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yandere/20637265


조사를 계속하는 얀붕이


오늘의 조사지는 몬스터가 출몰하는 구역이였어


세계 구현 시에 몬스터가 그냥 뿅! 하고 생성된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얀붕이는 반대했고


부족한 리소스를 써가며 아득바득 몬스터 생성 알고리즘을 만들어 두었지


코딩보다 커마를 더 잘하는 신이 만든 세계이니만큼


몬스터도 그 수와 모습 모두 다양하도록 구현했어


때문에, 알고리즘 테스트와 문제 확인을 겸한 탐사였지


물론, 몬스터가 나오는 구역인 만큼 비장의 무기도 챙겨두었어


그렇게 몬스터 출몰 구역에 도착한 얀붕이


구역의 경계이니만큼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붙혀놓은 경고장들이 보였어


"출입금지, 몬스터 출몰 가능"


경고를 뒤로 한 채 구역에 발을 내딘 얀붕이


곧 얀붕이 앞에 몬스터들로 보이는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해


전투가 목적이 아닌 몬스터들의 생태 확인이 목적인 얀붕이는 


몬스터들에게 보이지 않을 곳에서 관찰을 시작했어


그렇게 몬스터들의 기척이 느껴지자 곧 보이는 밝은 빛


'RGB 슬라임'


그전에 여러 게임들에 나온 슬라임들을 보면 슬라임들한테 색깔만 바꿔놓고


이건 레드 슬라임이라 더 세다 뭐다 하는게 은근 아니꼬웠던 얀붕이


그럴바엔 RGB로 만들어서 RGB뽕이나 빨자고 만든 몬스터였어


슬라임들을 관찰한 후


얀붕이는 조금 더 깊은곳으로 향하기 시작했지


점점 나아가자 규칙적으로 들리는 쇠가 맞부딪히는 소리


매우 규칙적이게 텅-텅-텅 하고 울렸어


얀붕이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더욱 나아갔지


그리고 곧 소리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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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고블린'


'아름다운 것' 이외에는 영 시큰둥한 신이였기에 하급 몬스터인 고블린을 구현하려 얀붕이가 부탁하자


신은 그런 아름답지 않은 것은 내 세계에 필요 없다고 했었어


하급 몬스터 없이 어떻게 세계를 구현할지 막막해진 얀붕이


그러다 곧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리게 돼


그 아이디어를 신에게 말하자 신은 바로 오케이를 하고 


곧, 그 존재가 조형되기 시작했어


얀붕이의 아이디어는 바로 기계화였지


더러운 초록색 피부 대신 크롬의 번들거리는 은색


몬스터의 눈 대신 붉은 안광이 나오는 기계 안구


기분나쁜 숨을 헐떡이는 입 대신 발열을 식히는 증기를 내뿜는 기계장치


아ㅋㅋ 메카는 못참지~


물론 고블린 습성 자체를 바꾼건 아니였기 떄문에 행동 자체는 우리가 아는 고블린 그대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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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으로 보이는 메카 고블린과 암컷으로 보이는 메카 고블린이 짝짓기를 하며


내는 소리가 아까부터 들리기 시작한 텅-텅-텅 거리는 소리였지


....? 고블린은 마을을 습격해서 여자들을 납치하고는 겁탈하며 수를 늘리는거 아니냐고?


고려는 해보았지만 이종간 교배 알고리즘이 얼마나 복잡한데... 바로 컷!


여튼, 관찰을 시작한 얀붕이


수컷으로 보이는 고블린이 암컷으로 보이는 고블린에게 말하기 시작했어


'이봐요 이봐요 기분 좋은 것인지?'


그리고는 암컷 고블린이 대답했어


"응읏 그, 그만두어라!"


그것들의 야스 토크는 계속되었어


"터무니없는 누루누루 구나... 꾸짖어오고...!"


"누っ! 대머리しい!이봐요、기분 좋게 되어있는지?"


"응、틀려요...!"


"거짓말 달 구나!"


"앗、나오는!"


"중간 은 안된다!"


