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그 x같은 면상을 꺼내지 마."



조용한 홀에 한 남자의 목소리만이 웅웅 울려 퍼진다.


흠칫, 하고 주변에 가만히 서있던 후드들이 떨린다.



".......왜....."


"......왜? 그 질문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할 줄은 꿈에도 몰랐군. 더이상 니년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으니 당장 나가. 어이, 끌고가."



홀의 중앙,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남자가 귀찮다는듯 손을 휙휙 내젓는다.


곧이어 뒷편 어둠속에 숨어있던 자 두명이 꿇어앉아있는 여자를 난폭하게 잡아챈 후, 문으로 걸어간다.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힌다.


그제서야, 남자와 가장 가까이 있던 후드가 대충 손을 휘적거려 홀 안에 있던 자들이 나가는걸 지켜본 후, 갑갑했다는듯 한숨을 내쉬며 머리에 쓴 천을 내린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후드 자체가 사라지며, 그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푸른 피부. 새카만 눈동자, 멀대같이 긴 몸에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장의 모습. 그리고 머리에 난 하늘을 뚫을것만 같은 뿔 한쌍.


그는 인간이 아니다.



"이런 곳까지, 그것도 인간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입죠. 아시는 분임까?"



인간, 이라는 말을 듣자 남자가 미간을 찌푸린다.



".... 내가 이세계에서 강제로 끌려왔던, 타칭 용사 나부랭이인가 뭐인가였다는건 말해 줬었나?"


"말해 줬습지요. 저어기 개울가에서 처음 만났을때부터 술술 말해주시지 않았슴까? 이야, 그때의 얀붕씨는 작고 귀여웠었는데 말임다."



얀붕, 그랬었지 하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내가 말했던 빌어 처먹을 년이 바로 그새끼야."



그러자, 그자가 짐짓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에에? 저런 꼬마 여자 인간이 말임까?"


"왜. 믿지 못하겠나?"


"아니, 아무리 마왕님 절친이랍시고 낙하산으로 비서자리까지 꿰찼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공부는 해왔습지요. 근데 제가 공부한거랑 괴리가 너무 큰데 말임다."



남자가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기야. 어떤 미친년이 어떤 남자랑 사귀고 있는 여자애가 아니꼽다고 마력을 폭주시켜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놓겠냐."



진실이였다.


얀붕이가 변하게 된 계기.



이 세계로 끌려와서, 아무것도 모르고, 어떤 영문인지도 모르고, 말도 통하지 않을때 유일하게 그 마을에서 해독의 마법을 천명받은 얀진이가 다가와 여러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이윽고, 흔히 말하는 저기 높으신 분들이 찾아와 내가 용사니 뭐니 지껄이며 데려가려 할때도, 나는 우악스럽게 그녀와 함께 하기를 원했었다.


그렇게, 여러가지를 배우고, 익히고, 수련하며 점점 이 세계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수련장 아저씨, 자칭 대마법사 할아범, 숙소 관리자 아주머니, 같은 교육시설의 친구들, 등등.


하지만, 여전히 내겐 처음 손을 내밀어준 얀진이가 모든것이였다.



"... 그러고보니, 평범하게 마력을 다룰 줄 모르는 인간이 마력을 몸에 지니게 되면 터진다고 하긴 했습죠. 처음 들었을 때엔 뭐 폭발 마법이라도 쓴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 간단함다."


"원체 순수 마력만을 컨트롤하는데엔 높은 실력을 보여주던 새끼였으니."


"울 마왕씨는 이세계인이라 마력의 컨트롤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었든감요? 이야,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구석 폐인들이던 연구자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인간을 해부해보겠다고 떠들어댔을 때만큼 재밌던게 없던거 같슴다."


"뭐, 그 특이한 방식 덕분에 저년에게 살해당하지도 않았고 이 마계 특유의 괴상한 마력에 온 몸이 침식당하지도 않았잖나,"


"살해임까? 인간 여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인간 남자를 죽인다는 검까?"


"내 알빠냐? 저새끼가 도망치려던 내게 마력을 마구잡이로 불어넣을때 진짜 뒤지는줄 알았다고. 뭐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니 지꺼니 뭐니 헛소리 지껄이던데 뭔 미친 싸이코새끼가 있나 싶더라니까."



"이야. 저거 방금 인간 머리에 뿔만 달면 바로 악마로 취직하겠는뎁쇼?"



장난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라, 하며 남자가 몸을 떤다.


그때, 텅빈 홀에서 노크소리 하나가 울려퍼진다.

아니, 정확히는 노크보다는 퉁퉁, 거리는 소리일까.



잠시후, 끼리릭 하고 문이 열리자 나타난 것은 이전 이 홀을 메우고 있던 자들과 똑같은 후드를 뒤집어쓴 한 생물체였다.

후드 밑으로 줄줄 새어나오는 점액을 보고, 얀붕이 옆에 서 있던 그자가 골치가 아프다는듯 이마를 짚는다.



그 후드 밑에서, 느릿느릿하고 늘어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왕님....준비.....끝났습니다...."



그 말을 듣자, 바로 얀붕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뛰어나가려는 얀붕이의 등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엣? 뭠까? 준비? 잠시만, 마왕님이 왕자를 벗어나면 업무 누가 봄까?"



하지만 얀붕이에겐 이제 들리지 않는다.



얀진이가 죽고, 난 더 이상 살아가는것이 살아가는게 아니였다.

하지만, 이곳 마계의 정보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드디어, 수년이 걸렸다.


마왕의 자리를 강제로 빼았고, 그 바로 직후 뒤에서 몰래 하나의 마법의 준비를 시작했다.



죽은자를, 되살리는 마법을.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없는 말들 속에서 처음으로 들려오던 반갑다던 목소리를.

다시 한번,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이끌어 주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나도 좋아한다던, 그 수줍어하던 목소리를.



설령, 어떤 모습으로 부활하던지 상관이 없었다.

얀진이이기만 하면 됐다.


설령 그게 뼈들로 이루어진 스켈레톤으로 환생하던,

괴이한 크리쳐로 환생하던.



달리며, 얀붕이는 다짐한다.


이젠,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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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본 적도 없어 글솜씨도 병신이고 방금 생각난대로 씨부린거라 서순이 좆같을수도 있고 애초에 판타지물 안본지 너무 오래 지난것도 있고


존나 엉망진창이여도 딱 생각나는게 무조건 판타지로 가야 하는 설정이라 일단 판타지 배경으로 씨부리긴 했음



여하튼간에


a > 주인공 > b


a가 얀붕이를 좋아하고

얀붕이는 b를 좋아하는데


a나 b가 다른 b나 a에게 뭔짓을 해서 얀붕이가 그쪽에 증오심을 가지고 다른쪽에 집착하는 그런 느낌으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