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원의 단풍나무와 벚나무 사이의 근처에서 어린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기 시작하며, 그것은 곧 경하의 귀에까지 닿았다.


전 주인이 고양이를 키우다가 버리고 갔는지, 아니면 길고양이가 담을 타고 집 안에 마음대로 들어와서 살고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 경하는 이 집에 온 지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저기, 어디에 있니?”

“냐, 냐-”


이 집에 있는 고양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 경하가 수풀 뒤에 있는 벚나무와 단풍나무 사이로 들어갔을 때, 마침내 유경하는 이 집에서 울음 소리를 내던 고양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 있었네.”


유경하는 낙엽 위에 앉아 울음 소리를 내던 하얀색의 고양이 한 마리를 집어 들어 품에 안았다. 얼룩도, 다른 색의 털도 전혀 없는 순백의 고양이에게는 목에 작은 흑색의 목줄 하나가 채워져 있었다. 그 목줄의 가운데에 달린 은색의 배지에는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


“히로, 주인 이름은.... 아이코?”


그 뱃지에는 가타카나로 ‘ヒロ(히로)’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그것이 아마도 이 고양이의 이름인 것일 테고-가장 크게 쓰여 있었으니까- 바로 그 밑에는 히라가나로 ‘あいこ(아이코)’ 라고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주인을 잃어버린 거야?”


경하는 히로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눈을 마주친 채 정원 밖으로 나오며 물어 보았다. 일본의 고양이가 조선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지는 몰라도, 그 자흑색의 눈동자에서 나오는 빛은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하의 감이었지만.


“버려진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히로라는 고양이가 버려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이유는, 그 아이의 목에는 목줄이 그대로 걸려 깔끔하게 손질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들은 그 목줄을 벗기고 집에서 내쫓아 버리거나 벗기지 않았더라도 시궁창을 드나들다 보면 저절로 더러워지고 닳아 가다 어느 사이에 없어지는 것이 경하가 본 모습들이었으니까.


마치 프랑스에서 보불전쟁의 패배 원인을 떠넘기기 위하여 유대인 혈통 장교인 알프레드 드레퓌스에게 스파이라는 죄목을 뒤집어 씌우고, 그가 모든 포병 연대원들이 도열한 연병장에서 예복을 착용한 채로 다른 장교에게 예도가 부러지며 모든 훈장과 계급장과 단추가 떼어지는 공개적인 강등식을 당한 것처럼 말이다. 


국가를 배신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더 이상 신뢰받을 수 없게 된 드레퓌스가 국가의 믿음을 대변하는 상징인 훈장들을 박탈당했듯이, 고양이들 또한 더 이상 제 주인에게 사랑받을 수 없게 되어 주인의 사랑을 대변하는 상징인 목줄을 빼앗기고 마는 것이다. 


“네 주인은 어디에 있니?”


이 아이는 그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경하는 그 하얗고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그 온기를 느껴 보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고양이의 피부가 하얀 손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동시에 조심스레 물어 보았던 것이다.


버려지지 않았다면 분명 주인이 과실로 잃어버린 것일 테고, 그 주인은 아마 지금도 주변에서 고양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만약 버려졌다면 경하가 길러 줘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고양이에게는 주인이 있으니 다시 주인에게 데려다 줘야 한다고 곧 마음을 고쳤다.


  • 딸랑, 딸랑, 딸랑...


매우 갑작스럽게 집의 대문 쪽에서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대문 위의 지붕 안쪽에 감추어진 종이 울리는 소리가 경하의 귀에까지 닿아 오자 경하는 그 히로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안은 채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대문까지 걸어 갔다.

‘주인이 찾으러 온 건가?’

 

경하는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고양이들은 담을 타고 넘어서 남의 집 안까지 들어오는 일은 드문 것이 아니었기에 그 고양이를 찾으러 다른 집에 찾아가는 것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경하는 잠시 고민하다 마침내 주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러 대문으로 갔던 것이다.


“네, 누구신가요?”


유경하는 대문을 열고선 능숙한 일본어로 자신을 부른 사람에게 말했다. 


문 너머에는 긴 흑발을 가진, 짙은 흑색 겉감과 붉은 스카프의 세일러복을 입은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나이는 대략 열여섯에서 열일곱 정도로 경하와 비슷해 보였다. 그 피부는 햇빛과는 인연이 없는 듯이 백색을 띄었고 붉으면서도 검은 눈동자는 불안한 눈빛으로 경하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타노 씨— 아.. 아니. 저기, 갑작스럽게 죄송하지만 혹시 고양이 한 마리 못 보셨나요? 이만한 크기에 털이 전부 하얗고 눈은 짙은 보라색인데... 검은 목줄을 차고 있을 거예요, 거기에 이름이 ‘히로’라고 적혀 있을 텐데 혹시 보시지 못하셨나요?”


