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간 전


서진 시점


(이상하네 올 시간이 됐는데 왜 안오지?)


"아, 사범님? 무슨일이세요?"


"그게...진이 어제부터 열 나서 누워있어서 오늘 못온다고 너네한테 미안하다는 구나"


"네?? 진이 아파요? 아...헙....."


툭.......


근처에 있던 지현이가 검도하는 내내 놓지않던 죽도를 떨어뜨렸다


"진이 아파......?"


충격받은듯한 지현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싸맨다. 이건 위험하다.


"사범님 제가 지현이한테 잘 말하고 올게요"


"어...그래 부탁한다."


나는 지현이에게 달려간다.








"왜? 왜?어디가?? 언제부터? 왜? 누구때문에? 왜? 내가 나쁜거야? 어제 괜히 같이있자고 해서? 모르겠어.... 가슴이 너무 아파...

싫어....안돼...진이 아...진이 나는......








아- 그래, 내가 계속 진의 옆에 있으면 되는거야....

평생 진의 곁에서 진을 지키면 아플일도 없고 진을 계속 바라볼수있어 하하.....하하하하...!!"


(아, 진짜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지현이의 어깨를 잡으며 흔든다.


"? 서진....?"


"정신차려 이 미친년아!!! 너가 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도 너 못지않게 진 좋아하고 있거든?

그리고 진이 아프면 걱정하는건 좋다이거야, 근데 너가 방금 혼자서 씨부린 말 진한테 말할 수있어?

진이 그런 걸 좋아할까?"


"..........모르겠어....."


"제발 좀 크게 말해!! 난 너 10년동안 봐왔으니까 괜찮아도 너랑 내가 좋아하는 진은 우리랑 안지 이제야 한달 남짓한 시간밖에 안됐어.

그딴 식으로 작게 말하면 진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들릴까? 다른 사람들이 얼굴로만 깝치고 무시하는줄 알잖아!

진도 처음에 너가 무시하는 줄 알았다고하고 진이 좋으면 목소리로 표현해, 좋다고 너 입으로 직접 말하라고!!

어제도 사귀지도 않는 주제에 손이나 잡고, 주인쫓는 개마냥 진 쫓아다니고.....나는 진 안좋아할거 같아? 나도 질투나 죽겠단말이야!!!!"


"서진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지현이와 10년동안 함께 다니면서 그간에 아쉬웠던점, 서운했던 점 그리고 진에 대한 사랑.......


(난 어떻게 해야하지.... 지현이의 사랑을 응원해줘야하나? 아니면 어떻게든 내가 진을 꼬셔야하나?

사실 나 자신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건 지현이는 지금 위험한상태다.

어떻게든 정신차리게 해야해)


"말해 봐 진이 좋아?"


"....읏...좋아...."


"더 크게!! 좋아하냐고!!!"


"...좋아....."


"더 크게!!!"


"좋아!!! 좋아한다고!! 좋아서...진이 너무 좋아서 미칠것같아!! 난 진이 좋아 너무 좋아, 이젠 내 시야에 없으면 불안해!

평생... 같이있고 싶을정도로 좋아!

그러니까 진한테 가고싶어 진을 지켜주고 싶어 진을 내 곁에서 떨어뜨리고 싶지 않아! 그게 나빠? 나쁘냐고!!!"


"존나 나빠 이 또라이년아, 진이랑 평생 같이 있고싶다고? 지켜줘?

진이 너한테 그렇게 부탁했어? 그리고 뭐? 시야에 없으면 불안해? 진짜 ㅈㄹ을한다.

지금 너가 한 말 어디에 진의 의지가 있어? 다 너 혼자 이기적으로 멋대로 하는 생각이잖아!!

너가 정말 진을 좋아한다면 좀 더 진에 대해서 고민하고 내가 진이라면 어땠을까, 이 생각 이 행동이 진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그런식으로 고민 좀 하라고 이 이기적인 년아!!!!"


10년간의 친구와 처음으로 하는 싸움, 남이 보기엔 살벌하지만 실상은 우리 둘의 지금까지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시간.

친구에게 모진소리를 해서 가슴 한켠이 아리지만 왠지 모르게 시원해지는 감각이 느껴진다.


"후......다시 한번 물어볼게 진이 좋아?"


"응!! 좋아 세상에서 제일!"


(아-진심이구나)

이런 눈 10년동안 본적이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될지 너가 직접말해봐"


"일단....아프니까...괜찮냐고 물어본 다음에..열 난다고 했으니까 죽을 만들고 또...흐윽...흑...."


이번엔 울기 시작한다.


"왜 갑자기 울어...."


"흐윽.....너가 진을 이렇게 까지 생각하는지 몰랐어....우리 왜 싸우는거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게 이렇게 어려운일이야?

난 진이 좋아....엄청...근데 난 그거 때문에 너랑 싸우고싶지 않아...흑....가슴이 너무 아파...."


"하......지현아"


"응...?"


"우린 이제 라이벌이야"


"무슨 소리야...?"


