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축축한 기운이 감돈다. 벽을 만지면 축축한 젤리 같은 감촉이 났다. 내게 들려오는 소리도 없고, 공기도 점점 답답해진다. 정신을 차린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체감상 한 5시간은 지난 듯한 느낌이다. 보이는 것도 없는데 몇 시간째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니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어디선지 모를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조되었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 , 들리나요? 그러니까… 칼리덴 씨?”

 “!! 뭐야!? 무슨 소리야!?”

 

솔직히 몇 시간이나 듣지 못 한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니 엄청 놀랐다. 아니, 영원히 이곳에 갇혀있어야만 할 줄 알았다. 여긴 대체 어딜까? 문득 텔레스에 계실 어머니가 떠올랐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건가? 오늘 번 돈으로 그날 벌어먹는 나 같은 사람인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우리 어머니께서는 무사하실까? 그러나 그러한 질문을 입 밖에 꺼낼 틈도 없이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우선 여기가 어딘지 궁금할 텐데… 그거보다는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으신가요?”

 

나는 목소리가 하는 이야기에 매우 놀랐다. 놓아줄 것이라면 대체 왜 잡은 것인가?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그 목소리는 자신이 하려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럴 거라면 대체 왜 질문을 한 거란 말인가?

 

 “우선 탈출은 시켜 드리죠. 대신… 앞으로 계속 나아가 보시겠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그러자 코가 부딪혀서 벽에 닿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오만상을 피며 코를 만졌다. 벽이 물렁 해서인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철 냄새가 나는 것이 코피가 난 듯한 느낌이었으나 정작 코피는 나지 않고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먹을 수 있는 거거든요?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 ? 잠깐, 내가 잘못 들었나? 이걸 먹으라는 얘기야? 나는 놀라서 목소리가 들리는 천장 쪽을 보았다. 아마 목소리는 나를 보고 있는 것일 테니.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겠지. 그것을 보았는지 그 목소리가 입을 열었다.

 

 “~ 거기에 공기 안 통한단 말이죠? 그거 다 안 먹으면 공기 안 통해서 죽을지도 몰라요?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

 

당연히 살고 싶지.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눈을 꾹 감았다. 감는다고 한들 똑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각오의 문제였다.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벽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얼굴을 들이밀며 한입에 베어 물었다. 그러자 혀에서부터 비린 냄새, 피 냄새 같은 것들이 코를 찔렀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것을 삼켰다. 속이 울렁거리는 맛이었지만, 못 먹을 맛은 아닌 모양이다. 생고기로 만든 벽이라니. 대체 어디의 누가 만든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가 눈을 뜨자 내가 뜯어먹은 곳에서 약하게나마 빛이 들어왔다. 꿀렁거리는 모양이었지만 확실히 볼 수 있는, 빛이었다.

 

 “좋아요! 그러면 그런 식으로 벽에 있는 걸 전부! 전부 먹으면서 문을 찾으시면 돼요! 이 정도면 쉽죠? 독이 들지는 않았으니 걱정은 마시고요!”

 

쉽지는 않지만, 시간만 있다면 어렵지는 않다. 나는 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몇 시간이나 가만히 있었던 탓에 배도 고팠기에 나는 그것을 으적 으적 씹어먹었다. 질기지만 최소한 배는 찼기에 식감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고기를 삼키고서 입을 열었다.

 

 “문을 찾아서 나간다면, 나는 집으로 갈 수 있는 거겠지?”

 “~ 그렇죠. 뭣하면 몇 억 아크라도 드릴 수 있는 걸요? 원하세요? 대신 패널티가 하나 들어갈 수도 있는데.”

 

지랄,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기를 먹어치웠다. 계속, 계속해서 먹어갈수록 이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장기. 징그럽지만 상식적으로 이렇게 사람 장기를 벽에 붙이겠냐는 생각에 그저 계속해서 먹어치웠다. 그 전에, 그것이 사람의 장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토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 이거 대답도 안 해주시니까… 제가 심심하잖습니까.”

 

퍽이나. 나는 무시하며 계속 고기를 먹어 치웠다. 내가 반응이 없자 그가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고, 그러고서는 투덜대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해서 무시하고 먹어치우며 한 벽을 거의 다 먹어치웠다. 덕분에 방 전체가 비춰지기 시작했고, 이 벽에 문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에이 재미없게… 그럼 슬슬 첫 번째 벽도 다 먹어치워 가는데… 슬슬 패널티 하나 들어갈까요?”

 “!? 그런 말은 없었

 

내가 투덜거리자 벽의 내장들이 조금 더 꿀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러고서는 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벽이 움직여요. 조금씩 방이 작아지는 거죠. , 찾기는 쉬워지지 않아요?”

 

환장하겠군. 이제 탈출하지 못하면 압사당하는 것이다. 나는 급하게 오른쪽 벽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먹어 치웠지만, 문은 보이지 않았다. 배가 점점 불러왔기에 토할 것만 같았다. 잠깐, 토하면 어떻게 한다는 말은 없었으니… 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입에는 신물이 올라와 먹었던 것을 뱉어냈다.

 

 “구웨에에에에엑!”

 “야호~ 토하신 거죠?”

 

그것을 들은 것인지 본 것인지, 목소리는 신난다는 듯이 목소리가 높아졌다. 높아진 목소리를 들으니 약간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쓰지는 못했다. 내가 그것들을 뱉어낼 때의 감촉은 마치 먹어치운 장기만이 아닌,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뱉어낸 듯한 기분이었다.

 

 “, 그럼 패널티 들어갑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눈을 질근 감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번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더 빨라지나? 아니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눈을 뜨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놀라서 급하게 주변을 확인하자 그 목소리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이번에는 바뀌는 건 없다구요. 정신적인 패널티일 뿐이죠.”

 

정신적인 패널티? 나는 숨을 고르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 이야기에 대답할 힘도 빠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힘내서 먹어치워야 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먹기 위해 벽에 붙었 지만 그 목소리는 기쁜 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하핫! 좋아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그럼 패널티 들어가겠습니다. 그거~ 사람 장기에요! 제가 일일이 죽이고 보존해서 모은 장기들이죠! 싱싱하지 않나요?”

 

, 우웨에에에에엑! 나는 그 말을 듣고서는 신물만을 뱉어냈다. 지금, 뭐라고? 사람 장기라고!? 나는 지금 여태껏 사람의 장기를 먹어치우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사람을 먹었다고!? 아니야, 거짓말일 거

 

 “! 그리고, 맞아! 거기에 당신 어머님께서도 계실 거에요! 아마 제일 처음 먹은 쪽이었나? ! 아니지. 어머님께서는 문에 붙어 계실지도!?”

 

내가… 어머니를 먹었다고!? 흐히히… 그럴리 없어. 히히… 히히히히힉! 흐헤헤헤헤헥!! 어머니!! 먹었어!! 내가 먹었다구! 히히히힣히힉!

 

 “! 망가졌다! 뭐가 좋다고 저리 웃는 건지. 이제 먹을 생각은 없으시죠? 어휴, 보느라 힘들었네. 수고하셨어요. 이제 압사당해서 못 보겠지만요!”

 

흐히히힉!! 방의 천장이 점점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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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다가 떠올라서 한번 싸봤습니다. 적으라는 본편은 안싸고 뭐하는 짓이람. 대충 뇌 비우고 쓴 거니까 지적 환영합니다. 근데 이거 단편이라고 해도 되겠지? 일단 괜찮다 싶으면 계속 해볼 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