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선 나무,

물 마른 목청처럼

쉬이 긁히는 겉껍질.


무얼 보고 살아왔던가.

그의 허릿춤이 품은

시간을 얇게 썰어낸다면,


그것을 단권으로 엮고,

책 제목을 명명하는 것은

참으로 과분한 일일테다.


그의 세월의 반만큼도

따라 걷질 못한 나이지만,


아무리 멀리 돌아 걸어도,

그 뻗친 가지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순 없음을 안다.


질 줄 모르는 뙷볕 아래서

이길 순 없어도 버틸 순 있음을.

몸소 가르치는,

그 거친 듯 너른 품이.


빛을 가리는 그늘보다는

닦인 길의 검은빛 같아,

디딜 걸음을 좀 더 가볍게 한다.


좀 더 오래 살아내기를,


그의 기름진 밤으로부터

피어난 한 싹은,

두 손을 꼬물거려 보다

처음 떠오른 소원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