"나도 진이 좋아 앞으로 계속 꼬실거야 내 남자로 만들거야"


"........."


"넌 어때, 진이 내 남자친구가 됐으면 좋을거같아?"


"........싫어.....뺏기고 싶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될까"


"내가 먼저...진이랑 사귀어야 해"


(그래, 이건 승부다. 좋아하는 사람을 가지기 위한.)


"좋아 승부하자"


"승...부?"


"응, 승부, 좋아하잖아? 진이 누구한테 넘어올지 승부하는거야 콜?"


"......좋아...승부해"


"하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


"무슨일이든 진의 의지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것, 약속해"


"약속....할게"


(이건 지현이의 돌발행동을 막을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좋아, 그럼 이제 진이네 집으로 가볼까??"


"....응? 진이네 집...?"


"웅!! 사범님한테 전에 주소 받아왔지롱~"


"아...."


지현이 얼굴에 화색이 돋는다. 정말 진심이구나.

"일단 가기전에 너가 죽 좀 만들어 그리고 가자"


"응! 금방 만들게!"


(조금은....목소리 커졌네)  


지현이는 이제 단순히 절친이 아니다.

친구이자 라이벌, 연적이다.

하지만 확실한건 진이 누구를 선택하든 지현이와 나의 우정은 끊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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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네 집에 가는 내내 지현이는 코를 훌쩍이며 조용히 운다.


"그만 좀 울어~ 응?? 화해했잖아 우리"


"그치만...진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어....내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진이 나를 환멸할 생각을 하면....."


"하...결국엔 자제하기로 약속했잖아? 그리고 실제로 저지르지도 않았고 응? 이제 뚝~"


아까보단 잠잠해지긴 했지만 결국 진이 얼굴을 볼때 다시 지현이는 울음이 터져버렸다.


우는 지현이를 보고 진은 말한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괜찮아??"


(아...정말 상냥하구나 자기가 더 아프면서 지현이 걱정을 먼저 하고)


"흐윽....진..많이 아파?? 괜찮아.....?"


"어제 약 먹고 잤더니 좀 나아졌어 내일이면 다 나을거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서진이 너도"


"응?? 어...에헤헤......"

(살짝 멍때린 나를 진의 목소리가 깨워주었다.)


"진은 내가 지켜줄게....평생..."


(하......그래, 돌발행동을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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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진 시점


(지현이가 날 위해서 울기까지하다니 나 어지간히 걱정 많이 받고 있구나)


"진~ 이거 게임기야 해도 돼???"


"아 그거? 기다려봐 켜줄게"


나는 스위치를 연결해 갓겜 야숨을 틀어줬다.

그리고 조작법이라던지 이것저것 알려준 후에 방에 들어가 누웠다.


"꺄악~!!! 이게 뭐야 기게에서 레이저 같은게 나와!!"


"아...그거 만났나 보네ㅋㅋ"  


얼마 지나지 않아 지현이가 죽을 가지고 내방에 들어왔다.


"진 이거 죽이야...내가 직접 만들었어...."


(방에 우리 둘 밖에 없어서 그런가? 목소리가 커진 거 같은데...?)


"어? 응, 고마워 잘 먹을게"


내가 숟가락을 집으려 한 순간 지현이는 숟가락을 가로챘다.


"응?? 왜 그래?"


".....아~"


".........."


눈빛이 진심이다.


"꼭 해야 하는거야...?"


"응, 꼭 해야해... 아~"


"아...알겠어...."


(엄청 부끄럽네 이거)


지현이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이거 엄청 연인같다.....그치..."


"어?? 그...그렇네....그런가...?"


횡설수설하는 나를 보고는 지현이가 웃는다.


"진...귀여워...."


(왜 그러세요 진짜)


지현이가 나에게 죽을 먹이는 동안 지현이의 표정이 점점 요염하게 변해갔다.


"하아....진.....죽 맛있어?"


"응....되게 맛있네"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지현이가 한손으로 내 머리와 볼을 쓰다듬는다.


"진....귀여워...너무 사랑스러워...앞으로도 계속 같이있자?"


"콜록콜록"


(너무 놀라서 사레가 들여버렸다.)


쾅-!!

문이 열리며 서진이가 들어온다.


"아!! 가로채가기 있어?? 내가 진한테 죽 먹여주려했는데"


"...게임 열심히 하길래 열심히 하라고 그냥 냅뒀어"

라며 서진이를 비웃는듯이 미소짓는다.


"이이익....."


서진이가 씩씩거린다.


(도대체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던거지?)


"진? 다시 아~ 하자? 후훗"


(이번엔 진짜 웃은게 보였다.)


"아...안돼!!"


서진이는 소리를 지르며 부엌에가서 숟가락을 가져온다.


"진, 아~ 하자?"     "진? 내가 퍼준 죽이 더 맛있으니까 빨리 아~ 하자?❤"


"얘,얘들아...일단 진정 좀 하자 응?"


아마 이 순간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다음으로 곤란한 일로 기억한다.









수라장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