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yandere/21254873?p=5



“아 도대체 뭔데. 잠깐만 기다려봐.”

 

우는 아기를 뒤로 두고 히아신스가 급하게 약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펑 소리가 나며 달콤한 향을 풍기는 약을 한입에 털어 넣고 몸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입고 있던 로브의 상의를 위로 올리자 새하얀 풍만한 가슴이 드러났다.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며 서서히 분홍빛의 젖꼭지가 뜨거워지고 새하얀 모유가 한 방울 응어리지는 것을 보고 아기를 안아 젖꼭지에 입을 물려주니 아기가 금방 울음을 멈추고 히아신스의 젖을 빨기 시작했다. 

 

‘어머나~ 귀여워라.’

 

금방까지 세상 떠나가라 울던 아기가 자신의 품 안에서 조용해지며 가슴을 빠는 것을 바라보니 히아신스가 겪어 본 적 없었던 모성애가 싹트기 시작했다.

 

“미안해. 진짜 모유가 아니라서. 그래도 충분히 배는 만족 할 거란다. 얼른 무럭무럭 자라렴. 그래야 나도 이 왕국을 뜨지.”

 

히아신스가 충분하다고 느꼈는지 아기를 떼어내고 손가락으로 아기의 뺨을 쿡 찔러보았다. 아기가 반응한 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마치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확 잡아먹고 싶어라.”

 

히아신스가 그 말을 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처녀의 혈도 귀중한 연금술 재료지만 이에 못지않게 숫총각의 정액도 훌륭한 연금술 재료였다. 게다가 왕족의 정액, 쿠퍼액이면 그 값어치는 마법계에서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윤리관을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막 난 아기를 어느 제정신으로 주술을 부리며 강제적으로 희롱한단 말인가. 

 

‘하지만 왕자가 성장한다면....잠깐만. 부모도 없겠다. 빨리 정략결혼을 시키려고 하겠지? 그러면 숫총각의 정액도 못 뽑고 동정을 얼굴 모르는 상대한테 버린다는 거야?’

 

크게 자란 왕자 위에서 허리를 뒤흔들며 교성을 내지를 얼굴 모를 여성을 생각하니 분했다. 하지만 그 아기 왕자는 자신의 품 안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 아기를 바라보며 코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걱정하지 마. 네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내가 기분 좋게 뽑아줄게. 오로지 나만.”

 

히아신스는 머릿속에 들어올 부를 생각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일단. 왕자의 이름 말입니다.”

 

원탁에 모인 신하들의 눈이 히아신스의 품 안에서 곤히 잠들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왕과 왕비께서는 생각해둔 이름이 없었나요?”

 

히아신스의 질문에 신하들은 하나같이 어깨를 으쓱했다. 히아신스는 두 눈을 굴리며 아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올렸다.

 

“그러면 제가 이름을 제안해도 괜찮을까요?”

 

“히아신스 님께서 하시겠다면 마녀의 가호도 받게 되는 거니,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신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왕자야. 너 이런 수동적인 신하들을 삼촌으로 두어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거니?”

 

신하들도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히아신스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왕자한테 어미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큰 불행 아니겠어요? 여러분들께서 반대하지 않으시면 제가 어미가 되도록 할게요. 아! 여왕이 되고자 하는 정치적 욕심은 절대 아니에요. 저는 여러분과 다르게 늙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보다시피 아직 몇백 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마녀라서요.”

 

그리고 장난으로 유혹하려는 듯이 검은 머릿결을 한 번 쓸어내렸다. 하지만 히아신스 뒤에 있는 부에 번득이는 눈을 읽지는 못했다. 

 

“히아신스님이 이전에 어떤 업무들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니 알베르 왕국을 위해서라도 부디 도와주십시오. 왕국의 업무는 신하들과 토의해서 최대한 조율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허락도 받았겠다. 히아신스는 음흉한 눈빛을 어떻게든 숨기고자 아기를 바라보았다. 

 

‘그래....너는 너의 피와 살이 내 돈이 되니까....이름은..’

 

“왕자의 이름은 아이아스입니다. 아이아스 알베르. 이 나라를 다스릴 왕의 이름입니다.”

 

신하들이 수군거림을 멈추고 히아신스의 이름 발표에 합창을 했다.

 

“알베르 왕국 만세! 아이아스 알베르 왕 만세!”

 

합창 소리에 아이아스가 울기 시작했다. 당황하는 히아신스를 뒤로하고 신하들은 모든 왕국에 만세가 들릴 때까지 합창을 했다.