고블린을 기계로 바꾸어 버렸으니 기계 번역투를 사용하는 버그가 있던거였어


그 진한개와 징계나무, 팥고물이 넘쳐나는 대화에 정신을 잃을뻔한 얀붕이


기계들의 뜨거운 마찰을 뒤로하고 다른 몬스터들을 관찰하러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 와중에 유니크 몬스터인



어떻게 몬스터 이름이 엄준식 ㅋㅋㅋ 이라는


디버프를 거는 무서운 몬스터도 조우했고


그 외에도 구현된 여러 몬스터를 관찰할수 있었지


그렇게 오늘의 관찰을 마무리 하려던 때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을 목격해버리고 말았어


소녀로 보이는 존재 주위로 몬스터들의 시체와 부서진 바위 나무 등이 뒹굴고 있었지


소녀의 등 뒤에는 이형의 존재로 보이는 팔도 자라나 있었고


몬스터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안되는 그 존재에 당황한 얀붕이


일단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그 존재를 지켜보고자 하였어


그런데... 그 소녀로 보이는 존재가 정확히 얀붕이가 숨은 곳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어


곧, 그녀는 얀붕이에게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오기 시작했어


얀붕이는 일단 저번에 소한했던 감각이 서늘해지는 칼을 꺼내 상대했지


예전의 여순이와의 전투를 살려 상대해보려 하는 얀붕이


공격을 한번 방어하고는 이렇게 말해


"큭.. 뭔 공격이 이리도 묵직해.."


이대로는 위험하겠다 싶은 얀붕이


오기 전에 준비해두었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지


아아.. 이것은 K-2 라는 것이다


그와 군생활을 함께한 총기번호 696974 K-2 소총


총기를 여자친구 보듯이 하라던 논산 조교의 말을 따라


그녀와 자대생활을 함께했어


사격 후에 곳곳에 낀 탄매를 깊숙히 손질도구를 넣어 제거해 주고


후임 K-1을 빼앗아 조립하고는


"너는 이제부터 K-1.5 야!"


라고 장난치기도 했지


그렇게 그와 함께하며 총기고장 한번 안난 그녀였지만


얀붕이가 전역하며 쓸쓸히 남겨진 그녀는


곧, 새로 전입한 군바리 태닝(작업으로 인한) 일병 김영수


속칭 군태영에게 NTR을 당해버리고 말아


하여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얀붕이는 탄알집에 삽탄하려 하지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로 보이는 존재가 말을 걸기 시작해


"노리쇠를 후퇴고정하고 복면복창하십시오"


"노리쇠 후퇴고정!"


"탄알집을 삽탄하고 복면복창하십시오"


"탄알집 삽탄"


계속되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말했어


"노리쇠를 전진하고 복면복창하십시오"


"노리쇠 전진!"


"조정간을 조작하고 복면복창하십시오"


"조정간 연발!"


"사격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사격 개시라고 복면복창하십시오"


"사격 개시!"


타아타탙탙ㅌ탙탙타타다다아타타타타다탕


굉음과 함께 그녀에게 납탄 세례가 쏟아졌어


무언가 위기를 감지하고 이형의 팔로 막아내려 하는 그녀였지만


모든 탄을 막아낼순 없었지


곧 그녀는 노이즈와 함께 존재가 사라지며 작게 외쳤어


"미워...."


그녀가 사라지자 얀붕이는 주변을 경계하며 살피고는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주저앉고는 한숨을 쉬었어


그러자 아까 들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 말을 걸기 시작했지


"사격이 종료되었습니다 탄피를 회수하십시오"


"씨발!"


다음날,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던 얀붕이는 어제 싸웠던 장소로 다시 향했어


이번에는 들키지 않기 위해 꽤 먼 장소에서 감시했지


어제 전투 장소에서 머지 않은 곳, 그 곳에 그녀가 다시 있었어


여전히 주위는 몬스터의 시체와 이곳저곳이 파괴된 흔적으로 너덜너덜했지


그러고 그녀는 머지않아 작게 읊조리고는 다시 노이즈와 함께 사라졌어


"미워..."


며칠 동안 그녀를 멀리서 관찰한 얀붕이는 곧 한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었어


그녀는 시스템이 실수로 만들어낸 악성 버그같은 존재로


몬스터도 사람도 아닌 존재였어


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으며 연인도 없는 고독한 존재


그리하여, 시스템이 이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세계에 존재해선 안되는 그녀는 다시 사라지는 거였지


몬스터들도 미약하게나마 가족이나 연인, 동료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관계' 자체가 없는 그녀는 그러한 '관계'를 가진 존재들을 극도로 증오하며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고 시스템이 이를 인지하여 그녀를 삭제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였지


그러한 그녀를 구해줄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던 얀붕이는 결심을 하곤 다시 돌아갔어


다음날,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얀붕이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는 말했어


"너! 이름이 뭐야?"


그러자 그 소녀는 얀붕이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가만히 서있었어


오늘도 탄피를 주워야 하나 슬슬 고민하기 시작하는 얀붕이


곧 그 소녀의 입이 떨어지며 말했어


"내.. 이름 광순... 광순이"


"뭐..? 광순이...? 푸흡... 큭 흐흡..!"


그녀에겐 다행히도 이름이 있었어 다만,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대답에 얀붕이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걸 꾹 참지


소녀는 의아해 하며 다시 물어


".....? 왜 웃어?"


