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사회의 중심이 되어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지고 

남자는 여자에게 순종하며 남편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남녀역전의 세계

얀붕이는 한 이름높은 백작가의 양자였어

아들이 없었던 백작은 정략혼에 써먹기 위해 얀붕이를 고아원에서 데려와 키웠지

겉으론 백작가 자제였지만 집안에선 무시와 차별이 분명히 있었지

12살이 되던날, 얀붕이는 자신의 약혼녀를 만나게 돼

제국의 유일한 공녀를 말이야

그녀의 가문인 공작가는 황실에게 유일하게 견줄 수 있는 부와 군대를 모두 지닌 

명실상부한 귀족들의 수장이였지

16살의 이 공녀님은 처음부터 대놓고 얀붕이를 무시했지

얀붕이와 자신과는 급이 다르다고 여겼거든

시작은 삐걱거렸지만 얀붕이는 자신의 약혼녀에게 열과 성의를 다했어

진심어린 안부를 묻는 편지도 보내고

자신있는 수제 과자를 선물하기도 하고

어느샌가 공녀는 언제쯤 얀붕이의 선물을 받을까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됨

물론 공녀가 얀붕이에게 푹 빠지게 된 데에는 얀붕이의 뻬어난 외모도 한목했지

백작이 고아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얀붕이를 선택한건 그만큼 외모가 뛰어났기 때문이야

이목구비는 물론이고 눈같이 흰 백발과 토끼같이 붉은 눈은 타국에서도 좀처럼 볼수 없었거든

얀붕이와 공녀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지 

얀붕이가 약혼녀를 두고 불륜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게 된거야

알지도 못하는 여자들이 와서 저사람이랑 같이 잤다며 

자신을 순식간에 구렁텅이로 몰아갔지

설상가상으로 증인과 알리바이도 완벽해서 약혼녀마져 자신을 의심해

결국 재판까지 와서 유죄를 판결받은 얀붕이

그날 얀붕이는 공작가의 저택에서 꼬박 이틀을 무릎꿇고 기다리며 공녀를 기다려

자신을 제발 믿어달라고

단 한번도 당신 외의 여자는 생각조차 한적이 없다고

얼마나 그렇게 기다렸을까

마침내 공녀가 나와서 말없이 얀붕이를 끌어안아

얀붕이를 믿어주겠다는 뜻이였지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

얀붕이는 그런 공녀의 신뢰에 감동의 눈물을 흘려 

너무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서 다리조차 제대로 겨누지 못하는 

얀붕이를 공녀는 부축해주며 집안으로 들이는데

공녀가 얀붕이의 귓가에 속삭이는 거야


"감히 날 배신해?

이 걸레새끼야, 넌 여기서 죽을때까지 숨도 못쉬게 해줄께"


경악으로 굳어버린 얀붕이를 

공녀는 인자한 미소로 저택의 방안으로 안내해

그날 밤, 얀붕이는 몰래 공작가에 도망쳐 백작가로 돌아왔어

사람의 악의에 어리숙했던 얀붕이였지만

공녀의 곁에 있으면 자신의 인생이 지옥이 될 것이란걸 깨닳았지

하지만 그런 얀붕이를 백작은 내치며

공녀의 마음을 돌릴때까지는 돌아올 생가말라며 얀붕이를 쫒아내

온데 간데 갈곳이 없어진 얀붕이

게다가 공녀의 수하들이 얀붕이를 계속 감시하고 있었어

얀붕이는 이때 몰랐지만

이미 백작가에는 공녀가 보내온 예물이 쌓여있었지

공녀는 얀붕이가 바람을 폈다고 해서 

파혼하고 다른 남자를 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지

대신 공작가에 꽁꽁 가둬놔서

죽을때까지 자신을 배신한 대가를

몸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철저하게 갚게 할 생각이였던 거야

허름한 여관을 돌며 전전하던 얀붕이는

몇번이고 자신을 찾아온 공녀와 다시 만나게 돼

자신에 대한 어마어마한 증오심을 내비치면서도

끝가지 자신을 결혼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공녀에게 얀붕이는 공포심을 느껴

게다가 공녀는 자신에게 온갖 폭언을 뱉어내지

돈이 다 떨어지면 어쩔꺼냐고

반반한 얼굴도 있겠다 몸이라도 창관에서 팔 생각이냐고

태생이 고아였으니 별 상관없는 거냐고

그래도 한때 열심히 사랑했던 사람에게 온갖 잔인한 말을 듣는 얀붕이

이쯤되니 얀붕이도 그나마 남은 애정이 다 식어버려

하지만, 실제로 수중에 돈도 바닥나기 직전이였고

가문을 잃은 귀족인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직장하나 없었어

딱 하나 빼고 말이야

귀족이 절실한 곳이 단 한군데 있기는 했지

그날밤,

결심을 마친 얀붕이는 

공녀의 수하들의 눈을 피해 목적지로 이동하기 시작해

그저 얀붕이를 감시만 하던 공녀의 수하들은

얀붕이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마침내 깨닫자,

경악하며 사력을 다해 얀붕이를 납치하려고 들어

그럴 수 밖에 없었던것이


'호국요람'

'강병육성'

'환★영'

'강한군대 강한육군'

'국가방위의 중심군'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문구들

얀붕이가 가려고 했던 곳은 바로 바로

극심한 인력난으로 허덕여 

귀족이면 외국인이고 범죄자고 남자고 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자리에서 바로 군번줄 새겨서라도 받아준다는

'제국육군사관학교 훈련소'였거든!!

찬란한 아침햇살을 맞으며

사관학교의 발을 내딛는 순간

얀붕이의 제국육군 소위로서의 보람찬 군생활이 마침내 시작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