 

 

그 뒤로 히아신스는 제정신이 아닌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이아스의 생리현상을 해결해주랴, 젖을 먹여주랴, 자다가 깨서 우는 아이아스를 달래주고 그 상태로 출근해 궁전 내 학자들의 연구를 졸면서 도와주고, 가끔 약도 팔고, 몸이 2, 3개여도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일과를 마치고 궁전의 왕자 방으로 돌아갈 때가 오면 기뻤다. 비록 울기만 하는 아이아스지만 돈부자로 만들어줄 호구의 모습에 시원한 것처럼 피로가 풀리는 것이었다.

 

“맘마 줄까요?”

 

히아신스가 일어나 있는 아이아스를 바라보며 뺨을 만져주며 말했다. 아이아스가 히아신스를 바라보며 두 손을 뻗었다. 대충 안아주라는 의미였다. 히아신스가 무거워진 아이아스를 안아 올리자 아이아스의 손이 히아신스의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그 손 위에 히아신스가 손을 겹쳤다. 

 

“아이아스는 따뜻한 아이구나. 엄마는 괜찮아요.”

 

‘아아, 정말 다른 건 꼴 보기 싫어도 이 순간은 힐링 된다니까.’

 

아이아스의 행동에 히아신스의 입이 귀에까지 걸릴 정도로 헤벌쭉 웃자 아이아스도 똑같이 웃어주었다.

 

“엄마는 아이아스만 있으면 돼요. 빠르게 크면 같이 밥도 먹고, 시장도 가고,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모든 것을 다해봐요. 단,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 갈 거랍니다.”

 

그리고 로브의 상의를 걷어 올리고 아이아스에게 젖을 물려주었다. 하녀가 기저귀가 담긴 바구니를 가지고 들어왔다.

 

“아. 고마워요.”

 

“식사 중이셨나요? 그런데 젖이 나오네요?”

 

하녀가 궁금해하며 다가왔다. 히아신스는 다른 한쪽을 보여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궁금하면 마녀의 젖을 빨아보셔도 됩니다.”

 

“하하. 사양할게요. 뭐 특별한 주술인가요?”

 

“그냥 간단한 연금술이에요. 주된 학파가 그쪽이라서.”

 

그리고 주머니에서 병을 보더니, 하녀에게 던져주었다. 

 

“피부 고민 있는 하녀분에게 선물해주세요. 자기 전에 세안하는 물에다가 푸시라고 하세요.”

 

“정말 이런 걸 받아도 돼요? 시가 어마어마할 텐데요?”

 

하녀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병을 바라보았다.

 

“그런 거 몇 개 팔아봤자 심심풀이 돈으로 끝나요. 마법계에도 큰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히아신스의 의미심장한 말에 하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 큰 수입원을 발견하셨나 봐요.”

 

“무슨 말이죠?”

 

히아신스가 고개를 들고 하녀를 쳐다보았다.

 

“문자 그대로 약 같은 걸로 시원치 않은 금액이라면 지금 그런 약들을 공짜로 주어도 시중에 복권 맞은 것처럼 큰 수입원이 생겼다는 거잖아요.”

 

“푸훗. 정답이에요.”

 

그리고 두 눈을 빛내며 젖을 여전히 빨고 있는 아이아스를 바라보았다.

 

“아....연금술 재료라면, 총각의 정액도 연금술 재료인가요? 더군다나 왕족의 정액이라면 뭐. 저도 혹하겠는데요?”

 

“어떻게?”

 

“그 눈에 다 드러나요. 마녀님. 지금 젖을 물려주고 있는 것도 거짓 적인 스킨십 인 것을 단숨에 알 수 있는데요.”

 

히아신스가 위기감을 느끼고 어떻게 저 하녀를 찢어 죽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녀는 다 잊자는 표정으로 고백을 했다.

 

“실은 어머니가 전쟁 중에 고아원을 운영하셨어요. 사랑이 고프고 스킨십이 고픈 어린아이들이 어머니의 살가운 정을 크게 받았지만, 전쟁 후 어린아이들은 순식간에 길거리에 내몰리게 되었죠. 이유는 간단해요. 전쟁 중 고아원은 달마다 지원금액이 들어오거든요. 하지만 전후라면... 국가는 나 몰라라 하죠. 어머니는 돈이 고픈 사람이었어요. 지금 마녀님 표정이 딱 그 돈 받고 어린아이들을 바라본 어머니의 표정과 똑같았어요.”

 

하녀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마녀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마녀님. 마녀님 품 안에 있는 사람은 부모라는 사람이 죽었고 오로지 마녀님이라는 사람의 거짓 사랑을 받고 자라나는 사람 일 거에요. 하지만 성장하고 마녀님이 챙길 거만 챙기고 나가면 성장하면서 마녀님을 엄마라고 따랐던 아이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될 거고 뭐든지 하려고 하겠죠. 그리고 그 영향은 이 왕국에서의 왕의 지위라면 아마 당신네는 길거리에서 빵 쪼가리나 굽고 있겠죠. 잘난 연금술로.”

