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갓난 아기 시절부터 스님들에게 키워지게 되었다


치링 거리는 풍경소리와 향냄새 평화롭게 조용이 지저귀는 새소리...

절 속에서의 생활은 평화로웠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지루했다. 


지루함도 지루함 이지만 특히 내게 제일 고통스러웠던 것은 바로 아침 기상 시간이었다 나에게 이곳에서의 아침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스님들은 매일 같이 새벽일찍 일어나셔서 염불을 외면 나는 기상시간이 다가온걸 눈치채고 이불속으로 내 몸을 파묻어 숨겼으나

스님들은 내이불을 사정 없이 확 걷어내고 나를 강제로 이르켜 세우셨고  세숫대야에 계곡에서 푼 찬물을 한 가득 퍼와 내 얼굴을 문질러 씻겨 주셨다.


히잉! 나는 동자승도 아닌데 왜 깨우는 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다 자는데! 


도련님! 이 곳은 엄격한 규칙이 있는 절입니다.

도련님께서 부처님 품안에서 게으름을 피우시면 부처님께서 얼마나 실망하시겠습니까?


강제적인 기상 시간이 끝나면 밥 때가 될때까지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동네 아이들이 어려워 하고 읽지도 못하는 어려운 학문들을 스님들에게 강제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스님들은 내게 글을 가르치면서 내게 질문을 자주 하셨는데


도련님 지금 읽고 있는 글에서 옳은 말이라 여겨지는 것은 모든사람의 동의로 형성된다 이 것은 상식으로 변하며 또한 만물의 이치이자 약속이 된다고 합니다. 허나 이것이 진리가 되어선 안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럼 .....!


도련님께서는 이것이 왜 그런지 설명해 보시지요....


그게.....


........


그러니까 상식은.... 모든 사람의 동의....


히잉...! 훌쩍...! 모르겠...


스님은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할때마다 내게 화를 내시며 내 종아리를 걷어붙이셨다

그리고는 부채살에서 뜯어낸 대나무를 내 종아리에 휘두르셨다


악! 흐아앙! 잘못했어요!


벌써 모른다고 단념하시다니! 그 버릇을 고쳐야겠습니다!


그렇게 매일 새벽 절에서는 내 우는 소리와 짝짝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이 흐르고 밥이 들어왔다.


잡곡밥에 간이 너무나도 싱거운 나물들이 어김없이 올라왔다


5살때 전에 밥상에 올라온 나물들을 차마 삼키지 못하고 토했는데 그날 스님들에 호통을 들으며 하루종일 쫄쫄 굶어야 했다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서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나물들을 스님들의 눈치를 보며 씹지도 않고 억지로 삼켰다.


식사가 끝나고 다음 밥 때까지 계속되는 공부.... 


다른 또래들 보다 글을 쓰고 읽고 상상하는것 까지 월등히 뛰어나게 되었으나 


맛도 없고 남기면 혼나는 식사에 늘 어려운 글 공부 금욕적인 생활에 나는 점점 서글퍼지고 지쳐만 갔다.


자기전 1시간의 명상이 찾아오면 나는 커다란 불상 앞에 앉아 소원을 빌었다


하루라도 동네 아이들과 놀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습니다 부처님...


저희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저를 이곳에서 꺼내주세요....! 부처님!


이 기도가 2년 가까이 되가도 부처님은 내 소원을 들어 주시지 않으셨다.


시간이 지나 잘 시간이 왔다.


스님....! 너무나도 무섭습니다...! 저를 혼자 두지 마세요...!


스님들은 내게 두려움에 떨어도 나를 방안으로 밀어넣으며 문을 잠구고 떠나 셨다


나는 이 지독한 어둠속에서 두려움을 잊고자 억지로 즐거운 상상을 펼쳤다


하늘을 날고 이곳을 멀리 도망치는 상상 과 마을에 있는 아이들과 신나게 쏘다니는 상상 이렇게 상상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점점 정신이 빠지게 되고 나는 방안에서 조용히 혼자서 훌쩍이다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 내 6살 생일이 찾아왔다


스님들은 어린나이에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내가 기특하고 안쓰러웠는지 내게 선물을 주셨다


도련님 도련님의 6살 생일 선물입니다.


정말입니까! 스님 감사합니다! 


그날 나는 스님에게 옛날이야기가 잔뜩 담긴 책을 선물받았다.


스님... 이게 뭔가요?


나는 처음에 칼이나 활 같이 사내아이들이 탐내할 멋진 것을 원했으나 이런 흔하디 흔한 책을 받아 너무나도 실망이커 방구석에 던지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스님들은 내 생일이라고 귀한 떡까지 준비해서 내게 주었으나 스님들께 감사하긴 커녕 더 원망스러워졌다 나는 너무 실망스럽고 서글퍼 그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스님들이 그날 하루 공부를 거르게 해주고 살갑게 대해주어도 시큰둥한채로 넘겨 버렸다


어둠이 찾아오고 나는 내게 이런 삶을 준 하늘이 너무나 원망스러워 이불속에서 훌쩍였다.