그제서야 미안해 하며 다시 말하는 얀붕이


"아...! 미안해 내 이름은 얀붕이야"


"네... 이름 얀붕이..."


소녀는 작게 계속 얀붕이를 되뇌이지


"우리! 친구가 되지 않을래?"


얀붕이는 갑자기 손을 내밀고는 말했어


"친구..? 친구가 뭐야..?"


광순이는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며 의아해 하고는 다시 물었어


"일단 네 손으로 내 손을 잡아 봐!"


광순이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고는 얀붕이 손에 가까이 댔어


그러고 얀붕이는 광순이 손을 덥석 잡고는 위 아래로 흔들었어


"이게 악수! 친구끼리 하는 인사야!"


!!!!!!!!!


그녀 광순이는 그저 존재할 뿐인 존재


그마저도 아무도 그녀를 존재한다고 인정하지 않고 이름을 불러 주지도 않은 채


그저 존재했다가 사라지기만 할 뿐인 존재


그런 존재에게 드디어 이름을 불러주고 너는 존재한다며 인정해 주는 사람이 나타난거야


그렇게 친구라는 항목으로 묶이게 된 얀붕이와 광순이


드디어 세계는 그녀를 세계의 존재로 인정해 주었어


그녀의 노이즈가 사라지곤 그녀가 세계의 존재로 '고정' 되었지


그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세상을 향한 증오도 사라졌어


주저앉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광순이


드디어 죽이지 않아도 된다고, 사라지는 외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며 서럽게 울었지


얀붕이는 측은한 마음을 갖고는 주저앉아 우는 광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


그녀의 커다란 증오가 있던 자리엔  점점 다른 것이 차오르기 시작한 순간이였지


안타깝지만 그녀는 몬스터가 섞인 존재였기 때문에 저택에 데려올수는 없었어


그렇지만 외로워 할 그녀를 위해 여러가지 보드게임을 준비한 얀붕이


친구끼리는 이렇게 노는 거라며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였어


젠가랑 할리갈리를 하며 그 파괴적인 힘을 제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어


그렇게 할리갈리 종을 수십개나 깨부수고 나서야 광순이는 자기 힘을 제어하기 시작했지


그렇게 둘이 친구로써 우정(?)을 키워나가던 어느 날


광순이는 얀붕이에게 얼굴을 맞대고는 초점 없는 광기 어린 눈으로 말해


"나... 요즘 너만 보면 여기 가슴이 조이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


"특히 너가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다며 나를 두고 떠날 때..."


"이건 무슨 느낌인 거야...? 알려줘..."


그러곤 얀붕이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대곤 얀붕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지


"아야!"


얀붕이는 광순이 얼굴에 딱밤을 날리고는 종이를 한장 보여줘




싫어, 이거 해오기 전까지는 알려주지 않을거야


자신 말고도 여러 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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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몬스터가 나온다는 숲속


어느 어린 남매가 용감하게 이 안에 들어와 있지


"거봐 여기도 별거 없지! 괜히 어른들이 우리를 무시해서 그런 거라니까!"


꼬마아이 중 남자아이가 말했어


"오빠... 그래도 어서 돌아가자... 여기 뭔가 무서워..."


꼬마아이 중 여자아이가 울먹거리며 말했지


그렇게 숲을 나아가던 남매 앞에 메카 고블린이 나타나고 말아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고블린!"


불행히도 고블린을 마주치고야 만 남매


고블린을 피해 도망치지만 그만 여동생이 발이 걸려 넘어지고야 말지


동생을 지키기 위해 동생을 꼭 끌어안고는 눈을 꽉 감은 오빠


그러나 아무리 지나도 아픔이 없어


의아해하며 눈을 살그머니 뜨지


그러자 그 앞엔 처참히 부서진 고블린을 밟고 서있는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어


그 광경을 보고서는 남매 둘은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그 여자가 자신들을 구해줬다는걸 깨닫고는 감사 인사를 하려고 하지


"저... 감사..."


"필요없어, 여기에 너희 이름이나 적어"


무심한 듯, 종이를 내미는 광순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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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내가 거짓말을 하나 해버렸어....'


'나는 사실 너 말고는 친구 필요없어'


'너도 그렇지...?'


'그렇지만 얀붕이가 해달라고 부탁한 걸 하지 않으면 슬퍼하겠지...?'


'그러니까 지금은 친구를 더 만드는 [연기]를 하자'


'그러고 얀붕이랑 더 친해지고 나면 사실을 말해주는 거야!'


'분명 깜짝 놀라겠지?'


'그렇지만 친구니까 이해해 줄거야'


'친구란 그런 존재니까'


'그렇지...? 얀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