 

혐오스러운 말을 끝으로 약을 돌려주었다.

 

“그 약이 언젠가는 당신 스스로 필요하게 될지 모르겠군요.”

 

“잠...잠깐만..”

 

몇백 년이나 살아온 히아신스지만 저 하녀의 당돌함과 결국엔 본인이 맞서야 할 두려움에 당황하여 붙잡았다. 

 

“맞아. 나. 돈밖에 모르는 마녀고, 이 왕국의 왕과 왕비가 불쌍해서 그냥 도와주려고 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거짓된 사랑을 주는 마녀야. 몇백 년 별 것 아닌 세월의 수많은 사건 중의 단 한 번의 자비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어. 그렇다고 내가 냉정하게 챙길 것을 챙겨버리면 내 후한 역시 두려워. 그냥 무섭다고. 난 아직 어린 마녀야. 사람 나이로는 고작해야 십 대라고. 마녀들이 한 마녀를 공격하는 장면은 세상의 어떤 서고를 뒤져보아도 그런 잔인한 장면을 그려낼 수 없을 거야. 마녀도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항상 배우는 존재야. 그러면 물어볼게. 내가 어떻게 해주어야 하니?”

 

하녀가 증오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풉 하고 웃었다.

 

“스스로 잘 알고 계시네요. 이기적인 마녀님. 의외로 양심의 가책이 찔리셨나 보네요. 정말 마법을 쓰는 족속들은 재밌다니까.”

 

하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떠나기 전에 말했다.

 

“불쌍하니 말씀드릴게요. 구두쇠 할머니. 왕께 진짜 사랑을 주세요. 거짓된 사랑이 아니라. 그래도 수백 년 묵었으니 사랑 한, 두 번쯤 해보셨겠죠. 그러면 무슨 짓을 해도 왕께서는 용서 할 거예요.”

 

허무한 답에 히아신스는 그게 답이 아니잖아.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냥 하녀가 본인의 심장에 말뚝이라도 박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서야 본인의 품 안에서 여전히 젖을 먹고 있는 아이아스를 바라보았다. 

 

“진짜 사랑이라고?”

 

히아신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언제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의 정액을 받아봤지? 즐기던 체위가 뭐였지? 언제 다른 남자의 성기를 입에 물어봤지? 언제 다른 남자의 입술을 탐했지? 언제 다른 남자와 낭만적인 식사를 해보았지? 도대체 성관계가 아닌 사랑은 뭐지? 

 

사실 히아신스는 사랑이라는 것을 수백 년이 지나도록 잊어먹고 있었다. 단순히 돈, 명예만 추구하며 다른 마녀들처럼 약을 팔며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저 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다음 세기부터 그다음 세기까지 방랑하면서 수도 없이 약을 팔고, 정치에 자문해주고, 전쟁이 있으면 전쟁 기계로 생활을 했다. 실제 이름도 잊어먹었다. 나이도 잊어먹었다. 부모도 잊어먹었다, 첫 남편과 첫 관계의 낭만도 잊어먹었다. 모든 것을 잊으며 오로지 먹고살 다음 돈을 벌고자 알베르 왕국에 도착하여 이번뿐만이라는 본인의 약속으로 불쌍한 젊은 왕과 왕비를 무상으로 도와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왕과 왕비는 일찍 죽을 운명이었는지 본인 손안에 자그마한 생명체를 남겨주었다. 이 생명체가 몸을 버리기 전까지 싸지르는 액체를 팔아먹고자 생명체에게 주는 거짓된 사랑과 그런 사랑을 주는 히아신스만을 바라보면서 순수하게 웃어주며 의지해주는 아이아스라는 호구를 잡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엔 돌아오는 건 막대한 부와 동시에 가슴에 찍히는 마녀들의 창일 것이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히아신스의 본능이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아이아스가 성장해서도 자신만을 바라보게 해야 했다. 그래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살 수 있었다. 자신만의 말을 듣고, 자신만을 향해 웃어주고, 자신을 위해 항상 싸워주고, 옆에 항상 있어 주고.... 아! 타인의 입장을 잊은 히아신스는 그것을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깊은 생각을 하기에는 히아신스의 사랑은 지쳐있었고 굶주려 있었다.

 

‘섹스를 구걸하거나 말거나 나만을 바라보는 남자. 하핫 맞아. 그게 사랑이었지. 다른 여자 따위는 바라보는 남자는 없어야 해. 그건 내 남자여야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빠르게 결혼도 하고 위험 일에 피임기구 구멍 내서 애새끼를 만드는 거고. 그리고 아이아스는 나만을 바라만 봐야 해. 그래야 우리가 서로 행복해져. 아아아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

 

뭔가 굉장히 틀린 답안이지만 히아신스는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있었다.

