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썩 좋지 아니하오.
공상에 잠겨 바다를 유영하는 듯한 몽롱함이 겨울 아침 바람에 쓸려 고무풍선이 터지듯 사라지곤 했소. 난 그 기분을 그리 썩 좋아하지 아니하오.
빌어먹을 하루가 다시 시작되곤 남의 지갑을 빌리기 위해 회도에 잠기는건 누구라 하더라도 썩 달가워 하지 않을거요.
하지만 그렇다 한들 내가 어찌할 수 있는건 아니오. 난 그저 무력하고 무지한 공상가니까.
공상에 잠긴채 마흔셋의 자판을 두들기기만 할 뿐이라면 기분이 썩 홀가분하오. 하지만 그렇게 써내려간 글을 내려다 보면 결국 아무런 의미조차 없이 황량한 벌판 마냥 텅 비어있소.
본인은 텅 빈 강정이란 말을 썩 나쁘게 보지 아니하오. 곡물을 튀겨 속을 비워내고 그곳에 견과와 꿀을 뿌려 맛을 더하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혀 끝에 느껴지는건 단맛이나 결국 속은 비어선 배에 아무것도 채워주지 못하오. 그 모습이 마치 나와 같아선 본인은 속 빈 강정이란 말을 썩 나쁘게 보지 아니하오.
본인은 겨울이라는 감정을 좋아하오. 서양이 푸르름을 보곤 블루라며 우울한 감정을 표하듯 동양에선 겨울을 보고 우울한 감정을 표하오.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흰 소복과 같은 눈이 쌓이면 뽀드득 거리며 밟는 맛이 있소. 하지만 그 땅에는 봄이 오기 전까진 생명이 자라지 아니하오.
우울도, 입에 넣었을 때 그 씁쓰래한 맛이 확실히 있으나 우울을 걷어내기 전까진 새로운 감정이 태어나지 못하오.
그 모습이 마치 겨울과 같아서 좋아하게 되었구려.
지금의 나는 기분이 썩 좋소.
이대로 영원히 공상에 빠져 마흔세개의 자판을 두드리고 싶소만 그러지 못하는 지금에 슬픔을 표하고 있소.
그게 아니라면, 난 그저 겁쟁이이기에 자랑스래 글을 쓰지 못하곤 아무곳에다 토악질을 해댈 뿐이겠지.
속 빈 강정 처럼 말이오.
단맛이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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