‘하타노?’


옛날 여기에 살았던 집의 주인일까? 전 주인과 아는 사이였던 것일지는 몰라도 이 소녀는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하타노’ 라 불렀다가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선 그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바꾸었다. 그가 이미 이사를 갔다는 것을 몰랐던 걸까.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그게 중요한 사실은 아닌 듯했다. 그 소녀는 아마도 경하의 품에 안긴 고양이, 히로를 찾고 있었으니까. 


소녀가 팔과 손을 벌려 형상화한 크기는 그 고양이의 몸의 크기와 거의 일치하였고, 온 몸의 털이 하얗다는 사실과 눈의 색상, 그리고 목줄과 거기에 적힌 이름까지 전부 소녀가 말한 것과 같았다.


“혹시... 이 아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경하는 그 품에 안긴 고양이, 히로를 그 소녀 앞에 보여 주었다. 그러자 이내 근심과 걱정과 불안이 겉으로 드러나던 소녀의 어두운 표정과 검붉은 눈동자로부터 나오는 빛은 순식간에 다시 안심과 행복과 미소를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아... 히로! 여기 있었구나, 찾아서 다행이야...”


금세 그 히로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경하의 손을 떠나 한순간에 폴짝 뛰어 소녀의 품에 안겼다. 그 부드럽고 흰 털을 가진 동물을 품에 안은 소녀는 다시금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고양이의 온도를 확인하며,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때의 안도와 기쁨이 섞인 미소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소녀는 저 고양이의 주인이 확실하다고, 경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것이라면 애초에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으러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찾게 되더라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 사례를 드려야 할지...”


소녀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경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실 그 고양이가 경하의 집으로 담을 타고 넘어온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었고 찾게 된 것도 고양이가 울음 소리를 내었던 것 때문이니, 딱히 경하가 스스로 찾아낸 것은 아니었지만 소녀는 경하가 이 고양이를 찾아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어쩌다가 담을 타고 넘어온 것 같아요. 찾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경하는 그렇게 말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가 다시 주인에게 돌아갔다는 것은 주인이 사랑을 버리지 않았음을 의미했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의미 또한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그 고양이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저기, 그런데 하타노 씨는 어디로 가셨나요...?”


소녀는 다시 그 ‘하타노’라는 사람을 언급하였고, 경하는 그 때 이 집의 옛 주인이 하타노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확신했다. 두 번이나 물어보는 것은 아마도 소녀가 단순히 집을 착각한 것이 아니라 이곳이 하타노의 집이라고 확신했었다는 것을 시사했으니까.


“그 분은 이사를 가셔서 더는 이곳에 계시지 않아요. 저는 오늘 도착해서 그 분이 어디로 가셨는지는 모르지만...”


유경하는 담담하게 소녀에게 더는 옛 집주인이 없다는 것을 고했다. 소녀는 믿기 힘든 듯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대문에 걸린 ‘야나기(柳)’라 쓰인 명패를 보고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타노와 아는 사이였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 사람이 소녀에게 전언 없이 떠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말도 못 하고 떠나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이 있었던 걸까?


“저기,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내 그 추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소녀는 다시 경하의 이름을 물어보며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의 실망한 듯한 표정은 전부 사라지고 이제 그녀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야나기.. 케이나츠, 예요.”


경하는 자신의 이름의 한자(柳景夏)를 그대로 읽은 일본어 이름을 소녀에게 말했다. 본래 조선어로 된 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은, 일본의 내지에서 살아가는 조선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자명한 사실이었다.


“마토이 아이코예요.”


경하는 그 고양이의 목줄에 걸린 은색의 배지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가타카나로 적힌 히로라는 글자 밑에 작게 히라가나로 아이코라고 새겨져 있던 것이 떠오르며 소녀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깊게 곱씹었다.


“그리고, 이건 사례로...”


소녀는 검은 치마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하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사례를 줄 것이라 알지 못해 당황한 경하는 소녀를 말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을 바라고 한 적은 없었으니까.


“아, 아니... 사례는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것 뿐이니.”


이러면 거절하기도 애매해져 버리니 누군가에게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던 경하는 결국 그대로 소녀의 사례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이내 소녀는 검은 치마의 주머니에서 유리 구슬 하나를 꺼냈다. 아주 질이 좋은 것으로 만들어졌는지 매우 투명한 빛을 띄고 있었고, 그 겉면에는 붉고 붉은 국화의 문양이 염색되어 있었다. 그 염색된 유리마저도 투명해 구슬은 빛을 백색과 적색의 이색으로 반사하고 있었다.