이게 뭐야...! 나는 왜 태어난 거야?! 

도대체 왜!


나는 슬픔과 분노로 선물받은 책을 내 키가 닿지않는 높은 창을 향해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이불속으로 몸을 파묻었을때


기이한 일이 일었났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가난하지만 성실한 청년이 살았어요~

그 청년은 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낮에는 열심히 나무를 패며 장에나 내다 팔며 살았답니다~


절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건하고 엄숙하고 속세와 떨어진 곳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깜짝 놀라 숨을 죽이고 이야기가 들려오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누구십니까...?


목소리의 주인은 나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도 않고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마을에 제일가는 못된 김서방이라는 부자가 청년을 찾아왔어요~

김서방은 항상 열심히 일하는 청년에게 괜히 심술이 나 그를 괴롭힐려고 못된 계획을 숨긴채로 그에게 말했어요~


이보시게~ 저기 저편 아무도 살지 않은 집에 가마가 있는데!

그 가마가 황금으로 되어있다는게 아닌가!


여인은 어린아이라면 빠져들만한 목소리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누구십니까?! 스님? 스님들 안계십니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게 정말 입니까!

그럼 물론이지~ 내가 자네에게만 특별히 말하는 걸세~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 연등회때 내가 몰래 지켜보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러오는 이야기꾼들보다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고 부드러운면서 중독되었다 


나는 이내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그 후로 그녀는 매일 밤마다 나를 찾아와 책을 읽어주며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그녀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며 졸라댔다.


나는 그녀가 오는 시간이 너무나도 설레고 신이났다.


부처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돕는다 여길정도로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녀는 내 마음을 아는지 더욱 매일 밤마다 새롭고 격양된 목소리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책에 이야기의 분량이 겨우 10쪽 밖에 남지 않았을때 나는 슬프고 우울해졌다.


그녀는 약속된 시간에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나 내가 예전과 같이 격양된 목소리로 감탄하거나 웃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녀는 이야기를 멈추고 처음으로 나와 대화를 시도 했다.


도련님... 이야기가 재미가 없으신가요?


나는 풀이 죽은채 그녀에게 답했다.


아닙니다... 


도련님... 왜 이리 슬퍼하시나요? 도련님?


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끄흡...! 끕!


도련님!


오늘 이야기가 끝나면...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서... 너무 외로워서 그랬습니다....! 흐어엉!


그러자 창문 밖에서 나를 달래는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저도 도련님과 헤어지고 싶지 않고 이번 만남으로 마지막을 맺고 싶지 않습니다...


도련님 창문쪽으로 오시지요...


나는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몸을 이르켜 창문 쪽으로 향했다 


창문 사이로 이내 하얀 여인의 백옥 같은 팔이 방안으로 넘어왔고 나는 그 손을 붙잡았다.


도련님 손을 놓치 마세요...!


그리고 내 손을 붙잡은 그녀는 나를 창문 밖으로 빼내어 방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백옥 같은 피부 황금색 눈 달큰한 향기...

하지만 그녀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태도를 바꾸어 새빨간 눈을 뜬채로 두손으로 내 목을 감쌌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그 더러운 년에 자식을 내가!


나는 자식이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놀라 그녀가 내 목을 잡고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그녀에게 물었다


자식이요? 저한테 어머니 아버지가 있나요? 그 두분은 어디계세요?


그녀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쭉 찢어지고 날카로운 입안의 이빨을 드러내며 내게 말했다.


시끄럽다! 넌 그년의 더러운 핏줄 내 낭군을 빼앗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정말로 제가 미워서 절 버리신 거에요?


어...?


그녀는 손에 힘을 풀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아버지가... 내가 미워서... 여기에 절 두고 떠난거에요...?


나는 또다시 눈물이 차 올랐다


그런거에요...?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 그녀의 손을 적셨다


그녀는 손을 완전히 놓아버리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10분이란 시간동안 난 조용히 고개를 떨군채 눈물을 흘렸고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손을 떨고만 있었다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은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쳐다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나를 끌어 안고 내게 사과하였다...


도련님...!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녀의 얼굴을 처음 본 후로 그녀는 매일 밤마다 나를 찾아와 나를 몰래 꺼내고 나와 신나게 놀아주었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지 가져다 주었다.

내가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원하는 걸 말하거나 조르지 않았지만 그녀는 내 마음을 읽는 독심가처럼 내가 원하고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매일 밤마다 가져다 주었다.


어느날은 그녀는 내게 있어 처음인 엿과 약과라는 것을 가져다 주었다.


도련님 아 하세요~!


이게 뭐에요 누님?


나는 기다랗고 둥글둥글하고 뭉특한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녀는 내가 뒤로 물러나 거부하여도 웃으며 내 입에 그것을 들이 밀었다.


후후...! 아~


아압! 흡?!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 나는 세상에 이런 신비한 맛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너무나도 맛있어요! 누님! 


맛있어요? 여기 더 많이 있으니 천천히 드세요~!


