 우웁!”
그는 토를 쏟아내려는 듯 입을 가렸다. 나는 화가 나서 그의 등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일어났다. 아오와 레아가 뭐 하는 짓이냐며 소리쳤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며 방을 나섰다. 염병, 토하는 걸 다 치워주기라도 하겠다? 나는 내게 다가오는 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범죄자에게 친절하면, 대체 잡을 때 어쩌겠다는 건지. 류는 내 마음을 나는지 모르는지 내게 다가와 이야기했다.
“너가 보기에는 어때? 뭔가 잡히는 단서라도 있어?”
“아니, 없어. 그리고 저 녀석이 본 거… ‘그거’ 아니야.”
‘트럼프의 살인귀’가 아니다. 저 녀석이 본 것이 절대 그 살인귀일리가 없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단언했다. 류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너무 대놓고 안 놀랐으면서 놀란 척을 하고 있었다. 놀리는 건지,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숨을 크게 한 번 쉬고, 입을 열었다.
“그래, 아니라고. 그 자식들은 일곱 명이 동시에 살해당했지. 그런데 여태껏 그 살인귀가 벌인 살인은… 한 명씩, 많더라도 세 명 정도였어.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서 죽인 적은 없다고.”
“그렇지. 그렇다는 건 혹시…”
녀석은 말끝을 흐렸다. 내가 말 하라는 건가? 귀찮게 하네. 나는 드라마 같은 기분을 낼 정신 없다고. 빨리 정보를 얻고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에 나는 무시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자 류는 뻘쭘했는지 내게 달려오며 어깨동무를 했다. 무거워 이 자식아.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그 녀석이 먼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방범이거나, 뒤집어씌우려는 거라는 뜻이고, 진짜는 금방 나타날 거라는 의미지?”
역시 알고 말하는 거였네. 나는 짧게 한탄하며 녀석에게 매달리듯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선 녀석의 면상을 향하여 중지를 올렸다. 녀석은 그것을 긍정의 표시로 알아먹었는지 산뜻한 얼굴로 바뀌며 방에 들어간 후 나를 침대에 엎어치기를 하듯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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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엔이 문을 박차고 나가자, 관계자들이 들어와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와 레아는 휴엔과 동행했다는 이유로 쫓겨나듯 방을 나갔다. 휴엔의 태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인지는 몰라도 중개소의 헌터들은 살인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술을 마시며 축제를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금방 잡히겠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이참에 잡으시면 사무소라도 여시죠!!”
“그럴 생각이다. 이눔아~ 그렇게 되면 너도 꼭 데리고 가마!”
저 정도면 설레발을 치다 못해 김칫국을 원샷으로 드링킹… 아니 그냥 물탱크째로 마시는 수준이군. 옆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아우루엔이 한 말이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했다. 그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생겼다고 한들, 그것이 체포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여관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아오는 혹시 모르니 나와 함께 가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지나다니고, 어른들이 어제의 사건에 대해 떠들어대는, 너무도 평온한 마을의 거리였다.
“그러고 보니 유다의 마술쇼는 어떻게 됐대? 오늘은 취소되는 건가? 저번에 꽤 재밌었는데 말이지.”
“오늘? 음… 듣기로는 오늘도 한다는 것 같던데. 한 번 가볼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누던 잡담이 크게 들려왔다. 나는 단 세 글자에 눈이 번뜩 떠졌다. 마술과 쇼! 듣기만 해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아오는 나를 보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보러 갈까? 하며 물었다. 나는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는 볼을 긁으며 그녀도 들뜬 목소리로.
“정보도 정보지만… 머리를 식히는 것도 중요하니까! 보러 가자!”
아오가 대화하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마술쇼가 어디에서, 몇 시에 하는지를 물었다. 크게 멀지 않은 곳에서, 10시, 그리고 1시에 한 번씩 마술사와 그의 제자인 조수가 길거리에서 쇼를 한다고 한다. 지금은 9시 24분이었기에 가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주변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갈 생각에 들떴다.
과거에 쇼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오늘 처음 보게될 마술이라는 것과 쇼라는 여흥에 흥미가 갔다. 그것을 본 경험은 없었지만, 굉장히 재미있고, 그 사람들을 들뜨게 할 만한 것이라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그 덕에 나도 이렇게 들뜬 채로 그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어떤 걸 볼 수 있을까? 궁금한데.”
“그러게~ 나도 조금 기대돼. 나도 마술은 본 적이 있어도… 그걸 본격적으로 하는 쇼는 본 적이 없거든.”
나처럼 들뜬 아오는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나보다 키가 작은 아오가 그렇게 바라보는 것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쇼라는 것을 볼 생각에 들떠서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갔다. 만약 마술이라는 것이 능력으로 사기 치는 것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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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Fantastic Show는 상당히 오래 진행될거같네요. 이렇게 된 거 비축분도 싹 다 올려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