“이건 무엇인가요?”


장식품일까, 아니면 장난감 같은 것일까. 경하는 그것을 들고선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장난감이라 하기에는 질이 너무 좋았고, 장식품이라 하기에는 크기가 한 손에 전부 쥐어질 정도로 작았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구슬을 주는 것일까? 경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분명 이렇게나 좋은 질의 물건이라면 남에게 함부로 넘기지 않았을 텐데...


“원래는 하타노 씨에게 드려야 할 물건이지만, 더는 드릴 수 없게 되었으니 당신에게 드릴게요.”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선 살짝 미소 지었다. 그녀의 작고 맑은 목소리로 듣는 작은 웃음 소리는 경하의 뇌리에 깊게, 오랫동안 남았다. 마치 그녀가 안은 고양이처럼 밝고 부드러운 질감의 그 목소리를 경하는 오랜 시간 동안 무의식적으로 되새겼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이내 경하와 소녀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하고 대문을 닫았다. 이제 집 안에서 소녀와 고양이는 가야 할 곳으로 떠나 버렸고, 이 집에는 오로지 경하 한 사람만이 적막 가운데에서 남아 있었다.


“대체 누구지...”


경하는 그것을 받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물건을 어째서 나에게 주는 걸까. 그리고 그 하타노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 걸까? 소녀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경하는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나도 조선인일 뿐 아니야?”


그 소녀도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날 경멸할 거야. 


현관에 들어왔을 때 그런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다시 떠오르며 한 순간에 노력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야나기 케이나츠예요.’


경하가 자신의 이름을 조선어가 아닌 일본어로 말했던 것은 조선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자명한 사실이었지만, 다시 설명하자면 조선인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본인 헹세를 하려는 것이었다. 


조선인과 일본인은 인종적으로 매우 비슷해서 구별할 수 없었기에 말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도 없었으니까. 그러면 남은 것은 일본어를 할 줄 아느냐는 것인데, 경하는 일본어를 매우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었기에 들킬 만한 조건은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마치 독일의 뉘른베르크 법에서 한 인간의 조상을 4대 위까지 확인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독일인과 유대인을 구분하였던 것도, 유대인과 독일인이 인종적으로 매우 비슷해 구별할 수 없었고, 독일에 살던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독일어를 모국어로 구사했기 떄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일본인인 척을 하고 이름과 언어와 외모에 숨어 사람을 속인다 하더라도, 경하가 조선인이라는 대전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몇 날, 몇 주, 몇 달과 심지어 몇 년을 속이는 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것도 드러나 버릴 테니까.


유경하는 자신의 모습을 방금 전의 부드럽고 밝은 소녀의 모습과 무의식적으로 대비시키며 마음이 공허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내 곧 계단을 오를 때에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감각이 경하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저 조선인이 대체 왜 우리 학교에 있는 거야?’


조선인과 일본인은 섞일 수 없는 존재이다. 아무도 조선인들이 일본인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경하는 조선인인 자신으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본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이제는 아주 일본인이 되고 싶은가 봐, 성씨까지도 야나기로 갈아 치웠다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유경하는 눈물을 흘렸다. 이래서야 경하의 부모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자신을 속이고 일본인이 되려 모든 조선인들을 배신한 그들처럼 경하도 그 소녀를 속이고 일본인이 되려 거짓된 일본어의 이름을 말했다. 위선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의 행태를 혐오하며 경하는 침대에 누웠다.


‘역겨워. 정말로, 역겨워...’


경하의 머릿속에서, 잘못인 걸 모른 채로 그것을 행한다면 악인 것이고, 잘못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행하는 것은 위선이었다. 경하는 지금 조선인이 일본인 행세를 하는 것이 잘못이라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행하는 위선자와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조선에서 살아갈 때의 미움받던 사람들의 말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며 마치 비수처럼 경하의 마음에 난 상처를 다시 한 번 더 찌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 한 번 찔릴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로 찔린 상처가 더욱 더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으로 경하는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떠올리지 말아야 했던 것을 떠올려 버렸고 그 대가로 지금 경하는 찔린 상처를 다시 한 번 더 찔리는 고통스럽고 쓰라린 벌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그 소녀처럼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이 찾아온 평정심의 붕괴로 경하는 다시 한 번 고통받고 있었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새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소녀에게 선물을 받은 경사스러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나는 이토록 슬퍼하는 걸까. 유경하는 침대에 얼굴을 묻은 채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는 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