나는 약과와 엿을 허겁지겁 입에 쑤셔넣었다


또 하루는 그녀는 살생을 금하는 절에서 가져와서 안돼는 닭백숙을 구해다가 내게 주었다


나는 고기를 보고 놀라 말하였다


누님... 이걸 먹었다는게 들키면 저는 하루종일 매 맞을 지도 모릅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품에 안고 빙긋 웃으며 닭다리를 집었다


도련님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도련님~ 안드시면 저 혼자 다 먹어야 겠어요~!


그녀는 닭다리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음~ 맛있다


꿀꺽! 


나는 그녀가 맛있게 고기를 씹는 모습에 더 이상 인내 할 수 없어 마저남은 닭다리를 집으려 손을 뻗었다


후훗! 안드신다 하지 않으셨어요?


아...!


나는 집었던 닭다리를 도로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팔로 더욱 세게 끌어 안으며 말했다


도련님은 참 착한 분이세요~


부처님도 도련님께서 부처님과의 약속을 지키려 하는 걸 알고 큰 상을 내리실꺼에요!


......


그런데 도련님?


네...


도련님은 동자승인가요?


네?


.....


아니오...


그럼 부처님께서도 이해해 주실꺼에요 자비로우신 부처님께서 스님이 아닌 도련님을 어여삐 여길테니 자!


나는 그말에 참지 못하고 고기를 뜯었다


그래요~ 옳지


처음으로 맛보는 육식에 나는 황홀감을 느꼈다


그 뒤로 다음번 만남때마다


장난감 활이나 칼 작은 수레 목각인형...등등


그녀는 내게 매일 같이 선물을 해주었고 이제는 그녀가 내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나가 내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련님...!


나 착하게 지낼 테니까 누나가 내 엄마 되어 주시면 안돼요?


......


스님들에게 매일 맞기 너무나도 싫고 억지로 못 먹는것도 더이상 삼키기 싫어요!


......


그녀는 입을 굳게 다물고 나를 감싸고 나를 쓰담었다


히잉! 이렇게 살기 너무나 괴로워요 나도 누나 따라가고 싶어요!


나는 울먹였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더욱 세게 끌어 안으며 말하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도련님...


.....


나는 풀이 죽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도련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우리는 밤이건 낮이건 항상 같이 붙어 있을꺼에요...


나는 그말을 듣고 뛸 뜻이 기뻤다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설렘과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좋아요 약속!


네 약속!


그날밤 나와 그녀는 새끼손가락을 접으며 약속하였다


하지만 이 만남은 그녀와 약속을 끝으로 더이상 만날 수 없었다


도련님! 이것들이 무엇입니까?!


절에는 있을 수가 없는 장난감들

스님들은 놀라 나를 찾았고 이내 내게 추궁하였다


이날 아침 스님들은 내게  밤중에 있었던 일들을 샅샅히 고하도록 하였고 나는 겁을 먹고 그녀와 있었던 이야기들을 실토하였다.


밤중마다 오는 누나와 신나게 놀았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스님들은 부적으로 출입을 막았는데 이럴 수 없다며 

생각에 빠졌고 창문에 부적이 떨어져나가 있었다는걸 찾게 되셨다.


큰일이구나! 서둘러라! 


큰 스님은 다른 스님들께 큰 목소리로 서둘러 일을 시키셨다


스님들은 이날 서둘러 내게 소나무가 탄 재를 뿌렸고 내 입에 부적을 물린채 주변에서 불경을 외우셨다


절에는 하루종일 스님들이 회의하는 소리가 가득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장소로 숨기기에는 영물의 기가 너무 많이 배어버렸다.


나는 큰 잘못을 저지른것 같아 초조하고 두려웠다


한참에 시간이 흐르고 큰스님이 나오셔서 말하셨다.


도련님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셔야 합니다...

대답하지 마시고 고개만 끄덕이시길 그것이 들을지도 모릅니다


도련님은 뱀 신의 자식분 에게 장가가게 될 것입니다.


나는 놀라 큰스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벌써 이 나이에 장가를 간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나는 장가란 단어가 다른 뜻이 있나 생각했다 


도련님은 여우에게 너무나 오랜시간 가까이 있어 여우에 기로 인해 산사람과 죽음사람의 경계에 가까워 지셨습니다.

이대로 라면 자신이 죽은지도 모른채 귀신이 될지 모릅니다...


그동안 그 여우가 주는것을 많이 받아 드셨지요?


나는 순간 겁을 먹고 다리를 벌벌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더 먹었더라면 도련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껍니다...


스님은 나를 품에 안고 나를 진정시켰다


너무 두려워 마십시오 사실 그동안에 공부는 뱀신의 자식에게 걸맞는 신랑감이 되기 위해 도련님께 강요한 것 입니다 뱀신의 자식분또한 도련님을 신랑감으로 눈 여겨 보고 마음에 드셔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뱀신 은 재물과 재산을 지켜주고 부를 늘려주는 좋은 분이시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그게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아버님께는 제가 말씀드릴테니 여봐라! 어서 도련님을 씻기거라!


(아버님?! 아버지가 내게 있었나?!)


3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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