 

“평생을 행복하게 해줄게요. 무슨 플레이든지 해줄게요. 그러니 빨리 크세요. 마녀 걸레 새끼 한 마리 잡아 족쳐서 수명을 늘려주든지 할 테니까....여보.”

 

젖을 떼고 잠이든 아이아스에게 자그마하게 미쳐버리기 시작한 마녀가 사랑의 말을 속삭여주었다. 그리고 문 옆에서 그 미쳐버린 말을 들은 하녀는 음흉하게 웃으며 붉은 두 눈과 이마에 난 두 뿔을 빛내며 무섭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아이아스가 옹알이를 하다가 말을 하고, 걸어 다니다가 뛰어다니기 시작하고, 히아신스가 아니면 볼 수 없었던 용변도 혼자서 저녁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정도로 성장을 하자 궁전의 바깥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궁전 내부에서의 신하들은 지겨운 말만 내뱉고 저녁마다 신하들의 딸들과 저녁 식사와 그 옆에서 항상 무언가를 챙겨주며 딸들에게 이런저런 간섭하려는 히아신스 때문에 저 궁전의 바깥이 너무 달콤한 유혹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안 돼요. 착한 왕자님은 저녁 일찍 자는 거랍니다.”

 

문을 열려고 할 때마다 어디선가 네글리제 가운만을 걸친 히아신스가 나타나 뒤에서 껴안아 주며 웃어주었다.

 

“엄마! 저는 정말 저 밖이 궁금하다고요! 여기는 정말 지겨워요!”

 

“하지만 이 엄마는 우리 아들이 밖에서 안 다쳤으면 하는걸?”

 

히아신스가 더욱 밀착하자 크고 부드럽고 따스한 가슴이 아이아스의 등에 닿았다.

 

“아! 엄마 좀 부끄러워하시라고요!”

 

“뭐야? 드디어 엄마를 여자로 보는 거야?”

 

아이아스의 귓가에 달콤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아이아스의 뺨이 붉어지며 히아신스의 품을 벗어나 본인의 침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히아신스가 방에 들어와 아이아스 곁에 누웠다. 

 

“그러면 엄마하고 약속 하나만 해요.”

 

밖에 나갈 거라는 의미가 담긴 말에 아이아스가 강아지와 같은 눈빛을 히아신스에게 보냈다. 히아신스가 그 눈빛에 흠칫했으나 말을 이었다.

 

“이번 주말에는 엄마하고 함께 약을 팔기 위해 내려갈 거에요. 단, 엄마 곁에만 있을 것. 먹고 싶은 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을 할 것. 마지막으로.”

 

히아신스가 두 눈을 차갑게 빛내며 말했다.

 

“다른 여자애와 말을 섞지 말 것.”

 

“엄마? 여자애랑 말을 섞지 말라뇨?”

 

“그냥 섞지 마세요. 섞으면 큰 벌을 줄 거에요.”

 

큰 벌이라는 말에 아이아스가 말장난을 해서 신하들 앞에서 엉덩이를 내리깐 채 히아신스에게 거의 죽도록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신하들 앞에서 엉덩이 맞는 건가요?”

 

“....그게 정말 벌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아드님? 엄마는 엄마의 마음도 아픈 벌을 주기 싫답니다.”

 

그것보다 더 큰 벌이 있을 거라는 말에 아이아스는 안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러면 누나들과의 저녁 식사에서의 대화는 왜 허락된 것인가요?”

 

“그건 공식적인 자리고 언젠가는 그 친구들도 신하가 될 수 있어서 그런 거야. 다들 하나같이 본인들을 꾸미고 목소리들이 한가득 가식적임이 묻어나오잖니.”

 

하지만 8살짜리 꼬마애한테 정치는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장난처럼 보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8살짜리 꼬마애한테 시집 보내려고 18살 이상의 처녀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신하들의 머릿속이 뻔히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히아신스가 조목조목 그 처녀들의 추태를 지적했을 뿐이었다. 정치경력까지 풍부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마녀가 사실을 지적하니 딸들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홍당무만 되었다.

 

“이 얘기는 아들이 좀 더 크면 해줄게요.”

 

“언제쯤인가요?”

 

“한...밥을 만 끼는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냥 안 크고 평생 큰 엄마만 바라보며 살래요.”

 

아이아스의 장난스러운 발언이 히아신스의 입을 잠깐 다물게 했다. 아이아스가 조용한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라고 다시 부르자 히아신스가 제정신을 차리고 껴안았다.

 

“에잇! 안돼요. 엄마를 두근거리게 한 벌로 간지럼 태우기에요.”

 

그렇게 왕자의 방에서는 까르륵 하는 웃음소리가 잠깐 멈추지 않았다.